[굿모닝충청 태안=김갑수 기자] “오전 내내 잡았는디 열 댓 마리 밖이 안 되네유~!”
충남 태안군 이원면 내리 만대항에서 21일 낮 기자와 만난 양춘석 씨(63)는 바구니에 담긴 낙지를 양손에 들어 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만대항이 고향이라는 양 씨는 “마을 주민 대부분이 낙지와 굴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낙지잡이가) 예전 같지 않아 큰일”이라고 걱정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양 씨는 만대항과 서산 대산을 잇는 교량 건설에 해서는 “잘 안 되고 있는 것 아뉴?”라며 “되기만 하면 빙빙 돌아서 다닐 이유가 없어져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만대항에는 횟집 등 약 3, 4개의 음식점이 있었는데 평일이어서 그런지 더욱 한산해 보였다. 편의점주는 기자가 삼각 김밥을 찾자 “(평일에는 손님이 없어) 주말에만 주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량이 연결된다면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만대항이라는 지명 자체가 ‘가다가다 포기하고 만다’는 뜻을 지녔을 정도로 이 지역은 충남도내에서도 오지 중 오지로 통한다. 태안군청에서 만대항까지 31.5km 구간의 왕복 2차선 도로가 구불구불 뻗어 있어 심리적 거리는 더욱 멀게 느껴졌다.
만대항은 이 일대 주민의 생명 줄과도 같은 가로림만을 사이에 두고 서산시 대산읍 독곶리와 마주하고 있다. 건너편에는 손에 잡힐 듯이 서산 대산읍의 황금산이 보였는데 실제로도 약 2km에 불과한 거리다.
앞서 충남도는 민선6기부터 이 구간에 교량을 연결하고자 국도38호선 연장 및 교량 건설(약 2.5km)을 추진해 왔다.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원유 유출 사고로 큰 피해를 입었고,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건설을 놓고도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을 겪었던 지역인 만큼 ‘치유의 다리’를 건설하자는 게 당초 충남도의 계획이었다.
이를 통해 자동차로 몇 분 걸리지 않는 거리를 1시간 30분(약 73km)나 돌아가야 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수도권 관광객 유치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안희정 전 지사가 직접 나서 “임기 내 사업 가시화”를 약속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요원한 분위기다. 다행히 올해 정부예산에 사전조사 용역비 1억 원이 반영돼 사업 추진에 단초를 마련한 상태다.
태안군은 이 사업이 영토 확장과 다를 바 없다며 남다른 기대감과 함께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광개토 대(大)사업’을 추진 중인 가세로 군수는 연초 국토교통부와 국토연구원에 이어 지난 18일 한국국토교통연구원을 방문 “지난해 국도38호선(이원~대산) 노선 연장에 대한 기초조사 사업비를 확보,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정받은 만큼 하루빨리 제2차 국가도로망종합계획에 국도 등급 조정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가 군수는 또 “국도38호선이 연장되면 태안 서북부권의 수도권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고 서산·당진지역의 첨단산업이 태안까지 확대돼 배후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며 “국가계획인 서해안 관광산업도로(인천~목포)와 관련해서도 필요한 사업이므로, 종합계획에 조기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충남도와 태안군, 그리고 서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가로림만 교량의 조기 건설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업 타당성과 함께 막대한 사업비(교량만 약 2000억 원)를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이날 <굿모닝충청>과의 통화에서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사전조사 용역을 이미 발주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예산을 세운 것인 만큼 (시간이 좀 걸리긴 하겠지만)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