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개신교·자유한국당, 유착 움직임 최근 노골화
보수 개신교·자유한국당, 유착 움직임 최근 노골화
전광훈 목사, 황교안 대표에게 정치색 짙은 덕담 하기도
  • 지유석
  • 승인 2019.03.22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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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수위 높은 정치 발언을 했다. Ⓒ CBS
전광훈 한기총 대표회장은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수위 높은 정치 발언을 했다. Ⓒ CBS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첫 고비가 내년 4월 총선이다. 자유한국당이 200석을 하면 이 나라를 바로 세우고 제2의 건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200석 못하면 이 국가가 해체될지도 모른다. 자유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200석을 얻을 수 있도록 축복한다."

보수 개신교 연합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전광훈 대표회장이 20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한 말이다. 

앞서 황 대표는 전 목사에게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해주시고, 우리 자유한국당을 위해 많이 기도해 달라. 우리 천만 크리스천들과 함께 뜻을 좀 모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부탁했다. 

전 목사와 황 대표의 만남은 여러모로 상징적이다. 황 대표는 자유한국당 우경화를 이끌고 있다. 전 목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간첩이라고 비난하는 등 이른바 '아스팔트 극우'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목회자다. 말하자면 '위로부터의 우경화'와 '아래로부터의 우경화'를 주도하는 두 사람이 한 자리에서 만난 셈이다. 

공통점은 또 있다. 바로 '기독교'(개신교)다. 황 대표는 성일침례교회 전도사로 시무한 바 있으며, 공직 생활을 통해 보수 개신교 성향을 자주 드러내왔다. 전 목사가 대표회장으로 있는 한기총과 '케미'가 맞는 셈이다. 

상징적인 움직임은 또 있다. 19일 국회의원회관에서는 '자유한국당 기독인회 예배'가 열렸다. 이날 예배엔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성태·김한표·이은재·안상수·장제원 등 자유한국당 중진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가톨릭이다)

수원중앙침례교회 김장환 원로목사는 설교자로 나섰다. 보석으로 풀려난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치소에 있을 때 김장환 목사를 종교적 멘토로 찾았다는 일화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지며 위기에 몰리자 김 목사를 청와대로 불러들인 적도 있었다. 그만큼 보수적 색채가 강하다. 

김 목사는 기독인회 예배에서 보수적 색채를 그대로 드러냈다. 예배에 참석한 자유한국당을 향해 "자유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유의 가치를 지켜내야 한다"고 설교했다. 

또 황교안 대표에겐 "모세의 소원은 세 가지가 있다. 주의 길을 보는 것,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이다. 새로 당선된 (황교안) 대표님의 소원이 되기를 바란다"고 축사했다.

먹구름 몰려 온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보수 개신교의 유착은 새삼스럽지는 않다. 보수 개신교는 2007년 대선 당시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또 황교안 대표가 국무총리로 재직하던 시절, 그리고 정치 입문설이 고개를 들자 보수 개신교계는 노골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이 전 대통령만큼 정치적 이익을 누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보수 개신교는 가짜뉴스 배후로 지목 받으며 신뢰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지난 해 9월 가짜뉴스의 생산, 유통 거점으로 보수 개신교 단체인 에스더기도운동'(아래 에스더 운동)을 지목한 바 있었다. 

정치권에선 황 대표 체제 출범 이후 자유한국당과 보수 개신교의 유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경향신문> 양권모 논설실장은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직전인 2월 25일, 자신의 칼럼에서 이렇게 적었다. 당시는 황 대표 체제 출범이 유력했던 시기였다. 

"황교안을 보수 진영의 다른 정치인들과 구분짓는 건 단연 기독교다. 전도사인 그는 정치인이기 이전에 “50년 동안 주일 예배를 단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고 할 만큼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검사 시절에도 부임하는 곳마다 예배모임을 만들어 ‘검찰 복음화’ ‘지역 복음화’를 부르짖었을 정도다.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 때 종교적 편향이 이슈가 될 정도로, ‘전도사 황교안’의 언행을 보면 전형적인 보수 개신교의 멘털리티를 드러낸다. (중략)

탄핵 총리’의 본색을 드러낸 황교안보다 정교일치를 내면화한 듯한 제1야당 대표를 맞이해야 한다는 것이 더 무섭다."

황교안 체제 출범 직후인 10일 <한겨레> 성한용 기자는 '보수 기독교계의 ‘전도사 황교안 대통령 만들기’는 성공할까'란 제하의 칼럼에서 비슷한 우려를 적었다. 

"황교안 대표는 검사와 장관, 국무총리를 지낸 공직자 출신입니다. 세속의 영역인 정치를 할 기본 자격이 충분합니다. 정당과 선거 경험은 거의 없지만, 이제부터 제1야당 대표로서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입증해 보인다면 차기 대통령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철저히 세속의 일을 다루는 곳입니다.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의 원칙을 헌법에 명시하고 있는 문명국가입니다. 황교안 대표는 기득권 세력과 야합한 보수 성향 대형교회의 지원을 받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황교안 대표의 한기총 방문, 전광훈 목사의 정치색 짙은 덕담을 보는 세간의 시선도 곱지는 않다. 박충구 전 감신대 기독교윤리학 교수는 21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전 목사와 황 대표의 만남을 "불의한 정치에서 기독교를 이용하려는 자, 정치를 보수 기독교인 속에서 이용하려는 자가 손을 잡았다"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먹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요한복음의 말씀처럼 어둠이 빛을 이길 수는 없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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