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쇠’ 일관하는 전두환 씨,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모르쇠’ 일관하는 전두환 씨,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많지 않다
    [리뷰] JTBC·MBC 잇단 ‘헬기 사격’ 보도...가해자는 사실 앞에 겸손해야
    • 지유석
    • 승인 2019.03.2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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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5일 '추적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행' 편을 통해 전 씨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광주로 급파해 진압작전을 사전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두환 씨가 광주 상황을 직접 통제했으며, 정권을 잡은 이후 신군부 개입을 은폐한 정황도 상세하게 알렸다. Ⓒ MBC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5일 '추적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행' 편을 통해 전 씨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광주로 급파해 진압작전을 사전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두환 씨가 광주 상황을 직접 통제했으며, 정권을 잡은 이후 신군부 개입을 은폐한 정황도 상세하게 알렸다. Ⓒ M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최근 두 주 사이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씨가 헬기 사격을 지시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증언과 증거가 언론 보도를 통해 잇달아 나왔다. 

    먼저 JTBC ‘뉴스룸’은 14일 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씨는 이 인터뷰를 통해 전 씨가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왔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광주에 왔다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고 수 차례 강조했다. 

    JTBC ‘뉴스룸’은 20일엔 광주 시민 47명이 기관총에 맞아 숨졌음을 기록한 검시 보고서 원본을 공개했다. 김용장 씨의 증언, 그리고 검시 보고서 원본은 전두환 씨가 헬기 사격을 직접 지시했고, 이에 따른 사망자가 나왔음을 시사한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들어갔다. '스트레이트'는 25일 '추적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행' 편을 통해 전 씨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광주로 급파해 진압작전을 사전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장세동 씨는 '스트레이트' 취재진에게 "5월 14일부터 2군 사령관 요청에 의해서 (특전사 2개 대대가 광주에) 나가 있었다"고 시인했다. 

    '스트레이트'는 또 전 씨가 광주를 찾았고 헬기 사격을 지시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허장환 당시 505 보안부대 수사관은 '스트레이트' 취재진에게 1980년 5월 21일 자체 정보원 통해 전두환이 광주에 왔다는 첩보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허 수사관은 27일에도 전 씨가 다녀갔다고 증언을 이어나갔다. 

    전 씨가 다녀간 직후 광주에서는 대규모 발포가 있었다. 전 씨가 다녀갔다고 추정되는 21일엔 61명, 27일엔 26명이 사망했다. 헬기 사격도 이뤄졌다. 

    이 모든 증언과 증거는 전 씨가 광주 상황을 진두지휘했고, 상황을 서둘러 종식시키기 위해 살상력이 큰 헬기 사격을 직접 지시했음을 드러낸다. 

    ‘잊혀질 권리’ 박탈당한 가해자 

    JTBC ‘뉴스룸’은 14일 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씨는 이 인터뷰를 통해 전 씨가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왔었다고 증언했다. Ⓒ JTBC
    JTBC ‘뉴스룸’은 14일 미군 정보요원이었던 김용장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씨는 이 인터뷰를 통해 전 씨가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왔었다고 증언했다. Ⓒ JTBC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39년의 세월이 지났다. 강산이 네 번 바뀔 시간 동안 전 씨는 헬기사격과 광주 개입을 줄기차게 부인해왔다. 

    전 씨 스스로 1989년 12월 31일 5.18광주청문회 증언에서 "그 어떤 군 지휘 계통상에 간섭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은 본인은 군의 배치 이동 등 작전 문제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을 무너뜨리는 증언과 증거가 속속 나오고 있다. 추가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가는 모양새다. 

    책임소재를 가리는 일은 분명 필요하다. 그런데 이 작업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전 씨를 비롯한 가해자가 진실 앞에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로선 자신의 잘못을 숨기고 싶고,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 신군부 세력은 1985년 즈음 '80위원회'라는 조직을 꾸려 주요 기록을 없앴다. 

    전 씨는 2년 전엔 회고록을 펴냈는데, 회고록은 5.18 희생자를 폄훼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전 씨가 광주 법정에 선 것도 이 회고록 때문이다. 지만원 류가 퍼뜨리는 5.18북한군 개입설이 사실이 아님에도 근절되지 않는 건 가해자 쪽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전 씨 측이 아무리 부인해도 이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한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전 씨와 신군부는 5.18 광주 이후 최고 권력을 누리며 승승장구했다. 지금도 신군부 주역은 수 채의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로 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고 '스트레이트' 취재진은 전했다. 

    하지만 가해자도 이제 고령에 접어들었다. 신군부 2인자 노태우 씨는 10년 넘게 투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른다는 말이다. 누릴 것 다 누리고 살았던 만큼, 세상을 떠나기 전 마음을 돌이켜야 하지 않을까? 

    이미 전두환과 신군부 세력은 '잊혀질 권리'를 박탈당한 상태다. 광주5.18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올 때마다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여론에 ‘소환’ 당해야 한다는 말이다. 

    만약, 지난 죄과를 뉘우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하면 이들의 이름은 영원토록 불명예스럽게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 분명하다. 

    역사의 책임을 지기엔 미약한 형량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5일 '추적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행' 편을 통해 전 씨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광주로 급파해 진압작전을 사전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두환 씨가 광주 상황을 직접 통제했으며, 정권을 잡은 이후 신군부 개입을 은폐한 정황도 상세하게 알렸다. Ⓒ MBC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5일 '추적 전두환 신군부의 광주행' 편을 통해 전 씨의 최측근이었던 장세동 전 안기부장을 광주로 급파해 진압작전을 사전 대비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전두환 씨가 광주 상황을 직접 통제했으며, 정권을 잡은 이후 신군부 개입을 은폐한 정황도 상세하게 알렸다. Ⓒ MBC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국은 전쟁 범죄를 단죄하고자 헤르만 괴링, 루돌프 헤스 등 나치 핵심 전범을 법정에 세웠다. 역사는 이를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이라고 기록한다. 

    법정에선 나치 전범은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나치 2인자 헤르만 괴링은 "지금은 승리자들이 자신을 죽일 수 있겠지만 50년이 지나면 독일 국민이 자기 시체를 다시 대리석관에 넣어 국가 영웅이자 순교자로 경배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군수장관을 지냈던 알베르트 슈페어는 달랐다. 슈페어는 뉘른베르크 법정에 1급 전범으로 회부됐고,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그는 석방된 뒤인 1969년 뉘른베르크 재판에 애해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부인과 자식들과 함께 죽음의 형장으로 가고 있는 유대인 가장의 사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그 사진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나는 뉘른베르크에서 20년 형을 선고 받았다. 역사를 전부 기록하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는 전범재판소의 선고문은 나의 죄를 표현하느라 애썼다. 

    지난 역사에 대한 책임을 다 지기에는 미약한 20년 형은 나의 시민생활을 박탈했다. 하지만 유대인 가족의 사진은 나의 본질을 박탈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내린 형벌이 감옥형 보다 오래 지속됐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으로 기미독립선언문의 초안을 작성했지만 몇 년 뒤 친일파로 변절한 최린도 해방 후 반민족특별조사위원회에서 "내 사지를 광화문 네거리에서 찢어 달라. 그리하여 민족의 본보기로 삼아 달라"고 당부했다. 

    슈페어와 최린, 두 사람은 적어도 역사 앞에 짊어져야 할 죄과를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전 씨와 신군부가 국민과 역사 앞에 참회할 시간이 많지 않다. 어쩌면 지금이 기회일 수 있겠다. 이들이 마지막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다른 어떤 것 보다 사실 앞에 겸손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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