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궁지에 몰렸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청문회에서 2013년 당시 황교안 법무장관에게 김학의 전 법무차관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임명을 만류했다고 주장하면서다.
'정치 9단'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거들고 나섰다. 박 의원은 28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2013년 6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가 열렸는데, (당시 박영선 법사위원장이) '황교안 장관은 김학의 전 차관과 관련한 여러 사항을 다 알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박 의원이 언급한 날짜의 속기록은 이렇게 적고 있다.
"아마 장관님은 김학의 차관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을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저희가 그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질문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황 대표는 이 같은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박 후보자의 발언이 불거진 직후 황 대표는 “택(턱)도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황 대표는 다음 날인 28일에도 기자들에게 "김학의 CD를 본 적이 없다. 박영선 당시 법사위원장은 자주 만났지만, 그런 이야기(박 의원의 김학의 차관 임명 만류)까지 기억나지는 않는다"며 재차 부인했다.
어떤 주장이나 의혹이 불거지고, 여야가 진실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우리 정치에선 흔하다. 그러나 박 후보자의 주장을 대하는 황 대표의 태도는 분명 지적하고자 한다.
김학의 전 법무차관의 별장 성범죄 의혹은 전국민적인 관심 사안이다. 문재인 대통령마저 해당 사건을 직접 언급하며 주무부처 장관에게 철저한 진상규명을 당부했다.
황 대표는 김 전 차관 성범죄 의혹이 제기되던 당시 주무부처 장관이자 김 전 차관의 직속상관이었다. 얼핏 보아도 황 대표의 책임소재가 얼마든지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황 대표는 이 같은 연루설을 줄곧 부인해 왔다.
정말로 김 차관 의혹과 무관할 수는 있다. 그러나 황 대표는 주무부처 장관을 지냈고, 지금은 제1야당을 이끄는 위치에 있다. 그렇다면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자신 향한 의혹의 시선, ‘악한 세력’ 음모?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황 대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김학의 전 차관과 연루설이 처음 제기되던 시점인 20일 황 대표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황 대표는 이 글에서 "악한 세력은 존재한다"고 썼다. 자신을 향한 의혹의 시선이 흡사 ‘악의 세력’의 음모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표현이다.
24일에도 재차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려 현 상황을 민생이 방치된 "비정상적 상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권과 집권여당은 민생 살리기가 아니라 오직 황교안 죽이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박영선 후보자가 김학의 전 차관 임명을 만류했다는 주장이 불거진 28일 황 대표는 발언 수위를 더욱 높였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의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재수사 권고에 대해 '국정농단', '적폐몰이' 등의 거친 표현으로 반응했다. 이어 "김학의 사건을 재수사하려면 드루킹 사건까지 다시 특검을 하자"고 제안했다.
자유한국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박 후보자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시사했다. 민경욱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국당은 박 후보자에 대해 국회에서의 위증, 허위사실 적시에 대한 형사상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행적을 볼 때, 황 대표의 행태는 책임 있는 태도와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황 대표는 정치에 입문한 시점부터 아들 병역특혜 의혹, 당권 후보 자격시비, 보수 개신교와 유착 등 갖가지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 번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를 찾았다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돕고자 박영수 특검 수사시한 연장을 불허했다는 취지의 말을 해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황 대표는 한 달 전 전당대회에서 50%를 살짝 넘는 득표율로 대표에 올랐다. 그러나 대표에 등극한지 꼭 한 달째인 지금 황 대표의 처지는 군색하기 그지없다.
정치적으로 위기에 처했다 해도 얼마든지 반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그러나 황 대표가 지금처럼 모르쇠로 일관하고, 남탓에만 급급하면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황 대표는 “박영선 후보자가 당시 구체적 발언을 조목조목 옮겨가며 폭로한 만큼, 이에 대해 책임 있는 해명을 내놓고 수사에 조건 없이 협조해야 한다”고 한 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