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국회, 그러나 ‘종교인과세 완화’엔 여·야 한 마음
바람 잘 날 없는 국회, 그러나 ‘종교인과세 완화’엔 여·야 한 마음
국회기획재정위, 소득세법 일부 개정안 처리....특혜 시비 불가피할 듯
  • 지유석
  • 승인 2019.04.01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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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국회는 여야 격돌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두 달의 공전 끝에 3월 겨우 임시국회가 열리기는 했다. 그러나 선거법 ‘패스트트랙’으로 파열음이 나더니, 3월 28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 접대 의혹 사건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면서 다시 한번 파열음이 났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정성호 의원)는, 3월 29일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이 대표 발의한 소득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아래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여야가 모처럼 뜻을 한데 모은 소득세법 개정안의 핵심 뼈대는, 종교관련종사자가 받는 퇴직소득의 과세범위를 종교인 과세가 시행된 2018년 이후 해당분으로 명시한다는 조항이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종교인이 퇴직시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받을 경우, 과세 당국은 원천징수 방식으로 퇴직소득세를 부과한다. 

그러나 개정안은 '종교인과세가 시행된 2018년 1월 1일 이후 근무기간을 전체 근무기간으로 나눈 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과세 범위를 정해 놓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달 29일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범위를 완화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JTBC
국회 기획재정위는 지난 달 29일 종교인 퇴직소득 과세범위를 완화한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 JTBC

만약 종교인 A씨가 10년 근무한 뒤, 지난해 말 퇴직해 1억원의 퇴직금을 받았을 경우, 현행 규정에 따른 과세 범위는 1억이다. 그러나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세범위는 10분의 1로 줄어든다. 

개정안은 "종교관련종사자의 퇴직소득 과세범위를 2018년 이후 해당분으로 명확히 하여, 종교관련종사자의 퇴직소득에 대한 과세의 구체적 합리성을 제고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두고 종교계, 특히 보수 대형교회를 겨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지점에서 개정안이 ‘보수 대형교회를 향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8년 1월 1일부터 종교인과세를 시행해 오고 있다. 그런데 이때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직접 지급하는 돈 이외의 비용(종교활동비)을 과세 항목에서 제외했다. 또 세무조사 시 종교단체가 소속 종교인에게 지급한 금품 외의 종교 활동과 관련하여 지출한 비용을 구분하여 기록·관리한 장부 등은 조사대상이 아니라고 명시했다. 

즉, 교회 등 종교기관이 종교인에게 활동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돈은 과세대상이 아니라는 말이다. 또 종교활동비만 따로 관리할 장부를 만들어도 과세 당국은 이를 들여다볼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종교인과세 시행 당시부터 과도한 특혜라는 시비가 일었다. 

50년 만에 시행된 종교인과세, 1년 만에 후퇴하나?

2018년 1월 종교인과세 시행을 앞두고 보수 대형교회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지유석
2018년 1월 종교인과세 시행을 앞두고 보수 대형교회에 과도한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 지유석

종교인과세 논란은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종교인소득에 대한 과세 필요성을 밝혔다. 그러나 번번이 국회문턱을 넘지 못하다 50년 만인 2018년에 시행에 들어갔다. 

당시 종교계, 특히 보수 개신교계는 거세게 반발했다. 수원의 모 대형교회 장로로 재직 중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은, 정치권에서 종교인과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를 때마다 보수 개신교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다. 

정부가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면서 종교활동비를 비과세로 묶어두는 한편, 종교단체회계에 대한 세무조사는 종교인소득에 한해 조사하도록 규정한 건,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선 결과다. 그리고 정부와 정치권이 보수 대형교회의 심기를 의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표’ 결집력이 강해서다. 

저간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종교인과세를 둘러싸고, 보수 대형교회를 의식했다는 특혜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데 시행 1년 여 시간이 흐른 지금, 현행 규정마저 완화하려는 움직임이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재차 논란이 거세지는 양상이다. 개정안 통과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단체인 '종교투명성센터'(상임공동대표 곽성근, 김선택)는 입장문을 냈다.

종교투명성센터는 입장문에서  "2018년 1월 1일 발효된 종교인 특혜 소득세법 및 시행령에 이어, 종교계의 요구에 또 다시 헌법상 평등권과 조세평등원칙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라면서 "종교인들은 종교활동비로 소득을 받아가고 어마어마한 퇴직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세금 납부의무가 없거나 쥐꼬리 정도에 불과한 완벽한 특혜계급이 되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소득세법(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이미 대한민국은 민주국가가 아닌 특수계급을 위한 국가가 된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라며 즉각 폐기를 촉구했다. 

이에 맞선 보수 개신교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이미 보수 교단인 예장통합, 예장합동, 고신, 백석대신 등은 지난 달 8일 종교인 과세를 규정한 개정 소득세법이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 소원을 냈다. 

그러나 개신교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없지 않다. 이번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경기 양주)이 발의했다. 정 의원 지역구에서 목회사역 중인 개혁성향의 ㄱ 목사에게 의견을 물었다. 

ㄱ 목사는 "양주시가 인구가 적어 초대형교회는 찾아보기 힘들지만, 중대형 규모의 교회는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 크기와 관계없이 국민이면 세금을 내야 한다. 더구나 일단 종교기관으로 등록만 하면, 보이지 않는 혜택이 많다"며 "그럼에도 세금을 내지 않겠다는 건 상식에 반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한 개정안은, 오는 5일 국회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개정안이 대한민국 국회의 문턱을 넘는다면, 50년 만에 시행한 종교인과세 취지가 단 1년 만에,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손익계산 때문에 퇴색했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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