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갑년 생일에 쫓겨나는 한밭종합운동장
    [김선미의 세상읽기] 갑년 생일에 쫓겨나는 한밭종합운동장
    이전 대책은 막막 대안은 막연, 육상계 한밭운동장 철거 직격탄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4.0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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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편집위원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이사 갈 집은 마련도 하지 못했는데 서둘러 비우라는 바람에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나게 됐다. 주인을 쫓아낸 그 자리에는 원 주인이 아닌 다른 이를 위한 집을 지을 계획이다.”

    이런 납득할 수 없는 일이 지금 대전시에서 벌어지고 있다. 시장의 공약인 신축 야구장 때문에 느닷없이 집을 잃게 된 한밭종합운동장 얘기다. 올해 갑년을 맞은 한밭종합운동장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이사 갈 집도 없는데 비우라는 바람에 집도 절도 없이 쫓겨날 판

    허공에 매달린 까마득한 줄 위에서 오토바이를 타는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주변은 말 그대로 입추의 여지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몇 살 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도 그날의 풍경은 선명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스포츠 행사가 아닌 외국 서커스단의 묘기를 보았던 곳, 공설운동장에 대한 첫 기억이다.
     
    나이 드신 분들은 말할 것도 없고 대전 토박이들에게는 한밭종합운동장이라는 명칭보다 공설운동장이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한밭종합운동장이 조만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에 처하게 됐다. 대전시는 최근 한밭운동장 자리에 새 야구장을 신축하고 야구장 주변을 보문산과 연계한 문화와 관광, 스포츠로 이어지는 관광벨트 조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1959년 대전공설운동장이 완공되며 개장한 한밭종합운동장은 대전 유일의 복합스포츠 공간이다. 당시 충남도민의 성금으로 건립된 한밭운동장은 지금도 대전의 웬만한 스포츠 행사는 거의 치러지고 있고, 여전히 그 역할과 활용가치가 뛰어난, 체육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전의 대표적인 체육시설이다.

    60년 역사 대전유일의 복합체육시설, 새 야구장에 집 내 주다

    이 같은 역사와 의미를 가진 대전 유일의 종합체육시설이 ‘새 것’에 밀려 조만간 사라지게 된 것이다. 백번을 양보해 현재의 한밭종합운동장을 능가하는 새로운 스포츠콤플렉스를 조성하기 위해 현 시설의 철거, 이전이 불가피하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식의 절차와 과정이 과연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가 어렵다.

    대전시는 한밭종합운동장의 철거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나 시민적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이전 대책도 막막하다. 세부적인 내용까지는 아니어도 혼란을 피하기 위한 최소한의 로드맵이라도 제시하는 것이 상식일 텐데 이마저도 막연하기 짝이 없다. 단지 시는 앞으로 용역을 통해 2030년 아시안게임 유치 계획과 연계해 한밭운동장 이전 부지를 검토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밭종합운동장 철거 이전이 현실화 될 경우 직격탄을 맞는 분야가 육상계로 알려졌다. 대전육상계의 우려와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1964년 완공된 축구장인 주경기장에는 400m 트랙 8레인을 갖추고 있다. 대전 유일의 제1종 육상 경기장이다.

    대전시, 트랙만 있으면 육상경기장? 달리기는 할 수 있다지만…

    다른 종목은 대체 시설을 찾는다지만 육상은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철거가 시작되면 축구장인 주경기장의 트랙을 사용할 수 없게 돼 당장 선수들의 훈련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관련 대회도 치를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전시는 공사 기간 동안 한밭운동장 대체 시설로 충남대 종합운동장, 서구 관저체육공원운동장과 대전체육고등학교운동장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육상인들은 이 같은 대전시 제안은 육상에 대한 몰이해와 현장을 모르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이라며 우려를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시가 제시한 대체시설들은 ‘달리기’ 정도는 할 수 있지만 엘리트 선수 훈련 및 경기시설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트랙만 있으면 육상 연습이 되는 것으로 아는 육상경기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무지한 대안 제시라는 비판이다. 

    한밭운동장의 이전 부지 확정, 신축까지는 최소 4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앞으로 4-5년 동안 대전 육상계의 시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비 마련은 또 다른 난제, 세금 낭비로 타당성 조사도 험난

    이사 갈 집을 마련하기도 전에 살던 집부터 허무는 것과는 별개로 야구장 신축과 한밭종합운동장 이전 및 신축에 따른 사업비 조달도 문제다. 야구장 신축비 1360억 원에 더해 최소 1000억 원에서 2500억 원 정도까지 소요될 종합경기장 이전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는 난제가 아닐 수 없다. 대전시가 화수분이라면 상관없지만 말이다.

    한밭종합운동장 주경기장은 지난 2008년에서 2009년 9월까지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를 해 앞으로 수십 년 간 더 사용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 선정이 확정된 후에도 일각에서 야구장 신축을 재고해야 한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이유다. 세금 낭비적 요소 때문에 타당성 조사,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갑년의 역사마저 가벼이 여기면서 정작 이로 인해 파생될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치밀함도 대안도 변변치 않은, 플랜B 없는 대전시 행정이 미덥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불안하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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