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흘러야 한다.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된다”
“강은 흘러야 한다. 정치적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된다”
리뷰] 공주보 처리 둘러싼 논란 검증한 MBC ‘PD수첩’
  • 지유석
  • 승인 2019.04.10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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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편을 통해 공주보 논란의 진위여부를 따졌다. Ⓒ MBC
9일 오후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편을 통해 공주보 논란의 진위여부를 따졌다. Ⓒ M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멀쩡한 보에 왜 손을 대냐' 
'보를 헐어 주민들 교통로 자른다' 
'보 문 열어 지하수 고갈됐다'
'정치적인 접근 아니냐'

지난 2월 환경부 산하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가 산하 공주보 부분 해체 방안을 밝히면서 공주보 인근에 붙은 현수막 문구다. 

공주보 해체 방안이 나오자 인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여기에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가세하고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이 이들의 언사를 여과 없이 보도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현장을 찾아 "전 정권이 한 것은 다 부정하자는 것인데 우리가 어린 것(보 해체)까지 그렇게 할 이유가 있느냐"고 비판했다. 몇몇 의원은 보 철거 결정을 지역감정과 결부시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정용기 정책위 의장이 공주보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한 말을 아래 옮긴다. 

"지금 공주보, 세종보를 먼저 철거하겠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있는 보를 철거하는 것보다 이곳이 저항이 약할 것으로, 반대가 약할 것으로 오판한 것이라고 생각되고 충청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로 모욕감을 느낀다."

9일 오후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편을 통해 공주보 논란의 진위여부를 따졌다. 

가장 논란이 첨예한 지점은 보 해체 시 공주보의 공도교가 철거되고, 보를 개방하면 지하수가 고갈돼 농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다. 먼저 공도교 철거는 사실이 아니다. 홍종호 4대강 조사 평가기획위원회 위원장은 “고심 끝에 그렇다면 보 부분만 해체하고 공도교는 그대로 두는 소위 부분해체라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이어 지하수 고갈 주장 검증을 위해 오이농장과 축사를 찾았다. 오이농장에서 오이는 잘 자라고 있었고, 축사의 소들도 그다지 어려움을 겪지는 않는 모습이었다. 

유구천이나 한천 저수지 등 주민들이 농사에 주로 이용하는 곳의 물사정도 그다지 나빠 보이지 않았다. 한 주민은 현장을 취재하던 임채원PD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기 물 마르면 대한민국 물 다 마르는 거야." 

보 개방이 부정적 영향만 미쳤을까? 2012년 10월 금강보에 물을 가두면서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폐사된 물고기 처리를 담당했던 담당자는 "물고기들이 계속 고통스러워하면서 죽어가잖아요. 그런 게 좀 힘들었죠"라고 회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여름에 녹조가 창궐하는가 하면, 큰빗이끼벌레·실지렁이·붉은 깔따구 등 괴상한 생명체가 나타나기도 했다. 특히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는 환경부 지정 4급수 지표생물이다. 즉, 강의 생태가 최악이라는 의미다. 

2017년 11월 환경부가 금강 상류 세종보 수문을 열자 금강엔 변화가 찾아왔다. 모래톱이 만들어졌고, 여기서만 사는 물떼새가 찾아왔다. 

'갑론을박' 공주, 부여 사례는 훌륭한 '참고사례'

9일 오후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편을 통해 공주보 논란의 진위여부를 따졌다. 현장에서는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 MBC
9일 오후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4대강, 가짜뉴스 그리고 정치인'편을 통해 공주보 논란의 진위여부를 따졌다. 현장에서는 가짜뉴스가 난무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 MBC

이명박 전 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이 환경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표적인 4대강 옹호론자인 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물을 가둘수록 맑아진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3월 자유한국당 정진석 의원의 주선으로 공주에서 강연회를 열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실지렁이나 붉은 깔따구는 청소동물이고 "녹조가 굉장히 중요한, 우리가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것 중에 하나"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 같은 반박에도 보 개방과 이에 따른 금강 유역의 변화는 보가 강의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박 교수가 'PD수첩' 취재진의 검증 질문에 회피하는 태도를 보인 것도 그의 주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보 개방이 농민에게 미칠 영향을 도외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 지점에서 PD수첩은 부여군의 사례를 제시한다. 

4대강 조사평가단은 백제보 수문을 상시개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러자 부여군과 농민은 수문 완전 개방시 생길 수 있는 피해에 대비하고자 정부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PD수첩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했다.

"농민들도 큰 틀에서 강이 흘러야 강이 산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던 거예요. 문제는 당장 농사짓는 데에 물 부족 문제가 현실적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보장하라는 거예요. 그래서 관련 기관들이 함께 모여 고민을 해서 이러한 협약서를 만들어낸 거죠."

부여군과 달리 공주에서는 보 처리를 둘러싸고 논란이 첨예하다. 지역 정치권이 이를 정치 쟁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불거지는 양상이다. 

강은 흘러야 한다. 정교한 학문적 논증이 필요 없는 자연의 이치다. 4대강 보로 인해 강의 생태계에 이상이 생겼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이젠 정치적 공방 보다 환경, 그리고 강에 기대 삶을 살아가는 주민의 시선에서 정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진행자인 한학수 앵커의 클로징 멘트는 진한 여운을 남겨준다.

"이제 우리는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각종 보들에 대해서 냉정하게 따져보고 대책을 세워야 합니다. 강이야 썩든 말든 관심을 두지 않고 갈등만을 부추겨선 안 됩니다. 더 이상 강을 정치의 도구로 삼아서도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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