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팡세 칼럼》 사람 '인(人)' 자 - 자코메티 조각을 통해 본 인간상(The Letter of Human's Shape)
    《파리팡세 칼럼》 사람 '인(人)' 자 - 자코메티 조각을 통해 본 인간상(The Letter of Human's Shape)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9.04.1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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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인(人)' 자 - 자코메티 조각을 통해 본 인간상(The Letter of Human's Shape)

    사람은 홀로 걸어가야 하는 고독한 존재이다.

    스위스 출신 조각가이자 화가인 자코메티(Giacometti)가 1961년에 제작한 이 작품은 높이 183cm의 청동 조각상이다. 극단적으로 가늘고 긴 초췌한 인체를 통해, 비인간화된 현대사회에서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의 실존적 고독을 상징한 걸작이다.

    독일 코메르츠방크가 이 작품을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내놨었는데, 1200만파운드로 시작해 10명 이상이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8분여 뒤 익명의 고객이 전화로 6,500만파운드, 약 1억430만달러(우리돈 1190억원)에 팔렸다. 경매사상 최고가였다고 한다.

    천 백 구십억!! 입이 딱 벌어진다.

    무엇이 이토록 자코메티의 작품값을 높게 만든 것일까?

    거의 모든 조각가들은 조각을 시작하기 전 작업대에 설치한 철골 위에 점토를 붙여 나간다. 근육을 설명하고 표정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이다.

    그러다 보면 군더더기가 많이 붙게 되고 많은 설명이 따라 붙게 된다. 이게 일반적인 조각가들의 표현기법이다.

    그러나 자코메티는 도리어 군더더기를 떼어냈고 최소한의 앙상한 골격만 남겼다. 나약하고 초라한 인간상을 표현하는 데 이 이상의 구차한 설명은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이제까지 해왔던 조각의 본질과 통념을 깨고,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방법으로 인간의 본성과 본질을 표현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재료비조차 절감할 수 있게 된 이 인간상이 경매사상 최고가를 받게 된 것은 아이러니일 뿐더러, 인간의 아름다움이나 근육질의 리얼리즘을 표현한 신출귀몰할 기막힌 손재주에 있었던 게 아니라, 모든 군더더기와 잡된 설명을 모두 배제하고 오직 인간이 갖는 처절한 고독 그 하나만을 파악해내고 표현할 수 있었던 그의 탁월한 통찰력과 사유에서 비롯된 것이다.

    "너무 많은 설명은 본질을 파악하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정택영 / (파리 거주 화가, 칼럼니스트)

    Takyoungj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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