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①] 대전 철도역사 산물 '증약터널', 흙더미에 묻힌 채 방치
[커버스토리 ①] 대전 철도역사 산물 '증약터널', 흙더미에 묻힌 채 방치
경부선에서 가장 오래된 터널로 역사적 가치 높지만 보존·관리 전혀 없어
  • 남현우 기자
  • 승인 2019.04.1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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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무렵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 철도가 준공되던 때다.
일본의 주도로 경부선 철길이 깔리면서 대전에는 여러 터널이 생겨났는데, 이 중 한 곳이 대전 동구 세천동과 신상동 일원에 있는 증약터널이다.
증약터널은 경부선 전체 노선에서 가장 오래된 터널로, 당시 건축과 철도기술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을사늑약 체결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하야시 곤스케의 휘호도 이 곳 증약터널의 머리맡에 간판처럼 걸려 있는가 하면,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 고립돼 실종된 미군 소장을 구해 낸 故 김재현 기관사의 일화까지, 증약터널은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증약터널의 현재 모습은 흙더미에 온 몸이 묻혀 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증약터널의 정면에는 터널의 몰골을 비웃듯, 수억 원을 들여 조성된 세천체육공원이 들어서 있다.
'가치를 인정받은 대전 철도역사의 산물 증약터널, 방치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지역의 문화유산 관리 문제를 짚어 본다.

대전시 동구 세천동 제1증약터널. 오랫동안 방치돼 흙으로 입구가 막혀 있다./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대전시 동구 세천동 제1증약터널. 오랫동안 방치돼 흙으로 입구가 막혀 있다./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굿모닝충청 남현우 기자] 대전의 한 역사 유적이 지역사회의 무관심 속에 방치돼 빛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 철도역사와 6.25전쟁사 등이 담겨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증약터널이 아무런 보존 노력없이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0일 대전 동구 세천동 세천체육공원 인근 야산을 찾았다. 길이라고 볼 수 없는 공터를 따라 골짜기로 들어서니 흙으로 입구가 막혀버린 제1증약터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대전시 동구 세천동 제1증약터널. 오랫동안 방치돼 흙으로 입구가 막혀 있다.
대전시 동구 세천동 제1증약터널. 오랫동안 방치돼 흙으로 입구가 막혀 있다./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터널 앞은 낙엽으로 가려져 습지가 형성된 탓에 발을 딛기 어려웠다. 터널의 왼쪽 비탈을 따라 어렵사리 다가갔고, 터널 곳곳에서 총탄으로 생긴 흔적도 발견할 수 있었다.

조선시대 주한공사였던 하야시 곤스케의 '악신경분(嶽神驚奔, 악한 신이 놀라 달아나다)' 휘호도 보였다.

일제강점기 시절 경부선이 준공될 시기에 대전에도 여러 개의 철도터널이 생겨났는데, 증약터널은 이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터널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눈 앞에 마주한 '최고(最古)' 터널의 모습은 초라하기만 했다.

(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제1증약터널 곳곳에는 총탄으로 생긴 흔적이 발견됐다.
제1증약터널 곳곳에는 총탄으로 생긴 흔적이 발견됐다./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증약터널은 이희준 전 대전대 건축학과 교수(현 대전도시재생센터 도시기획팀장)의 연구를 통해 주목받았다.

지난 2010년부터 연구를 시작한 이 교수는 4년 후인 2014년 터널의 건축학적 구조는 물론, 조선 말 일본 주한공사로 을사조약 체결에 앞장섰던 하야시 곤스케의 휘호가 적힌 액석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밝혀냈다.

이후 문화유산과 관련한 지역의 연구기관들이 보존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고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대전문화유산 안여종 대표는 "증약터널이 지니고 있는 역사적 가치는 매우 높지만 지자체를 비롯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부족하다"며 "증약터널을 비롯해 그동안 발견되지 못했던 지역 문화유산 발굴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제1증약터널 곳곳에는 총탄으로 생긴 흔적이 발견됐다.
제1증약터널 곳곳에는 총탄으로 생긴 흔적이 발견됐다./굿모닝충청=남현우 기자

한편 지난 1905년경 대전 동구 세천동과 신상동 일대에 건립된 증약터널은 당시 경부선 부산방면 증약역 사이에 부설됐다.

제1·2·3터널 등 총 3개의 터널로 구성돼 있는 이 터널은 지난 1919년 곡선 구간을 직선형으로 개량하는 '선형개량공사'에 따라 폐쇄됐다. 현재는 세천터널이 증약터널을 대신해 사용되고 있다.

증약터널은 지난 1950년 6.25전쟁 당시 미 제24보병사단 윌리엄 딘 소장을 구출한 故 김재현 기관사의 일화와도 관련이 있어 건축 및 역사학계에서 가치가 높은 유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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