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세월호 유가족 피해자분들께 아픔을 드렸다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한다.” (4월 16일)
“5·18 희생자들에게 아픔을 줬다면, 유감을 표한다.”(2월 10일)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의 망언이 터질 때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모두 한결같이 가정법을 동원한 '조건부 유감' 입장 표명으로, 어느새 상투적이고 관성적인 나 의원만의 개인 어법으로 자리매김한 듯한 인상이다.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 '-다면'은 "어떠한 사실을 가정하여 조건으로 삼는 뜻을 나타내는 연결어미"라고 규정하고 있다. 나 원내대표의 유감 표명에 대한 통사구조를 간추리면, "(한국당 의원들의 발언이) 피해자/희생자들에게 아픔을 드렸/줬다면, (내가) 유감을 표시/표한다"와 같이 되어 있다. 조건부적 전제가 깔린 논리구조라는 이야기다.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가정적 화법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와 번역가 최인호 씨가 사회학적 시각과 심리학적 측면에서 신랄한 비판을 내놓아 주목된다.
먼저 전 교수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만하고 파렴치한 권력형 성추행범의 전형적인 ‘유감’ 표시법”이라고 일축한 뒤, “이런 인간성을 가진 자들은 절대로 미안, 죄송, 사과 등의 단어를 쓰지 않는다. 인간성은, 성별과 무관하다”라고 적었다. 나 원내대표의 '...하였다면' 식의 유감 표시를 오만하고 파렴치한 권력형 성추행범들이나 쓰는 몰인간적인 표현이라고 호되게 후려친 것이다.
최 씨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건 정진석, 차명진보다 더 교묘하게 세월호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가슴을 후벼파는 사악한 발언”이라고 혹독하게 평가했다.
이어 “유가족이나 피해자 분들께 아픔을 줄지 안 줄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아니냐”며 “본인이 모르겠다는 이야기고 못 느낀다는 이야기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이거 아무래도 사이코패스인지, 소시오패스인지, 아니면 다른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사이코패스도, 소시오패스도 아니라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매우 의아해했다.
거푸 “정말로 사악한 가정법 아니냐”고 묻고는 “니가 아프다고 주장하니까, 아픈 걸로 인정해주겠다. 그런데 나는 잘 모르겠다. 이런 이야기 아니냐”라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타인의 아픔과 정서에 대한 공감 세포가 전혀 없는 사이코패스는 태어날 때부터 감정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을 말하고, 소시오패스는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아 감정 관장 뇌 영역이 발달하지 않은 사람들을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