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대전 동구 성남동의 현대그랜드오피스텔.
주변 2,3층 건물들 사이로 우뚝 서있어 유난히 눈에 띄지만 실상은 유령 건물이다.
1992년 지하 5층, 지상 18층, 429실 규모로 건축된 이 오피스텔은 당시 지역 최대 번화가인 대전역과 가까워 수요자들이 사무용 오피스텔로 눈독을 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전 관리사무소장이 지난 2011년 5월 약 7000만 원의 전기요금, 수도료 등을 체납해 전기와 수도가 끊겨 세입자가 하나둘 씩 떠나 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7일 찾은 현대오피스텔은 대낮임에도 어두운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오피스텔 1층에는 슈퍼와 금은방 등 몇몇 가게가 지하에서 전기를 끌어다 운영 중이나 생기를 느끼기엔 부족했다.
상인들에게 경위를 물어보자 손사래를 쳤다.
우연치 않게 만난 오피스텔 소유주 A씨로부터 당시 상황을 짤막하게나마 들을 수 있었다.
“나쁜 사람들이 전기세란 전기세는 다 받아 놓고 제대로 안 냈어요. 우리는 관리비만 꼬박꼬박 내면 문제없는 줄 알았죠. 현재 건물을 관리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방치되고 있어요”
그 말이 사실인 듯 건물 외벽 대부분은 깨지고 빛이 바랬다. 가게 입구를 제외한 다른 유리문 모두 녹슨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고 손잡이엔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잡기 주저할 정도였다.
유리문 사이로 보이는 건물 내부 모습은 더 암울했다.
천장은 무너져 있었고 언제 온지 모를 우편물들이 널브러져 폐건물의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건물 근처 인도 보도블럭은 깨진 지 한참 돼 보였다. 대낮이라 다행이지 어두운 밤에는 발을 헛디뎌 넘어질 거 같았다. 환풍구를 덮고 있는 낡은 장판 주변에는 담배꽁초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주민 B씨는 “이 큰 건물에 아무도 안 사니까 이 주변에서 학생들이 흡연을 하는 등 우범지대가 됐다”며 “폐건물 된 지 거의 십 년 다 돼 가는데 어떠한 조치도 없다. 밤만 되면 너무 어두워 주민들도 무서워한다”고 했다.
간혹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건물 사진을 찍고 갔다고 한다. 그럴 때마다 현대오피스텔에 대한 조치가 있을 줄 알았으나 수년 째 깜깜무소식이자 주민들은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실제로 동구는 민간 소유의 현대오피스텔의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갖고 있지 않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현대오피스텔 내 비상대책위원회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그들을 찾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활동이 없다는 전언이다.
B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피스텔 철거 후 새 건물을 지을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활용할지 여부를 전혀 모르니 답답할 뿐입니다. 주민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관리될지 알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