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광진의 교육읽기] 인간다운 삶 추구 창의적 체험활동 제 길 가고 있나?
    [성광진의 교육읽기] 인간다운 삶 추구 창의적 체험활동 제 길 가고 있나?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5.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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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굿모닝충청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아이가 중학교에 올라가 학교 생활하면서 실망이 크더라구요.”

    중학교 신입생 학부모가 걱정이 있는 모양이다.

    “무엇 때문에 실망했다고 그래요?”

    “학교의 동아리 활동 때문인데요. 아이가 원하는 부서에 들어가지 못해 실망이 크더라구요. 인기가 있는 몇 개 동아리에는 아이들이 몰려서 가위바위보로 결정하고 남는 동아리에 억지로 배정했다고 해요.”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아이 말로는 전혀 재미가 없다고 해요. 글쎄 우리 애 담임이 영어 교사인데 연극부를 맡았다고 해요. 그러니 제대로 잘 되겠어요. 그나마 일주일에 두 시간이라는데 그 시간에 무엇을 제대로 하겠어요. 교사들은 아마추어지, 애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동아리 활동도 아니지.”

    “그래도 중학교는 부담이라도 없지. 우리 애같이 고등학교에 다녀 봐요. 동아리도 신경이 보통 쓰이는 게 아니에요. 대학 입시에서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비중이 꽤 크잖아요. 학생부(학교생활종합기록부)에 보면 담임교사와 담당교사들이 써주는 특기사항이 있는데 이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고등학생 학부모는 벌써 창의적 체험활동에 대해 웬만한 전문가 수준으로 중학교 학부모를 제법 가르치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학생부에 활동만 단순하게 기록하면 아무 쓸모없는 것이 되어 버려요. 그래서 활동을 하게 된 이유와 과정, 활동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구요. 또 거기서 배우고 느낀 점과 발전 가능성까지 기록되어야 하는데, 기록하는 담당 선생님이 어떻게 적어주느냐가 중요하거든요. 그래서 고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이 운영위원이나 학부모회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아요.”

    굿모닝충청 자료사진(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굿모닝충청 자료사진(기사 내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창의적 체험활동(이하 창체)은 초·중등 교육과정에서 교과 이외의 활동으로 창의성을 발휘하고 인격을 도야하자는 교육을 말한다. 창체를 강조하는 배경에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학습흥미도와 학교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점도 작용했다. 결국 창체는 교과공부 이외에 다양한 체육과 문화 활동의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의 전반적인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려는 것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은 영역별로 자율활동, 봉사활동, 동아리활동, 진로활동 등 4가지로 나뉜다. 자율활동은 학교 조직에 적응하거나 체육대회나 수련활동 같은 각종 행사나 학급회의 학생회의와 같은 자치 활동에 관한 내용이다. 봉사활동은 말 그대로 교내외에서 어려운 친구, 사회적 약자 또는 취약계층을 돕거나 자연환경을 보호하는 활동 등에 참여하는 활동이다. 동아리활동은 문화 예술 스포츠 활동뿐 아니라, 요리, 설계, 목공, 로봇제작 등과 같은 노작 실습활동 등을 포함하고 있다. 진로활동은 자기 이해와 함께 진로를 탐색하고 계획하고 더 나아가 직업 체험과 같은 활동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한마디로 교과학습 이외의 학교에서의 모든 교육과정이 창체활동이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취지의 창체는 과연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문제는 대부분의 고등학생들은 입시에 제공될 평가자료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계획하고 활동하도록 만들어진 제도가 입시 스펙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창체활동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버린 탓이다. 이러한 경향은 중학교에서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 스스로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추어 창체 활동을 해야 하도록 하는 것이니, 열린 사람이 아니라 닫힌 사람을 지향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심지어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찾아 돕는 학생들의 봉사적 삶마저 입시 지향적인 활동으로 변질되고 말았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거기에다 학부모의 인맥이나 경제적 능력에 따라 활동의 폭이 달라질 수 있어 또 다른 차별을 만들어낼 수 있다. 결국 학생들 입장에서는 고달픈 입시의 굴레 속에서 또 다른 일감만 늘어났다.

    그렇다면 입시에서 창체활동을 제외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교과 학습 성적만으로 입시를 치르면 학교는 창체활동을 아예 배제할 가능성이 많다. 지금도 입시와 관련 없는 교과목은 학생들의 외면을 받거나, 교육과정에서 있으나마나한 취급을 받는 것이 현실이다.

    앞으로 펼쳐질 인공지능시대에서는 교과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창의력과 도덕성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창체활동은 학교에서 더욱 강조하고 그 내용도 더 깊이 발전시켜야 한다. 따라서 입시경쟁을 완화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입시경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방안도 논의되어야 하고, 서열화된 대학을 특성화된 대학으로 바꾸어나가는 방안이 논의되어야 한다. 정시와 수시의 비율을 두고 학부모와 교육계가 모두 논쟁에 나서고 학생부의 기재 방법을 두고 첨예하게 다투는 것은 본질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경쟁도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교육의 본질을 죽이는 경쟁은 바꾸어야 한다.

    우리들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은 국민들이 입시 정책의 개혁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그것이 창의적 체험활동을 제대로 되살리는 길이고, 더 나아가 교육을 살리는 길이다. 그만큼 창의적 체험활동은 아이들의 삶에서 중요하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육과정에서 입시학원과 가장 크게 다른 이유가 창체활동이라는 점을 우리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차라리 학교를 없애고 입시학원에 아이들을 맡기자는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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