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5] 천안종합운동장 팽나무...마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살려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5] 천안종합운동장 팽나무...마을 사람들의 정성으로 살려내
1년 여 준비 끝에 두정동 말우물 마을에서 백석동으로 옮겨져
수 없는 난제 하나씩 풀어가며 육로로 이동...새로운 터전 마련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05.06 12:22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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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4일 날씨 맑음.

오늘 팽나무가 이사 갔다.

사실은 쫒겨 난 거다.

500년 넘게 이곳에서 살아 왔는데...

불쌍하다.

혹시나 마음에 상처를 입어 시들해지는 건 아닌지...

마을 어른들이 걱정하시는 소리를 들었다.

이사가서도 잘 지냈으면 좋겠다.

[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 채원상 기자] 식목일을 하루 앞둔 이날, 일기를 쓴 어린 아이가 살고 있는 천안시 두정동 말우물 마을은 분주했다.

토지구획정리 사업지구 안에 있던 500년된 보호수 팽나무를 백석동 종합운동장에 있는 연못 앞으로 옮겨 심는 날이었다.

수고 10m, 수관폭 13m, 근원경은 1.2m인데다 분둘레는 15m, 무게는 자그마치 35톤이 넘는 나무를 옮겨 심는 일은 말 그대로 ‘장난’이 아니다.

어찌해 잘 옮겨 심는다 해도 500년 동안 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 온 보호수가 과연 잘 적응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이듬해 천안에서 전국체전이 개최될 예정이었다.

주경기장이 될 백석동 천안종합운동장 앞에 심겨져 또 다른 상징물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어디까지나 희망일 뿐이었다.

이날 팽나무의 이사(?)는 무려 1년이라는 준비기간 끝에 실행에 옮겨졌다.

이동거리만 3.1km.

처음에는 헬기로 수송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35톤이 넘는 무게를 감당할 헬기를 찾는건 쉽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육로이동을 결정했지만 이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대중교통과의 마찰은 물론이고 가는 길에 수 없는 전기, 통신선로를 피해 경로를 설정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다 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반세기를 넘게 자리잡은 자연문화재를 죽이지 않고 잘 살려내는 일이었다.

1년 전부터 뿌리돌림은 해놓은 채로 겨울을 적응하게 했지만 뿌리분을 뜨는데만 일주일 이상 소요됐다.

수목 가지 하나하나에도 손상이 가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느나 뱀샘 작업이 이어졌다.

이식 당일 현장에는 160톤 크레인, 75톤 트레일러, 15톤 덤프트럭 등이 동원됐다.

특수제작한 받침틀과 장비의 도움으로 트레일러에 올라 앉은 팽나무는 15분이면 도착할 거리를 2시간이나 넘게 돌아 새로운 보금자리를 잡게 됐다.

“신께 빌어달라”는 주민 요구로 고사지내

1년여 준비 끝에 온갖 장비가 동원돼 이식이 진행됐지만 마을 사람들은 안심이 되지 않았다.

때 아닌 폭설이 내려 당초 이식하기로 한 날이 뒤로 미뤄지는 등 불길하기만 했다.

마을 사람들은 이식에 앞서 고사를 지내게 해 달라고 천안시에 요구했고 천안시는 이를 받아 들였다.

마을 사람들의 정성 때문이었을까?

종합운동장에 둥지 튼 팽나무는 튼실하게 살아 남아 종합운동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의 기념촬영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천안종합운동장 팽나무가 500년 그 이상의 역사를 담게 되길 기원해본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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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태 2019-08-07 21:26:02
천안크레인 041)557-0006
160톤크레인으로인양작업
그당시 팽나무 무게가 17톤이었어요

천안크레인 2019-05-18 08:04:24
저희 천안크레인에서 작업했을당시 팽나무에 까치둥지 어린새들이있어서 어미가 같이이동했어요
감동적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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