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광주는 왜 또 다시 분노해야 했을까?
2019년 광주는 왜 또 다시 분노해야 했을까?
리뷰] 5.18 또 다른 진실 발굴한 MBC ‘PD수첩’
  • 지유석
  • 승인 2019.05.08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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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다시 광주다. 2019년 새해 첫날부터 광주는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이 와중에 광주 시민은 과거의 아픔을 곱씹어야 했다. 

광주는 5월에도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3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광주를 찾았다. 광주시민은 황 대표를 향해 이렇게 외쳤다. 

"5.18 망언 종북몰이 황교안은 물러가라!"

황 대표는 광주시민의 거센 항의를 받고 도망치듯 자리를 피했다. 그러나 끝내 사과는 하지 않았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7일 '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편을 통해 광주 시민이 왜 이토록 아파하는지 추적해 나간다. 

전두환을 정점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광주 시민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차별 발포한 건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강력한 살상력을 지닌 헬기 사격이 있었음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조사와 최근 잇따르는 관련자 증언을 통해 사실임이 확인되어 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그 실상을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분노가 치민다.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7일 ‘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 편에서 당시 공수부대 장교의 증언을 방송했다. 이 장교는 계엄군이 시민들을 조준사격했다고 증언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7일 ‘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 편에서 당시 공수부대 장교의 증언을 방송했다. 이 장교는 계엄군이 시민들을 조준사격했다고 증언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PD수첩 취재진은 여기에 더 놀라운 일들을 발굴해 낸다. 먼저 광주에 있던 공수부대가 시민들을 조준사격했다는 증언과 정황이다. 당시 11공수 지대장이었던 신동국 중위는 이렇게 증언했다. 

"그때는 무차별 난사를 한 것이 아닙니다. 정조준을 한 거예요, 조준 사격을 한 거예요."

이뿐만이 아니다. 계엄군은 광주는 물론 시 외곽과 인근인 해남 우슬재에서 학살행위를 자행했다. 5.18당시 해남 93연대 2대대 방위병으로 근무했던 천대진 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이거는 완전히 훈련이 아니고 실전이잖아요. 한 2, 3초, 수십, 수백 발이 나간 거예요. (시민들이 탄) 그 차를 향해서."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훈련 받은 군인이 시민을 향해 정조준 사격을 했다니, 실로 경악스럽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다. 

광주교도소나 해남우슬재에서 수많은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 5.18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가 생사가 불분명해진 이들은 76명에 이른다. 39년이 지났지만 이들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광주 ‘소환’, 보수는 무엇을 노리나? 

방송을 보면서 군인들이 또 얼마나 죽였을까,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광주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네 차례나 있었다. 그러나 밝혀낸 것보다 밝혀내야 할 의문이 더 많아 보인다. 이 와중에 광주 시민의 마음은 얼마나 부서지고 상했을까?

그러나 이것만으로 광주 시민이 아파하는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다. 2019년 벽두 광주는 새삼 여론의 장으로 '소환'됐다. 장본인은 놀랍게도 전두환 씨의 아내 이순자 씨였다. 

이 씨는 올해 1월 1일 극우성향 매체 <뉴스타운>과 인터뷰에서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거짓말쟁이가 아니면 뭔가 씌워서 그런 거다, 이렇게 확신을 가졌기 때문에 (회고록)책에서 쓴 것이 아닌가. 광주에 파견돼 자기 임무를, 정당한 임무를 수행한 국군 장병들이 헬기에서 기총소사를 했다는 허위 주장 때문에 뒤집어쓰게 될 학살자의 누명을 반드시 벗겨줘야 하겠다 하는 책임을 절실하게 느낀 게 아닌가."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는 PD수첩 취재진의 검증 질문에 신경질 적인 태도를 보였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지만원 씨는 PD수첩 취재진의 검증 질문에 신경질 적인 태도를 보였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다음 달인 2월엔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해온 지만원 씨가 국회에 등장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이종명, 김순례 의원 등은 5.18공청회를 주관하면서 지 씨를 강연자로 불러들인 것이다. 지 씨는 공청회에서 자신이 해왔던 주장을 반복했다.

"5.18은 북한 특수군 600명이 일으킨 게릴라 전쟁이다. 그리고 시위대를 조직한 사람도 없고 지휘한 사람도 한국에는 없다. 그 다음에 광주의 영웅들은 이른바 북한군의 부역한 부나비들이다."

5.18광주민주화 운동 진압을 지휘했던 지휘관은 승승장구했다. 전두환 씨는 광주를 발판 삼아 최고권력을 거머쥐었다. 부하 지휘관도 잇달아 요직을 꿰찼다. 이들은 광주 진상규명 목소리가 높아질 때 마다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이런 행태는 광주 시민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40년이 가까워오는 시점에서 보수를 참칭하는 세력이 '광주 북한군 개입설'을 공공연히 인터넷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퍼뜨렸다. 그리고 보수 야당은 이런 주장을 일삼는 자를 국회로 끌어들였다. 이러니 광주 시민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다. 

저간의 상황을 되짚어 보면, '광주'를 소환한 장본인은 보수 정치세력이다. 이들이 광주를 정쟁거리로 이용하는 이유는 이들의 정체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순자 씨를 인터뷰한 <뉴스타운> 논객 조우석 씨는 인터뷰 중간 "5공화국은 찬반 문제가 아니다. 5공화국에 대한 증오는 반(反)대한민국 정서를 만들어 내는 교두보"라고 요약했다. 5.18공청회를 주최한 김진태 의원은 "5.18문제만큼은 우파가 결코 물러서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당장의 정치적 이익 때문에 광주의 아픔을, 더 나아가 대한민국 현대사의 아픔을 왜곡 날조하는 움직임은 실로 끔찍하다. 그럼에도 보수진영은 기세등등하다. 

자유한국당은 5.18망언 3인방 중 김진태 의원에겐 경고, 김순례 의원에겐 3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만 내렸다. 황교안 대표는 더 이상의 사과는 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또 ‘5.18진상규명특별법’에 따른 진상규명위원 구성에도 자질시비가 일고 있는 인사를 추천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조사위원 구성에 대해 청와대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뿐만 아니다. 턴라이트 등 보수단체는 39주년을 맞는 오는 18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금남로 4가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단체는 '5·18 유공자 명단 공개' 등을 요구하며 300여 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알렸다. 

PD수첩은 이번 '2019, 광주가 분노한 이유'편을 통해 당시 공수부대 장교, 군 복무자, 광주교도소·해남 우슬재 등 알려지지 않은 추가 피해자의 증언을 발굴해 세상에 알렸다. 이 증언은 앞으로의 진상규명에 의미 있는 증거로 쓰여지리라 생각한다. 

보수 진영이 광주의 아픔을 왜곡 날조해 일시적으로 정치적 이득을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증거 앞에선 겸손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는 사람의 일이다. 타인의, 아니 공동체의 아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이 발붙일 곳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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