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비행기태우기는 아동학대, 그럼 모차르트 아버지는?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비행기태우기는 아동학대, 그럼 모차르트 아버지는?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 승인 2019.05.08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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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나는 늙었고 하나님이 언제 불러 가실지 모른다. 그러나 결코 빚더미위에서 죽지는 않을거야. 내가 숨을 거두자마자 우리 집안의 모든 것들이 빚잔치로 팔려나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네 봉급이 있어야만 내가 몇 년 안에 모든 빚을 갚고 평화롭게 죽을 수 있다. 나는 꼭 그래야 하고, 반드시 그럴 것이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의 아버지 레오폴트(1719-1787)가 아들에게 보낸 편지는 아주 절박하다. 아들에게 경제적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잘못되었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그는 모차르트를 가정경제를 책임지는 ‘도구’로 삼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든다.

    전기불도 없던 시절 그는 모차르트에게 밤 9시30분까지 피아노 연습을 시켰고, 일곱 살의 모차르트는 어른들도 견디기 어려운 일정으로 3년 반 동안 유럽연주여행을 마쳐야 했다. 어린나이의 신동임에도 연주와 작곡에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2년 동안 일곱 살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소년이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헝겊을 씌운 채로 건반을 훤히 내려다보며 치는 것처럼 연주합니다. 어떤 음을 들려주어도 정확하게 음을 맞춥니다. 피아노만이 아니라 오르간으로도 즉흥곡을 머리에서 금방금방 뽑아냅니다!”라고 홍보에도 열을 올렸다.

    절정은 그가 낸 신문광고다. “주중 날마다 정오에서 2시까지 모차르트 어린이의 재능을 생생하게 확인하는 기회 제공, 어떤 곡을 가져와도 초견 연주 가능, 즉석에서 하프시코드 없이 저음부 완성 가능”

    레오폴트가 지금시대에 있었다면 아동을 학대한 비정의 아버지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아동의 건강과 정신적인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행위로 인정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아들을 사랑해서 그랬다는 변명은 오늘날의 법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레오폴트가 살아 돌아왔으면 틀림없이 놀랄만한 판결이 지난해에 나왔다. 우는 아이를 달래려고 '비행기놀이'를 하다가 떨어뜨려 숨지게 한 친아버지에게 아동학대죄가 적용되어 유죄(징역 3년6월, 120시간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이수)가 선고됐다(대법원 3부). 아이를 달래려고 비행기놀이를 했을 뿐이지 사고를 예측할 수 없었고, 학대는 더더욱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대법원은 과격한 비행기놀이 자체가 아동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아버지의 행동이 ‘학대’임을 뒷받침한 것은 흔들린 아이증후군이라는 의료진의 소견이었다. 문제의 증후군은 2세 이하의 유아가 울거나 보챌 때 심하게 흔들면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사망한 아이에게서 망막출혈 등이 발견된 것은 전형적인 흔들린 아이 증후군의 근거라는 것이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동학대처벌법)에 따르면 아동학대 범죄로 아동을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아동복지법을 보면 아동학대란 성인이 아동의 건강을 해치거나 정신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말한다. 또한 아동학대범죄란 보호자에 의한 형법상 폭행죄, 학대 죄 등을 포함한다.

     아동학대죄는 반드시 계획적인 학대의 의도가 있어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학대의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나 위험을 인식했거나 예견만 했어도 성립될 수 있다. 지난 2004년 대법원은  행위자의 진술이 아닌 행위의 형태,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해당 범죄의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지를 고려해 판단한다고 하였다.

    아동학대는 부모를 비롯한 아이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은 지난 해 12월 2017 아동학대현황보고서를 발간했는데, 다시 한  번 이런 경향이 확인되었다. 부모의 학대가 76.8%(1만7177건)로 주류를 이루었다. 또한 초중고 교직원, 보육교사 등 대리양육자의 학대가 3,343건(14.9%)이었다.

    아동 1000명 당 학대 피해아동 수를 의미하는 아동학대 발견율 역시 2.64‰로 증가하였다. 미국(9.1‰) 이나 호주(9‰) 등 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수치이지만, 최근 몇 년 간 우리나라의 발견율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아동학대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학대자의 개인적인 요인이 있다. 정신장애나 어린 시절의 학대경험, 자녀에 대한 과도한 기대, 충동과 감정조절이 이우러지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가정의 환경에 기인하는 경우도 있다. 부양자가 실업상태에 빠져 빈곤한 상황에 빠져있거나 가정폭력이 빈번한 가정이라면 학대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 학대받는 아동을 돌보아주고 지지할 세력이 부족한 환경도 문제가 된다.

    자녀를 사랑의 결실이 아닌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체벌을 당연시 하는 가정분위기도 학대를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아동에 대한 폭언이나 폭력이 허용되는 가치와 규범을 가진 집단과 교류하는 것도 부정적으로 보아야 한다.

    아동자체에 의한 요인도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특이하거나 장애가 있는 경우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부모에 의해 종종 폭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밥을 잘 먹지 않거나 잠을 자지 않고 보채는 경우, 학대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이외에도 부모의 갈등, 자녀수가 많을 때, 원하지 않는 자녀를 낳았을 경우, 지지 세력의 부재 등에의해 학대가 촉진될 수 있다.

    일시에 또 완벽하게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근절시키는 비방은 없다. 아동학대는 ‘분명한 범죄’라는 인식과 공감대 마련은 그 단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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