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내가 누군 줄 알아?” 정치 ‘혐수막’ 단속 실현될까?
    [김선미의 세상읽기] “내가 누군 줄 알아?” 정치 ‘혐수막’ 단속 실현될까?
    대전시 현수막 청정지역, ‘쇼’ 안 되려면 힘 있는자·기관 불법부터 단속해야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5.1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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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나 밀었어요? 국회의원을 밀어? 나 밀었잖아, 사과해. 경호 책임자 나와!"“의원님 오해 마시죠. 잘못했습니다”

    특권 의식에 기댄 갑질을 ‘희화’적으로 보여준 어느 날 국회 풍경

    선거제도 개편안과 고위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던 날의 국회 풍경이다.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던 자유한국당 의원이 ‘회의 중 폐문’ 표시가 붙어있는 회의장 문을 열고 나가려 하자 이를 말리던 국회 직원에게 퍼부은 폭언이다.

    당시 국회 회의장은 질서 유지권 발동으로 정해진 출입구로만 통행해야 했다. “국회의원을 밀어!”라며 거칠게 항의하는 ‘국회의원 나리’에게 직원은 주어진 임무에 충실했을 뿐, 아무런 잘못도 없이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완장 찬 이들의 안하무인적 태도는 ‘갑질’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 곳곳에서 진절머리 나게 자행되고 있다. 이날의 국회 풍경은 자신들이 만든 법조차 무력화 시키는 정치인들의 오만함과 특권 의식에 기댄 막무가내를 상징적으로 그리고 ‘희화적’으로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압권이다. 물론 모든 정치인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곳 저곳 마구잡이로 걸린 정치인·정당 현수막은 모조리 불법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예타 면제 환영’ ‘야구장 지켰습니다’ ‘△△ 사업에 국비 ○○를 확보했습니다’ 굵직한 사업이 결정되거나 예산 국회가 끝나면 자신의 업적으로 포장해 홍보하는 현수막이 부지기수로 걸린다. 몇 몇 의원은 큼직한 자신의 얼굴 사진까지 넣고 있다. 국회의원, 시의원, 구의원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다음 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예비 정치인들도 빠지지 않는다.

    지역숙원 사업, 국비 유치 홍보 등은 애교다. 패스트트랙 처리처럼 여야가 극렬하게 대치하거나 상대 당을 공격할 때는 표현 수위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증오심을 담은 막말은 기본이고 심지어 왜곡 날조도 서슴없이 등장한다. 오죽하면 현수막이 아니라 ‘혐수막’이라는 비아냥이 나올까.

    옥외광고물법상 현수막은 관할 지자체에 신고를 거쳐 지정된 게시대에만 설치해야 하며 당연히 소정의 사용료도 지불해야 한다.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장소에 걸린 현수막은 정당 홍보물일지라도 당연히, 모조리 불법이다.

    청정 지역 지정하지 않아도 현행법으로 단속 가능, 의지가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과 정치인들이 지정 게시대에 현수막을 부착한 경우는 과문한 탓인지 거의 본 적이 없다. 대부분은 전봇대, 교통신호등 기둥, 가로수 사이 등 마구잡이로 걸려있다. 마치 “내가 누군지 알아?”라며 법과 원칙 따위는 시쳇말로 X무시한, 한줌도 안 되는 특권의식이 뼛속까지 절어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처럼 말이다.

    대전시는 대전방문의 해를 맞아 지난달 말부터 '불법 현수막 없는 청정지역' 10곳을 지정 24시간 단속에 나서고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부분이 “불법현수막 게시는 누가 게시했는지 주체를 구분하지 않겠다”는 천명이다. 불법 현수막의 대다수가 ‘생계형’ 민간 현수막이 아닌 불법을 단속하고 지켜야 할 공공기관이나 정당과 정치인이 게시한 공공용과 정치활동 홍보물들이기 때문이다.

    사실 청정지역 지정을 통한 무관용 단속이 아니어도 현행법만으로도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단속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지자체들이 “내가 누군 줄 알아?”라고 강변하는 듯한 정치인과 정당의 위세에 눌리거나 눈치를 보느라 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다. 대전시가 과연 눈치를 보지 않고 이를 근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서민만 잡지 말고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전시 전역 확대

    공공기관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 단속의 어려움은 철거 2015년부터 17개 시‧도 중 최초로 ‘불법 현수막 수거보상제’를 시행하고 있는 서울시의 사례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불법현수막 정비실적을 보면 상업용이 97.2%에 달한 반면 공공기관이나 정당에서 게시한 현수막은 겨우 2.8%에 그쳤다. 수거보상제 실적도 공공현수막은 고작 0.7%에 불과했다.

    과연 공공기관과 정치인들의 불법 현수막이 없어서였을까? 공공기관이나 정당 현수막을 잘못 철거했다가는 봉변을 당할까 눈치 보느라 결과적으로 서민들만 잡은 꼴이 된 것이다.

    인천시 남동구는 몇 해 전 정치인들의 명절 현수막을 불법 광고로 규정, 5800만 원이 넘는 과태료를 물린 적이 있다. ‘불법 현수막 주체를 구분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대전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법 현수막만 사라져도 막대한 예산의 도시 디자인 100배의 효과

    단속 공무원과 관계자들이 ‘힘’ 있는 자들의 눈치를 보며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순간 전시행정을 넘어 시민들을 기만하는 ‘쇼’로 보일 것이다. 일반 시민들에게는 철저한 반면 정치인의 불법물에는 관대한 이중잣대를 적용하기 말라는 얘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과 정당들의 불법 현수막 전쟁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 뻔하다. 대전시는 기왕에 칼을 뺐으니 불법 현수막 단속을 대전시 전역으로 확대하기를 바란다.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처럼 흩날리며 시각공해를 유발하는 정치인들의 ‘혐수막’ 없는 ‘청정 대전’을 보고 싶다. 불법 현수막만 사라져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시행하는 도시 디자인보다 100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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