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③] 흙더미 쌓인 ‘110년 철도역사’… “산 넘어 산”
[커버스토리 ③] 흙더미 쌓인 ‘110년 철도역사’… “산 넘어 산”
증약터널 보전 과제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9.05.13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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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이 체결된 1905년 무렵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경부선 철도가 준공되던 때다.
일본의 주도로 경부선 철길이 깔리면서 대전에는 여러 터널이 생겨났는데, 이 중 한 곳이 대전 동구 세천동과 신상동 일원에 있는 증약터널이다.
증약터널은 경부선 전체 노선에서 가장 오래된 터널로, 당시 건축과 철도기술을 살필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을사늑약 체결을 주도한 인물 중 한 명인 하야시 곤스케의 휘호도 이 곳 증약터널의 머리맡에 간판처럼 걸려 있는가 하면, 한국전쟁 당시 대전에 고립돼 실종된 미군 소장을 구해 낸 故 김재현 기관사의 일화까지, 증약터널은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증약터널의 현재 모습은 흙더미에 온 몸이 묻혀 그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증약터널의 정면에는 터널의 몰골을 비웃듯, 수억 원을 들여 조성된 세천체육공원이 들어서 있다.
'가치를 인정받은 대전 철도역사의 산물 증약터널, 방치돼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지역의 문화유산 관리 문제를 짚어 본다.

증약터널은 대한민국 110여 년의 철도역사를 간직하고 있음에도 대전 세천동의 한 야산에서 빛을 잃어가고 있다.

을사늑약부터 시작된 한민족의 암울했던 역사를 그대로 증명하는 이 터널은 흙더미에 묻힌 채 방치되고 있다,

학계와 지역 문화유산 관련 전문가들은 증약터널의 보전과 관리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문화재청과 대전시에서는 어려움이 있다고 성토한다. 왜일까? 

“방치 문화유적, 관심 부재”

대전지역 문화유적 및 문화재 발굴을 하고 있는 안여종 (사)대전문화울림 안여종 대표는 증약터널 문제에 대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안 대표는 “증약터널의 보전과 관리에 대한 필요성은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지금까지 방치돼 있는 것은 기관의 의지의 문제다. 5년여 전 시가 지역 문화유산 기록사업 추진한 이후로 이렇다 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증약터널을 하나의 문화재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절차가 필요하지만 관련 부처의 자체적 노력의 부재는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안여종 대표는 문화유적에 대한 일반 시민의 관심 부재도 큰 문제로 꼽았다.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일반 시민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유적에 대한 관심도가 높지 않은 탓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문화재청의 문화재 등록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과 증약터널의 부지가 철도공사 소유의 국유지이기 때문에 지자체가 선뜻 나설 수는 없는 입장”이라면서도 “지자체가 꾸준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면 지금처럼 방치돼 있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대전시 “증약터널 보전 사업, 법적 근거 없어”

증약터널이 수년간 방치되고 됐다는 지적에 대해 대전시는 증약터널을 보전·관리하기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대전시에 따르면 증약터널은 성격상 문화재청으로부터 등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도로 또는 철도 시설의 경우 전국적으로 워낙 수가 많다보니 문화재청 측에서도 재정적 부담 등을 이유로 등록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지난 2003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지역 문화유산 기록사업을 완수했다. 증약터널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면서도 “증약터널을 문화재로 관리하기 위해 자체예산을 투입하려면 문화재청 등록이라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증약터널의 보전과 관리에 관해서는 시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이다.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역사를 증명하는 증약터널 액석 등은 다크투어리즘 측면에서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연말 시·도 등록제 도입되지만…

대전시는 올해 말 도입 예정인 시·도 문화재 등록제도를 통해 그동안 방치돼 왔던 지역 문화유적 보전·관리 사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문화재 등록은 문화재청을 통한 국가등록만 있었다. 때문에 문화재청이 전국에 분포한 모든 문화유산을 관리하는 데 재정적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화재청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올해부턴 지자체에서도 지역 문화유산을 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시·도 등록제’가 도입된다.

하지만 시·도 등록제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숙제는 남아 있다. 문화재청이 짊어졌던 재정 부담을 지자체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점이다.

시 관계자는 “문화재로 등록된 문화유산은 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에 그동안 방치돼 왔던 증약터널의 관리사업이 착수될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시 입장에서도 재정 문제 해결을 두고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증약터널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차이를 좁히는 것도 또 하나의 숙제다.

시 관계자는 “근대사에 대해 시민들 대다수가 관심이 부족하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일재 잔재를 왜 굳이 보전해야 하냐’고 주장하는 등 인식의 편차가 크다”며 “문화유산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식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노력도 선행돼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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