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강제징용 건과 관련, 개망신이 안 되도록 하라!”
'개망신'... 누구의 입에서 나온 말일까?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6부(윤종섭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규현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렇게 증언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제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 "'개망신'이 안 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당시 김 전 외교안보수석이 이날 법정에서 밝혔다.
검찰이 입수한 김 전 수석의 2015년 12월 26일자 업무일지에, '강제징용 건과 관련해 조속히 정부 의견을 대법원에 보내라' '개망신 안 되도록 하라'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김 전 수석은 이날 "당시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타결을 앞두고 지침을 받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전화했다"며 "협상과 관련한 지침을 주신 뒤, 말미에 이야기를 하셔서 받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개망신이 안 되도록 하라'고 말씀하시고는, 표현이 좀 그랬는지 박 전 대통령은 '세계 속의 한국이라는 위상을 국격이 손상되지 않도록 지혜롭게 처리하라'고 설명하셨다"고 덧붙여 증언했다.
‘개망신’이란, 명예나 위신을 아주 크게 망치거나 그렇게 큰 망신을 당하는 꼴을 이르는 말이다. 보다 정확한 개념은 ‘사람이 개에 물렸을 때나 엄청나게 큰 망신을 당했을 때’가 아니라, ‘개가 사람한테 물렸을 때’를 가리켜 ‘개망신’이라고 부른다.
이전부터 써오던 말이긴 하지만, 근래 SNS 문화가 발달하면서 '개-'라는 접두사는 미성년 또는 청소년을 중심으로 ‘아주’ ‘매우’라는 뜻을 나타내는 새로운 뜻의 말로,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낱말 앞에 붙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표현자체가 지나치게 가볍고 비속어와 같은 느낌을 주고 있어, 품격과는 거리가 먼 표현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비속어 발언으로 품격의 상징인 보수의 가치가 크게 훼손되고 있는 가운데, 일국의 대통령이라는 분의 입을 통해 확인된 '개망신' 발언은 어느 분야보다 품격이 강조되는 외교적 사안에 있어서조차 비속어를 서슴지 않고 사용했다는 점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