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티즌’ 이럴 바에는 해체 하라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티즌’ 이럴 바에는 해체 하라
선수 선발 부정 의혹, 팬심과 시민들의 분노에 방아쇠 당기다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5.1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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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이런 팀을 응원할 수 없다”
2018시즌 홈 개막전에서 대전팬들이 내걸은 걸개 내용이다.

4년에 300억 원 지원, 대전시티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세상에나! 연고지 팬들이 자기팀을 응원할 수 없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공개적으로 하다니 내막을 잘 모르는 시민들로서는 어리둥절할 뿐이다. 항의 표시로 응원 걸개를 거꾸로 건 적도 있다. “대전은 어쩌다 축구판 프로듀스 101을 찍게 됐느냐”는 한탄인지 비아냥인지 모를 장탄식도 흘러 나왔다.

‘시민축구단’ 대전시티즌에 대한 팬들의 분노다. 도대체 대전시티즌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지역 시민단체의 선수 선발 점수 조작 의혹제기로 촉발돼 연초부터 지역 체육계를 뒤흔들었던 프로축구단 대전시티즌 경찰 수사가 정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선수 선발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사퇴한 김호 전 대표이사를 비롯 고종수 감독 등 관련자들은 이미 조사를 마쳤다. 연루자 중 익명으로 남아 있던 마지막 퍼즐인 유력 정치인의 이름도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추천과 압력 사이, 김종천 대전시의장 선수 부정 선발 연루 의혹

지역 유력 정치인은 그 누구도 아닌 김종천 현 대전시의회 의장이었다. 김 의장은 대전시티즌 선수 선발을 앞두고 고종수 감독에게 특정 선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건된 김 의장은 “좋은 선수를 감독에게 추천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전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인 대전시티즌의 지원, 예산 편성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시의장의 추천을 압력이 아닌 액면 그대로 선의의 추천으로 믿는 시민들이 얼마나 될까.

그렇지 않아도 지금 우리사회는 공정한 경쟁을 밑바닥부터 뒤흔드는 채용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장은 조만간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에게 제기되고 있는 부정 연루 의혹이 오해로 끝나면 대전시티즌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부정 의혹 사실로 드러나면 흑역사에 시달리는 대전시티즌에 치명타

만에 하나 김 의장이 부정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밝혀진다면 타격을 입는 것은 김 의장만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치명타는 이미 수많은 흑역사에 시달리는 대전시티즌의 몫으로 남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전시티즌의 이번 선수 부정 선발 의혹은 그동안 각종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극에 달할 대로 달한 팬들과 시민들의 분노지수에 방아쇠를 당기는 일이나 다름없다.

대전시티즌의 방만한 운영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구단주인 대전시장이 바뀔 때마다 널뛰듯 교체되는 대표와 감독, 기존에 물의를 일으켰던 인물 기용, 특정 에이전트와의 관계, 외국선수의 계약금 문제 등등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무엇보다 타 구단 평균 인원을 월등히 넘어서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선수단 규모는 대전시티즌의 고질적 병폐로 꼽혔다. 올해는 그나마 등록 선수가 40명대로 줄었으나 지난해까지만 해도 무려 60명에 가까웠다. 대전시티즌이 K리그 구단의 평균 인원을 늘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셈이다.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K리그2 최대 규모 선수단, 성적은 꼴찌권

성적이나 좋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K리그1에서 K리그2로 강등된 것은 물론이고 2017시즌에는 2부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언론에 따르면 2018시즌 36경기 중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가 무려 20명 가까이 됐고 3경기 미만을 뛴 선수도 1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보도됐다.

일자리 창출에는 기여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절반이 있으나마나한 선수였던 셈이다. 이 같은 통계는 혹시 이번만이 아니라 그동안도 실력대로 선수를 선발한 것이 아니라 알음알음 점수 조작으로 선수를 선발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할 정도다.

대전시티즌은 시민 혈세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 지난 4년 동안 3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지원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돌아온 것은 대전시 이름을 빛내기는커녕 먹칠이다. 대전시티즌이 이 지경이 되도록 대전시는 그동안 뭘 했는지 모르겠다. 설마 구단과 짬짜미해 불법 행위에 가담한 것은 아니겠지만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마저 면키는 어렵게 됐다.

관리감독 소홀히 한 대전시 책임은? 재창단 각오의 쇄신만이 살 길

이쯤 되면 그동안 숱한 질타와 지적에도 불구하고 쇄신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대전시티즌에 시민구단이라는 명목 때문에 시민 혈세를 계속 쏟아 부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이 예산으로 시민들, 특히 청소년들이 마음껏 운동을 즐길 수 있도록 동네마다 실내체육관이나 수영장을 짓는 것이 낫지 싶다. 물론 목욕물이 더럽다고 해서 아기까지 버릴 수야 없는 노릇이지만 답답해서 하는 말이다.
 
대전시티즌, 재창단 한다는 각오로 임하지 않는다면 팬들과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정말 해체론이 나올 수도 있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의 구단주는 허태정 시장이다. 물의를 무릅쓰고 임명한 신임 대표가 앞으로 구단을 어떻게 쇄신해 나갈지 지켜볼 일이다. 이는 허 시장의 용인술과 관리 능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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