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자기 머리 못 깎는다”는 발언 ‘전모’와 행간의 의미는?
유시민 “자기 머리 못 깎는다”는 발언 ‘전모’와 행간의 의미는?
  • 정문영 기자
  • 승인 2019.05.19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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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정계복귀를 묻는 질문에 "원래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라고 답변했다.〉 (사진=YTN 화면 캡처/굿모닝 충청=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기념 토크 콘서트에서, 매우 의미심장한 메시지 하나가 나왔다. 본인의 완강한 부인에도 불구, 정치권에서 여권의 가장 유력한 대권 후보로, ‘변수가 아닌 상수’처럼 거론되고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정계 복귀 관련 발언이다.

유 이사장은 이날, 대통령 최측근으로 최근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은 양정철 원장의 질문에 대해 “원래 자기 머리를 못 깎아요. 하고 싶은 건 뜻대로 안 되는데, 안 하는 건 뜻대로 돼요”라고 답했다.

“이렇게 거침없고 딱 부러지는 분이 자기 길을 명확하게 결정을 못 하는지… 벼슬을 했으면 헌신을 해야 하고, '때가 되면 역사 앞에 겸허하게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양 원장의 거듭되는 압박성 질문에, 유 이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 답변을 내놓았다. 종전처럼 적극 부인도 하지 않았고, 손사래조차 치지 않은 점으로 보아 정계복귀에 관한 속내의 일단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요컨대, ‘스스로 제머리를 깎을 수 없는 것처럼 자신이 스스로 자가발전은 못하겠으니, 주변이 나서서 머리를 깎아주면 되지 않겠냐’는 뉘앙스의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유 이사장이 양 원장과, 이날 행사의 진행을 맡은 방송인 김어준 씨와 나눈 대화 중, 주요 대목을 오리지널 워딩을 그대로 살려 간추렸다.

-(김) 양정철 민주연구원장한테 묻겠다. 유시민은 언제 대선출마 하나?
=(양) 유 이사장이 노무현 대통령 때 복건복지부 장관을 했다. 그때가 마흔일곱이었다. 소년급제를 한 것이다. 저는 유 선배가 벼슬을 했으면, 거기에 맞는 헌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 시절 정치 안 한다고 했을 때와 지금 유 이사장이 정치 안 하겠다고 하는 저항의 강도를 비교하면 어떤가?
=(양) 지금 저는 데자뷰 같다. 문 대통령님이 정치를 한사코 안 하시겠다고 거리를 두었을 때, 대통령 곁에서 좋은 기술, 안 좋은 기술 써가며 등을 떠밀었다. 그때 밖에서 계속 '문재인 대선 나온다'고 떠들어댄 게 김어준 총수다. 그때도 짠 게 없었다. 오늘 뒤에서 셋이 이야기할 때, 유 이사장에게 각오하라고 했다.
-(김) 유 이사장에게 묻겠다. 본인이 낫습니까?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이 낫습니까?
▲(유) 못 알아들은 걸로 할게요.
-(김) 조국 영입 가능합니까?
=(양) 왜 그걸 나한테 묻나. (하하) 우리 당에도 지금 다음 대선에서 활약할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다른 당에도 좋은 분들이 있고. (거기에) 유시민, 조국 두 사람이 가세해서 열심히 경쟁하면 국민들이 보기에도 다음 대선이 안심될 것이다. 사람이 세상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유) 둘이 짰어요? 그건 그대들의 생각이고… 하고 싶은 거는 뜻대로 안 되는데, 안 하고 싶은 거는 뜻대로 돼요.
-(김) 유 이사장에게 묻겠다. 본인이 낫습니까? 조국(청와대 민정수석)이 낫습니까?
▲(유) 못 알아들은 걸로 할게요.
-(김)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하고 엄청 싸웠다. 10년이 넘게 지났는데 그때와 지금의 언론환경을 비교하면 어떤가?
=(양) 유 이사장이 조롱 비슷하게 들은 게 정치적 경호실장, 저한테는 언론 경호실장이라고 했다. 그때와 비교하면 엄청 좋아지지 않았습니까. 언론입장에선 지난 10년과 비교하면 말할 수 없이 좋아졌다. 언론자유를 논할 단계는 끝났다.
▲(유) 그 이야기가 아니다. 언론사들이 좀 변했나, 그 이야기다. 내가 이야기하면, 언론 자체가 변한 게 없다고 본다. ‘지읒(ㅈ)’ 신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지읒(ㅈ)’ 신문이다. ‘디귿(ㄷ) 신문’은 그때나 지금이나 ‘디귿(ㄷ) 신문’이다. 또 하나의 ‘지읒(ㅈ)’ 신문은 뺄까 말까 망설여지는 그런 상황이,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게다가) 그동안 종편까지 생겼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바뀐 게 없다고 본다.

근데 뭐가 달라졌냐. 첫째는 미디어의 기술적 측면이 달라졌다. 시민들 스스로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미디어가 새로 많이 생겼다. 두 번째는 시민들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기사가 나오면 그런가 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지금은 댓글을 달 수 있다. 그 댓글이 기사보다 훨씬 더 잘 쓴 글인 경우가 많다. 오늘 광주 5.18 기념식 기사가 났다. 제1야당의 황교안 대표가 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잘 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하면서 인사가 오갔다. 이건 뉴스가 아니다. 근데 댓글을 보니 역시 문재인 대통령은 ‘대인배’라고 하더라. 이게 큰 차이라고 본다.

이제 시민들이 중요하지 않은 사실을 중요한 사실처럼, 심지어는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사실인 경우에도 의미를 완전히 왜곡해서 전달하는 기사에 대해 굉장한 면역력이 생겼다. 댓글과 SNS를 통해서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시민들이 가지게 됐다. 이게 노무현 대통령 때와 문재인 대통령이 처한 가장 큰 환경의 차이 아닐까.
=(양) 이렇게 거침없고 딱 부러지는 분이 자기 앞길을 명확하게 결정을 못할까?
▲(유) 원래 자기 머리는 자기가 못 깎아요.
-(김) 남이 깎아달라는 거다. (하하하) (이에 유 이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행자의 발언을 대놓고 부정하지는 않았다)
 언론들이 지난 2년 동안 소득주도 성장을 지적하며, 경제 폭망 프레임을 말했다.
▲(유) 나는 경제학자는 아니고 경제학도다. 엉터리 주장을 할 때, 그게 엉터리라는 걸 알아볼 수 있는 수준이다. 지금 소득주도 성장 비난하며 어느 당이 청와대에 ‘징비록’이라고 써서 갖다줬다. 그게 극우 유튜브에 극우적인 인사들이 나와서 이야기한 내용을 베낀 것이다. 베끼더라도 오타는 내지 말아야.... 적폐를 '적패'라고 썼다. 그 정도 성의를 가지고 징비록을 써야 한다.

소득주도 경제 정책은 자유한국당이 집권한 10년 동안과는 다른 중요한 정책이다. 수출도 잘되고 투자율도 3000%씩 되는데, 성장률이 낮고 사람들이 살기 힘들다고 한다. 이유는 내수부진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이 (물건을) 살 돈이 없다. 그래서 시장에서 강자들이 돈을 너무 가져가는 걸 완화시켜보자는 게 공정경제다. 시장 자체에서 격차를 줄여보고, 그걸로도 부족하니까 돈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세금 좀 더 내자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현금 서비스 또는 현물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럼 그 전에 자기 돈으로 쓰던 것을 이제 국가해서 해주니까 가처분소득이 늘어날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내수진작을 해보자는 취지다. 이걸 뭐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경제학개론 시험에서 사회주의 정책, 좌파정책이라고 쓰면 F다. 어느 당의 경제학 실력은 정확히 경제학개론 시험에서 F에 해당되는 실력이다.
-(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 중 누가 고집이 더 센가?
=(양) 문재인 대통령이 훨씬 세다. 노무현 대통령은 고집이 세지만 참모와 토론한다. 문재인 대통령 토론하고 수용하는데, 어떤 것은 절대 그렇지 않다.
▲(유) 적폐청산 쭉 밀고 가는 걸 보면 그렇다.
-(김) (유 이사장에게) 마지막으로 오늘 이 자리에 오신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출마 일자가 있나?
▲(유) 오늘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 원래 오늘 기획사의 목적은 공연이다. 짱짱한 가수분들이 왔다. 마음껏 즐겨주길 바란다. 오는 23일 추모식에 못가는 시민들이 있다면, 영상으로라도 함께해주길 바란다.
-(김) (양 원장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유시민 영입일자가 있나?
=(양) 총선 승리는 정권교체다. 촛불혁명의 완성도 총선 승리다. 노무현 정신의 구현도 총선 승리다. 유시민 이사장도 대의에 충실하길 바란다.
▲(유) 알릴레오에서 총선 특집 방송을 하겠다.
=(양) 오늘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유 이사장의 '내 머리는 내가 못 깎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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