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아픈 이들에겐 ‘사람’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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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조현병 집중 조명한 MBC ‘PD수첩’
  • 지유석
  • 승인 2019.05.22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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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21일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편을 통해 조현병의 실체에 접근한다. ⓒ MBC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21일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편을 통해 조현병의 실체에 접근한다. ⓒ MBC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4월 경남 진주 임대아파트에서 살인 방화사건이 벌어졌다.

피의자 안인득은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던 주민 다섯 명을 살해했다. 숨진 희생자 가운데엔 여고생도 섞여 있었다. 

사건 직후 안인득은 조현병 환자임이 알려졌다. 이러자 관련 언론 보도가 쏟아졌다. 논조는 대체적으로 조현병 환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인상이 강했다. 기사엔 조현병 환자를 혐오하는 댓글이 속속 달렸는데, 그 내용이 섬뜩하기 이를 데 없다. 

MBC 시사고발 프로그램 <PD수첩>은 21일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편을 통해 조현병의 실체에 접근한다. 

조현병은 한때 정신분열증으로 불리다가 의학적 증상과의 차이, 그리고 인격모독 이미지가 있다는 이유로 지금의 이름을 얻었다. 조현병은 바이올린의 현을 조율하듯 뇌 신경망을 조절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취재진은 안인득의 범행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보다 조현병을 앓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정신장애인 인권단체 '파도손'의 이정하 대표는 자신의 심경을 이렇게 고백한다.

"댓글에 그런 글이 있더라고요. 섬으로 보내라. 대한민국이 이렇게 할 바에는 저희가 섬에 갈 테니 저희한테 섬을 주세요. 그래야지 정신병원에 갇혀서 있는 것보다 땅 밟고 하늘 보고 사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이제껏 우리 사회는 조현병 등 마음의 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을 격리하는 식으로 대응해왔다. 앞서 소개한 이정하 대표도 8번이나 강제입원을 당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조현병 환자는 또 한 번 마음을 다친다. 

조현병 치료체계, 총체적 부실 

PD수첩 취재진은 광주 북구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사례를 소개한다. 이 센터에서는 전문요원이 조현병 환자를 집중 관리한다. 이곳의 사례는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을 갖추고, 재정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진다면 조현병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 

김성완 센터장은 취재진에게 이렇게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 조현병 치료체계는 총체적 부실이라고 생각해요. 암과 신체 건강처럼 조현병도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어서 초기에만 치료하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질병이거든요. 어느 한쪽만의 노력으로 이 문제를 지금 해결할 수는 없다, 그래서 건강보험도 국가재정도 보건재정도 복지재정도 함께 늘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취재진은 가장 효과적인 조현병 치료제는 사람이라는 점도 드러낸다.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의 말을 들어보자.

"조현병 급성기에는 인력이 인권입니다. 어떤 사람이 굉장히 흥분해 있다거나 어떤 행동을 하려고 할 때 한 명의 간호사가 옆에 붙어서 그 사람의 말을 들어주고 또 말로 안정을 시키고 다른 활동을 권유하거나 하면 그때를 넘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조현병을 주제로 한 'PD수첩 - 나는 안인득이 아니다' 편은 이전 방송과는 다르게 인간적인 섬세함이 돋보였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줬고, 그래서 이들도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웃임을 일깨웠다. 

조현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마음의 병이다. 안인득이 비록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으나 한때 멋을 낼 줄 알았고, 의협심도 강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한 번 마음을 다치면서 흉측한 모습으로 변해 갔다. 만약 그가 보건의료체계 안으로 들어와 적절한 지원을 받았다면 적어도 사람의 생명을 빼앗지는 않았으리라 감히 예상해 본다. 

이런 끔찍한 일은 한 번으로 족하다. 유사한 일을 예방하는 데 우리 사회가 집단 지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범죄에 대해선 처벌을 해야 하지만 정신장애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방치되거나 범죄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게 예방하는 것, 그리고 이 예방 비용을 기꺼이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으로 받아들일 때가 되었습니다." - 한학수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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