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태안=김갑수 기자] 충남도 지명위원회(위원장 김용찬 행정부지사)의 ‘원산안면대교’(보령~태안 연륙교)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재심의를 촉구하고 있는 태안군이 법적 자문을 거쳐 도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28일 전해졌다.
도 지명위원회의 의결 과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것인데, 민선7기 들어 도와 일선 시·군 사이에 벌어지는 첫 소송전이 될 가능성이 커 주목된다.
앞서 도 지명위원회는 지난 21일, 보령시(원산대교)와 태안군(솔빛대교), 충남도(천수만대교)의 의견과 전혀 다른 제4의 대안으로 ‘원산안면대교’를 의결한 바 있다.
이에 허재권 태안군 부군수는 유럽 출장 중인 가세로 군수를 대신해 22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관련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의결된 원산안면대교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가 군수 역시 24일 집무실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이번 결정은) 양 지자체의 의견을 듣지 않은 것으로, ‘공간정보의 구축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며 “6만4000여 군민을 무시하고 우롱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군이 문제 삼고 있는 대목은 도 지명위원회가 ‘원산안면대교’에 대한 의견을 해당 시·군에 묻지 않았다는 것.
도 지명위원회가 열릴 당시 군 담당 과장 등이 도청에서 대기 중이었던 만큼, 잠시 정회하고서라도 얼마든지 의견을 물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만약 도 지명위원회가 ‘원산안면대교’에 대한 의견을 우리 군에 물었다면 절차상의 문제는 없었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논의됐던 안이 아닌 전혀 새로운 명칭을 의결한 만큼 그 과정에서 해당 시·군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중대한 문제라는 것이다.
일부 위원들이 “‘천수만’이란 명칭은 일제강점기 때 정해진 것”이라며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군은 “원산도 역시 ‘고란도’ 또는 ‘고마도’로 불리다 일제강점기 때 개칭된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앞서 가 군수도 “도에서 ‘천수만대교’로 중재안을 냈을 때도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갈등 해소를 위해 수용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동백대교(서천-군산) ▲노량대교(남해-하동) ▲이순신대교(여수-광양) 등의 사례를 언급한 뒤 도를 향해 전면 재심의를 촉구한 상태다.
군이 수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 ‘천수만대교’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도가 재심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이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는 것.
실제로 양승조 지사는 27일 오전 도청에서 안면고남발전협의회, 이장단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충남도 지명위원회 결정 반대 대책위원회’와 면담을 가진 자리에서 “만약 재심을 하게 된다면 보령시민도 반발하게 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지명위원회가 이미 명칭을 결정했기 때문에 기성질서가 확립된 상황”이라며 “태안군민과 보령시민의 의견을 100% 수용할 순 없다”고 선을 그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21대 총선에서 보령·서천으로 출마할 예정인 나소열 문화체육부지사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재심의에 대한 조항은 없지만 행정법상 ‘중대한 하자’가 명백한 만큼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며 “자문 변호사를 통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도가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할 수 있는 것은 법적 대응과 물리력 밖에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김기두 태안군의회 의장도 “소송이 필요하다면 해야 할 상황”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