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미안해요,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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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 10주기를 맞아
  • 지유석
  • 승인 2019.05.29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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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서울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엔 참배객이 줄을 이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2009년 5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서울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엔 참배객이 줄을 이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10년 전 오늘, 그러니까 2009년 5월 29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이날 오후 경복궁에선 영결식이 열렸다. 영결식이 있던 날, 시민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거리로 나왔다. 

처음 고 노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접했을 때 요새 유행하는 말로 '가짜뉴스' 같았다. 아니, 가짜뉴스이길 바랬다. 하지만 봉하마을에 가면 그의 죽음이 실감날 것 같았다. 그의 죽음을 외면하고 싶었다. 그래서 끝내 가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냥 외면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덕수궁 광장 분향소를 맴돌았다. 영결식 당일엔 이른 아침에 시내로 나갔다. 그때까지도 여전히 실감하지 못했다. 그러다 고인의 시신을 실은 리무진이 안국동 동십자각을 통과하는 순간에야 비로소 그의 죽음이 피부에 와 닿았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언론 업계 종사자로서 고인을 떠올릴 때면 늘 미안한 마음만 앞선다. 

고 노 전 대통령은 늘 언론과 불편한 관계였다. 조·중·동 등 ‘주류’ 보수 언론은 물론 한겨레·경향 등 진보 성향 언론까지 고 노 전 대통령에게 날을 세웠다. 

유시면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6일 KBS <저널리즘토크쇼 J>에 출연해 "저는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당시에 너무너무 끔찍했다"고 회고했다. 

권력을 향한 감시와 비판은 언론 고유의 사명이다. 어느 권력자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당시 언론의 노무현 정부 비판은 분명 도를 지나쳤다. 노무현 대통령의 학력을 문제삼거나 심지어 외모를 비하하는 보도도 거리낌 없이 나왔다. 

이 지점에서 참 혼란스럽다. 노무현 정부는 정책 수립과 이행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도 못했고 정치권, 특히 보수 야권을 다루는데 능수능란하지도 못했다. 이로 인해 언론개혁·국가보안법 폐지·사학법 개정 등 노무현 정부의 국정과제는 번번이 무산됐다. 취임 전 미국에 '할 말은 하겠다'고 했으면서도 이라크 파병 압력을 이기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씨앗을 뿌리고 후임 이명박 정권이 완성시킨 비극도 여럿 있다. 강정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갈등, 쌍용자동차 대량해고 사태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지적이 고 노무현 서거 10주기에 재를 뿌리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고인은 국가원수를 지냈고, 이에 그에 대한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문제는 비판의 정도다. 잘못을 했다면 잘못을 한 만큼만 비판이 가해져야지 그 이상 나가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분명, 언론은 이 지점에서 선을 넘었다. 

재임 시절 언론의 비판은 노무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인신공격에 가까웠다. 유시민 이사장은 <저널리즘토크쇼 J>에서 언론이 이렇게 한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노 대통령이 발산하는 메시지는 논리적이고 정합성이 있고 국민 여론에 부합하는 거였기 때문에 메시지를 가지고 싸워서는 이기기가 힘든 거예요. 메시지를 가지고 싸워서 이기기 힘들다고 느낄 때 뭘 합니까? 메신저를 공격하죠. 그 발화자. 그 메시지를 발산한 사람의 인격을 공격하는 거예요. 매우 효율적인 방법이에요."

강산은 변했지만, 바뀌지 않는 언론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렸던 2009년 5월 29일, 운구행렬이 서울역 일대를 지나고 있다. 시민들은 고인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거리로 나왔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이 열렸던 2009년 5월 29일, 운구행렬이 서울역 일대를 지나고 있다. 시민들은 고인을 배웅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거리로 나왔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고 노 전 대통령 당시 언론의 행태를 재조명 하는 일은 중요하다. 비단 10년이란 수자가 갖는 의미 때문이 아니다. 당시 언론의 행태는 지금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어서다. 

고 노 전 대통령 당시 '주류' 언론들은 '경제 파탄', '경제 위기' 운운하며 경제 실정을 부각시켰다. 지금 언론이 문재인 정부에 보이는 행태도 별반 다르지 않다. 심지어 몇몇 경제지 보도는 경제가 어려워지기를 바라는 듯한 논조임을 지울 수 없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그럼에도 만약을 생각해 본다. 만약 고인의 재임 기간 동안 미디어 환경이 지금과 같았다면, 보다 구체적으로 지금처럼 소셜 미디어가 '주류' 언론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이런 상황이라면 고인은 주류 언론의 공격에 효과적으로 대처해 나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머릿속 상상만은 아님을 분명히 밝혀둔다. 

생전에 고인은 인터넷에 능숙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즈음해 영국의 진보 일간지 <가디언>은 "한국은 인터넷에 능숙한 최초의 지도자인 노 대통령의 취임과 더불어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된 온라인 민주주의 국가임을 주장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소셜 미디어도 극단적 선택을 막을 수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입담 좋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 수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고 노회찬도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몸을 던졌으니 말이다.

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언론 환경도 많이 변했다. 특히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주목할 만 하다. 지금은 전문성과 필력을 갖춘 '이름 없는' 개인들이 언론사 보도의 문제점을 팩트체크 하는 시절이다. 물론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무분별하게 퍼지는 부작용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반면 언필칭 '주류' 언론의 프레임은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 보인다. 

언론계 종사자로서 이런 현실이 참으로 부끄럽다. 그래서인지 고 노무현이 세상과 영원한 작별을 고한 10주기,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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