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광진의 교육읽기] ‘공정한 기회 보장’으로 국민 행복지수 높여야
[성광진의 교육읽기] ‘공정한 기회 보장’으로 국민 행복지수 높여야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의 빠른 제정을 바라며
  •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 승인 2019.05.29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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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 소장

[굿모닝충청 성광진 대전교육연구소장]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들어가 살펴보면 국회와 정부가 발의한 법안 총 1만 3610건이 쌓여 처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과 내년 4월 15일 치러지는 21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대 국회가 남은 임기동안 이 엄청나게 쌓인 법안들을 제대로 처리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런데 이렇게 쌓여 있다 폐기될 법안 가운데 가장 아깝다고 느껴지는 법안 하나가 있다.

그 법안의 이름은 ‘학력·출신학교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안’이다.

20대 국회 출범 직후인 2016년 9월 오영훈 민주당 의원이 처음 발의했지만, 이후 바른미래당과 자유한국당, 정의당 의원들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여야 막론하고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제정의 필요성을 서로 공감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벌써 법사위나 본회의에 올라갔어야 했지만 지금까지 교육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채 폐기될 운명에 놓여 있다.

우리 사회는 지나친 교육열로 인해 기형적인 학력 경쟁체제가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학력 간에 높은 임금격차가 나타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으로 국민들은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하게 하는가 하면 학력인플레에 따른 인력수급의 불균형 등의 폐습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아마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어느 누구라도 학력차별로 인해 심리적인 위축 정도는 겪어봤을 것이다.

특히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출신 학교에 따라 차별대우를 한다는 것쯤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다. 지방대 출신이라 하여 또는 고졸이라 하여 입사지원서에 대한 서류심사조차 하지 않고 탈락시키는가하면 아예 지원조차 가로막은 경우가 허다하다.

소위 ‘학벌 피라미드’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피라미드의 아래에 속하는 순간 차별과 배제가 뒤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을 감내하고라도 학벌을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게 된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
최근 인기리에 방영된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한 장면. 사진=JTBC 홈페이지 스카이캐슬 이미지 사이트.

그런데 문제는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가 유능한 능력의 잣대가 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이냐는 것이다. 인간은 서로 다른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인공지능 시대에는 지금과 같은 암기능력이나 지적인 능력보다 더 중요한 것이 창의력이나 개성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더욱이 인간의 성장 발달 단계에는 저마다 차이가 있어서 뒤늦게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거나, 신장되는 경우도 많다. 고등학교 때는 학업에 흥미를 잃고 빈둥대었다가 대학에 가서야 비로소 공부에 눈을 뜨는 경우도 많으며, 사회에 나아가서야 자신이 가진 소질을 새로이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급격한 사회적 변화가 예상되는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하나의 직업이나 직종에 평생토록 종사하기보다는 다양한 직업에 도전해야 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평생 학습하는 자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어느 대학 출신이라는 ‘간판’ 하나로 평생 통용되어서는 본인은 물론이고 사회도 발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국 고용 및 교육 등의 영역에서 학력 및 출신학교에 따른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고 차별받은 사람의 권리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능력중심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법은 학력과 출신학교를 이유로 채용, 국가자격 등의 부여,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의 영역에서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을 우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하여 사업주는 모집과 채용에서부터 임금과 복리후생, 근로조건 등에서 학력 및 출신학교를 이유로 차별할 수 없고 국가자격 취득이나 교육기회를 부여하는 데에도 마찬가지이다.

차별로 피해를 입은 사람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그 내용을 진정할 수 있고 구제조치 등의 권고를 받은 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그 피해의 정도가 심각하다고 인정되면 교육부장관이나 고용노동부장관이 직권으로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마디로 ‘블라인드 채용’을 법적으로 강제하려는 것이 이 법의 주요한 내용이다.

이미 공공기관은 이러한 방안으로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 채용한 공기업에서 서울·수도권이 아닌 지방대 출신 비율이 상당히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 점은 이 법안의 효용성을 말해주고 있다.

게다가 블라인드 채용은 학연, 지연, 인맥 채용의 폐해를 차단하고 보다 업무적합성이 높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대체로 공공기관의 채용에만 적용될 뿐, 민간 기업에서의 확산 속도는 매우 느려 법률로 강제하자는 것이다.

과거에는 인재를 발굴하고 키우는데 기여했던 학력 및 출신학교 중시의 관행이 지금에 와서는 도리어 우리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에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고통 받는 학부모와 과도한 학습에 멍들고 있는 아이들을 구제하고 사회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서 근본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대부분 인정하고 있다.

능력이 아니라 학력과 출신학교에 따라 채용이나 임금과 승진에 차별을 받는 것은 공정한 기회 보장을 부정하는 인권침해 행위라고 볼 수 있다. 출신학교가 어디이든 또는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채용이나 임금과 승진에서 차별받지 않는다면 저절로 대학 진학률도 낮아질 것이고 대학서열화도 깨질 것이다.

어느 학교를 나왔든, 그것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행복을 위한 가장 큰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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