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티즌 고강도(?) 혁신안 ‘말잔치’ 안 되려면…
대전시티즌 고강도(?) 혁신안 ‘말잔치’ 안 되려면…
팬들 “기대 반, 우려 반… 전문성 강화·실행력 담보 우선돼야” 조언
  • 이종현 기자
  • 승인 2019.05.30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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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티즌 선수들. 사진=대전시티즌 페이스북/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대전시티즌 선수들. 사진=대전시티즌 페이스북/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굿모닝충청 이종현 기자] 대전시티즌(이하 시티즌)이 29일 선수단 규모를 줄이는 등 고강도 혁신안을 발표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하려고 하는 구나”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또 다시 선언적 의미에만 그치는 게 아니냐”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시티즌은 언론에 ‘100년 시티즌을 향한 전략과 과제’라는 주제로 16페이지 분량 보고서를 공개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초점은 ‘미래지향적 시민구단 운영모델 정립’ 비전으로 모아진다.

또 ▲재정 건전성 확보 ▲선수단 운영위원회‧대전시티즌 윤리위원회 신설 ▲선수단 운영 혁신 ▲사무국 운영 혁신 ▲비리 관련자 인적쇄신 같은 중점과제 7개를 제시했다.

방만한 선수단 운영을 개선하고 공정한 선수 선발을 하겠다고 약속한 셈이다.

특히 높은 시 보조금 의존을 개선하기 위해 입장‧광고수입 확대와 월드컵경기장 활용 등 부대사업 강화를 제시한 것도 눈에 띈다.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이사가 29일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최용규 대전시티즌 대표이사가 29일 혁신안을 발표하고 있다./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하지만 혁신안에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긴다는 평이다.

지역 축구계 인사 A씨는 “전체적으로 무난하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중점과제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사 B씨는 “선수 선발 공개테스트도 좋은 제도였지만 부정으로 망가졌다. 선수운영위원회도 만약 불순한 일이 생기면 시민들의 실망감은 클 것”이라며 “구체적인 목표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팬들 역시 이 부분에 입을 모았다.

서포터즈 C씨는 “걱정스러운 부분은 운영위원회에 시티즌이나 축구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사람이 포함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고, D씨 역시 “성과에 대한 책임을 언급하지 않아 아쉽다”고 평가했다.

선수단 운영위원회는 감독과 스카우터(2명), 데이터분석가, 선수단 운영팀장, 변호사, 의사로 구성된다.

이 경우 위원 2/3 이상 동의 시 선수가 선발되고, 대표이사는 소극적인 거부권과 최종 승인권만 보유한다.

이를 통해 입체적인 선수 선발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외부 축구전문가가 빠져 전문성이 미흡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시민구단 특성 상 외부 압력을 많이 받았던 시티즌이 운영위원회를 통해 부정 청탁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해 보인다.

대전시티즌이 29일 발표한 혁신안의 7대 중점과제. 사진=대전시티즌 제공/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대전시티즌이 29일 발표한 혁신안의 7대 중점과제. 사진=대전시티즌 제공/굿모닝충청=이종현 기자

재정 건전성 확보에 대한 방안 역시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시티즌은 지난 2016년부터 4년 연속 K리그2(2부리그)에서 뛰고 있다.

성적 부진으로 스폰서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중 수는 줄고 시 보조금 의존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 79%는 시 보조금인 반면, 광고후원 수입과 입장 수입은 각각 8%, 2%로 나타났다. 반면 지출은 선수단에 75%가 집중됐다.

시티즌은 일본 J리그 반포레 고후(61%) FC도쿄(56%)의 선수단에 대한 지출 사례를 들며, 시티즌 역시 선수단에 대한 지출을 60%대로 유지하고, 대신 유소년‧홍보마케팅‧사무국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또 입장수입과 광고수입, 월드컵경기장 위탁 운영 등 부대수입 방안을 내놨다.

이와 관련 A씨는 “마케팅 기능을 강화한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라면서도 “사명감과 책임소재를 명확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적이 좋으면 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온다. 성적에 대한 목표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조언했다.

D씨는 “월드컵경기장을 활용한 부대수입을 얻으려면 우선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경기장 소유권을 받아야 한다”며 “운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단에 대한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적 쇄신에 대해서는 평이 엇갈리고 있다.

최용규 대표이사는 고종수 전 감독 경질을 시작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공개테스트 점수조작 사건과 관련 피의자로 전환돼 수사를 받고 있는 사무국장에 대해서도 대기발령 조치했다.

나머지 관련자에 대해서도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징계할 방침이다.

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해도 구단이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팬과 사무국 내부에서도 커뮤니티가 붕괴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계 인사들은 모든 책임을 전임 감독과 직원에게 돌리는 점에 포커스를 맞췄다는 점에서 “아쉽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 대표이사는 이날 “시티즌을 망가뜨린 장본인은 고종수 감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축구계 인사 E씨는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되자 빨리 혁신안을 발표하고 인적쇄신을 단행하는 것 같다”며 “축구팀은 팬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최 대표이사는 “과거에는 시스템이 선언적으로 끝나고 제도화시키지 못했다”며 “시스템이 정착될 수 있도록 이사회 의결을 통해 정관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시티즌에게 남겨진 과제는 야심차게 발표한 혁신안을 얼마만큼 제대로 운용해 나가느냐다. 방만 경영과 각종 비리로 얼룩진 과거를 털어내고,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길 바라는 팬들의 염원을 귀담아 들어야 할 때다.

한편 시티즌은 다음 달 1일 대전월드컵경기장 중회의실에서 ‘팬과의 대화’ 자리를 마련, 혁신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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