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1일 서울 시청앞 서울광장은 무지개색으로 뒤덮였다. 이날 서울광장에선 제20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열렸는데, 참가자들이 일제히 다양성을 상징하는 무지개색 깃발을 들고나온 것이다.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에 맞서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함께 살아가자고 청하고자 열리는 행사다. 이날 문화축제는 70여개 시민사회단체·기업 등이 마련한 부스행사,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무대행사, 거리행진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올해 거리행진은 서울광장을 출발해 종로를 거쳐 광화문 광장을 지났다. 광화문 광장이 행진 코스에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조직위 측은 축제 하루 전인 지난 달 31일 "민주화, 정치개혁, 사회변화 등 시민사회의 힘으로 사회를 바꾸어낸 중요 장소들을 성소수자와 평등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함께 행진함으로써 더욱 의미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일부 보수 개신교계 단체들이 축제가 열리는 시청 광장 주변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북을 치며 '동성결혼 반대', '동성애는 죄악이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문화축제를 방해했다.
시청 광장 맞은 편에서는 동성애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 준비위원회(대회장 이주훈 목사)가 주최한 '퀴어축제반대국민대회-러브플러스' 집회가 열렸다.
대회장을 맡은 가천대 이용희 교수는 "이번 국민대회는 개신교뿐만 아니라 불교, 가톨릭도 참여하는 범국민대회 성격이었다"라면서 "후손에게 좋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영적 방파제 역할을 수행했다"고 말했다.
보수 개신교계의 반대집회는 매년 연례행사처럼 열린다. 반대집회는 매년 덕수궁 대한문 앞 광장에서 열리다, 올해엔 보수 단체의 반정부 집회로 인해 서울시의회 앞에서 열렸다.
'보수 개신교 성소수자 혐오 보면서 교회 멀리해'
축제 참가자들이 보수 개신교의 반대집회를 보는 시각은 곱지 않다. 보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고자 타종교, 그리고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에게 의견을 구했다.
마침 퀴어문화축제엔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가 부스를 내고 참여했다. 익명을 요구한 A 스님은 "보수 개신교 단체가 행사장 바로 건너편에서 반대집회를 한다는 게 놀랍다"라면서 "성소수자 문제는 인권이란 측면에서 접근해야지 일방적으로 죄악이라고 규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현장에서 '프리허그' 행사를 진행하던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김아무개씨는 "자녀가 성소수자임을 알기 전, 교회 나가 열심히 신앙생활했다. 그러나 자녀가 성소수자임을 알고 난 뒤 교회가 성소수자 혐오를 조장하는 모습을 보고 불합리하다 생각했고 그때부터 (교회를) 멀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퀴어문화축제와 반대 집회는 같은 시간대에 열렸다. 특히 매년 보수 개신교계 쪽에서 행진을 방해해 왔기에 이번에도 불상사가 생길 것이란 우려가 없지 않았다. 하지만 양측이 충돌하지 않았다.
이날 축제는 행진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주최측은 행진에 7만, 광장 행사 참여 인원 8만 등 15만이 다녀갔다고 알렸다.
* 아래는 축제 이모저모를 담은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