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 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 모(63·여)씨는 최근 ‘딸 이름’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휴대폰이 고장 났는데 고쳐야 한다. 98만 원만 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뜬금없는 내용에 이상함을 느낀 김 씨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몇 분 후 딸에게서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엄마, 사랑하는 엄마’, ‘뭐해? 바빠?’, ‘사랑하는 딸을 왜 무시해?’ 등 다소 공격적인 내용이었다.
이에 김 씨는 딸에게 전화를 걸어 “카톡 보냈어?”하고 물어보니 딸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연락이 온 메신저를 자세히 살펴봤다. 지구본 모양의 프로필 사진과 함께 딸 이름 석 자로 메시지가 와 있었다. 김 씨는 딸을 ‘막내딸♥’로 저장해 놨는데도 말이다.
최근 빈번히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수법 중 하나인 ‘메신저(카카오톡) 피싱’의 실제 사례다.
10일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금전을 요구하는 사람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이 지구본일 경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둬선 안 된다. 이는 해외가입자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해외 보이스피싱범들은 유창한 한국말과 전문적인 용어 및 말투를 사용한다. 주로 100만원 이하 소액을 요구하는 게 특징이다. 범죄 대상자의 개인정보까지 미리 알고 있어 피해자를 강하게 압박한다.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 사칭에 속지 말고 당사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확인해봐야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이외에도 경찰은 교묘해지고 있는 보이스피싱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찰은 ▲정부기관이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거나 현금 이체 등을 절대로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금융기관에선 저금리, 신용등급 상향 대출을 권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며 ‘무시하기’와 ‘개인정보 절대 알려주지 않기’를 피해 예방 방법으로 제시했다.
또 ‘자녀가 납치됐다’는 연락의 경우 당황하지 말고 당사자에게 직접 확인해야한다.
김현정 대전지방경찰청 수사2계장은 이날 대전청 브리핑룸에서 “이런 수법이 안 먹히면 보이싱피싱범들은 또 다른 수법을 만든다”며 “‘내 일이 아닐 거다, 난 안 당할 거다’하고 방심하지 않아야 한다. 범죄의 심각성 인지와 함께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편 올해 대전 지역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664건으로, 피해액이 108억(5월 30일 기준)에 달한다. 연말에는 피해액만 259억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지역 내 발생한 보이스피싱 피해는 총 1295건, 150억 원의 피해가 있었다. 전국적으로는 3만 4132건으로, 4040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