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금강 공주보, 진영에 갇히다
[노트북을 열며] 금강 공주보, 진영에 갇히다
극단의 이념대결로 끌고 갈 문제 아냐…김정섭 공주시장이 중심 잡아야
  • 김갑수 기자
  • 승인 2019.06.16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속에 나오는 전투 장면 중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참호전(塹壕戰)이 아닐까 싶다. (공주보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영화 속에 나오는 전투 장면 중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참호전(塹壕戰)이 아닐까 싶다. (공주보 자료사진/ 굿모닝충청=김갑수 기자)

[굿모닝충청 김갑수 기자] 영화 속에 나오는 전투 장면 중 가장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무래도 참호전(塹壕戰)이 아닐까 싶다. 너른 평지를 사이에 두고 양쪽 군대가 어른 키 정도의 땅을 파서 대치하는 모양새는,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장기전으로 치닫기 일쑤다.

금강 공주보를 둘러싼 논란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분 해체에 찬성하면 농민의 피눈물을 우습게 여기는 세력이 되고, 반대라도 하게 되면 적폐세력(또는 반환경론자)으로 낙인찍히기 십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참호에서 총칼을 겨누고 있는 세력은 중간에 있는 자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오히려 양쪽 모두의 총알받이 신세가 될 뿐이다. 때로는 “너는 어느 쪽이야?”라며 은근히 겁박하기도 한다. 답답한 노릇이다.

참호전을 연상시키는 금강 공주보 논란…정부의 섣부른 발표 아쉬워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꼬이게 된 것일까? 우선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위원회)의 지난 2월 22일 보 처리 방안 발표는 다소 섣부른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인다.

위원회가 발표한 금강수계 3개 보의 처리 방안은 ▲세종보 해체 ▲공주보 부분 해체 ▲백제보 상시 개방으로 요약된다.

위원회는 특히 공주보에 대한 원칙적 해체가 가장 합리적이라면서도 “공도교 유지 등 지역주민의 교통권을 보장하며 물 흐름을 개선할 수 있도록 보 기능 관련 구조물을 부분적으로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동시에 “공도교의 안전성, 백제문화제, 지하수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검토‧분석한 결과를 함께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공주시를 비롯한 해당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면서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자료사진: 11일 진행된 공주보 관련 시민대토론회 현장)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공주시를 비롯한 해당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면서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자료사진: 11일 진행된 공주보 관련 시민대토론회 현장)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공주시를 비롯한 해당 지자체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발표하면서 갈등이 촉발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면서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다.

1차적으로는 정부의 섣부른 발표가 단초를 제공한 셈이지만, 정치권의 맞대응 역시 바람직하다고 볼 순 없는 일이다. 정치공방 소재가 되는 순간부터 본질이 흐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치공방 소재 되는 순간 본질 흐려져…상당수 주민들은 여전히 오해

상당수 주민들이 여전히 공주보를 완전히 뜯어내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도 정치권의 영향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1일 고마센터에서 열린 공주보 관련 시민대토론회에서 보여준 일부 선출직 인사의 태도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공주시민의 중론을 모으기 위한 자리일 뿐, 어느 한 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행으로 치닫게 했기 때문이다.

보수언론의 보도 태도 역시 사태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 공주시가 바쁜 농번기로 인해 시민대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사전의견서를 접수한 것일 뿐인데, 마치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처럼 다루는 것은 악의적 왜곡보도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가지고 사설로까지 공주시장을 비판한 것은 그 편향성과 의도성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 김정섭 시장이 중심을 잡을 때가 됐다. 이러다 양쪽 참호에 있는 세력들에게 김 시장이 좋은 먹잇감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자료사진: 공주시 제공)
이제 김정섭 시장이 중심을 잡을 때가 됐다. 이러다 양쪽 참호에 있는 세력들에게 김 시장이 좋은 먹잇감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자료사진: 공주시 제공)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김정섭 공주시장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 시장의 말처럼 공주보는 O·X 형식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시민 스스로 중론을 형성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사실은 분명하다. 김 시장의 지적처럼 공주보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나 잘못된 사실을 근거로 판단하고 있는 시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O·X로 풀 문제 아니지만 시민은 명쾌한 답 원해…김정섭 시장 중심 잡아야

일련의 과정을 통해 웬만한 주장은 모두 개진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이제 김 시장은 무엇이 진실인지에 대한 사실관계를 따져 시민에게 알릴 때가 됐다.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공주보 부분 해체에 따른 비용은 정확히 얼마인지, 공도교의 안전성은 보장할 수 있는지, 부분 해체 없이 상시 개방만으로 수질 악화를 막을 순 없는지, 중·장기적으로 각종 용수 확보에는 문제가 없는지, 수질오염의 주범인 상류 지천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등에 관한 정확한 팩트를 확인해 시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토론회나 여론조사를 추가적으로 실시할 경우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다른 한 쪽은 무조건 거부할 게 뻔하다.

지금과 같은 스탠스를 유지할 경우 자칫 시장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해당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을 불러 공주보 입장 정리를 위한 내부 검토의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론 공주보에 대한 김 시장의 권한이 거의 없는 게 사실이지만 필요하다면 그 판단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 시민에게 대통령이나 환경부 장관은 멀고, 김 시장은 가깝기 때문이다.

이제 김 시장이 중심을 잡을 때가 됐다. 이러다 양쪽 참호에 있는 세력들에게 김 시장이 좋은 먹잇감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