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자 vs 가난한 자’, 익숙한 구도 깨뜨리다
    ‘부자 vs 가난한 자’, 익숙한 구도 깨뜨리다
    리뷰] 800만 넘긴 칸 영화제 대상 수상작 ‘기생충’
    • 지유석
    • 승인 2019.06.16 2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 ‘기생충’ ⓒ 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의 칸 영화제 수상작 ‘기생충’ ⓒ CJ엔터테인먼트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요즘 들어 화제작 리뷰 쓰기가 부담스럽다.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 그랬고, 5월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그렇다. 

    두 작품 모두 화제작이고, 그래서 시선을 달리해 볼 수 있는 영화들이다. 그러나 두 작품 모두 연출자가 직접 영화 내용 일부를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 자제를 부탁했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행히 <엔드게임>의 경우 개봉 후 조 루소·앤소니 루소 감독이 개봉 2주 후 스포일러를 ‘해제’했다. 한편 <기생충>은 개봉 17일째인 15일 오후 800만을 돌파했다. 그럼에도 스포일러 자제령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6일 봉 감독이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인터뷰를 하면서 약간의 ‘가이드라인’이 생겼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숨이 트이는 기분이다. 

    <살인의 추억>, <마더>, <괴물>, <설국열차> 등 봉 감독은 유난히 ‘짧은’ 제목을 선호했다. <기생충>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엔 영화 제목을 보고 의아해 했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나니, 참 적절한 제목이라는 느낌이다.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제목, 그리고 구성이 불편할 수는 있다. 영화가 그리는 ‘가난한 자’와 ‘부자’의 대립 구도가 특히 그렇다. 

    시선을 달리해 보자. 영화가 펼쳐지는 무대인 고급 저택은 <설국열차>의 꼬리칸과 우등칸을 옮겨 놓은 듯해서 기시감을 준다. 

    ‘냄새’라는 모티브는 영화의 흥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가정부 문광(이정은)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장르가 블랙코미디에서 스릴러로 바뀌는 대목은 실로 짜릿하다. 

    영화 구성 중 가장 생소했던 대목은 주인공 가족이다. 이 영화는 변변한 직업 없이 사는 기택(송강호 분) 가족이 부잣집 박 사장과 얽히는 과정을 그린다. 

    아들 기우(최우식 분)가 먼저 가정교사로 들어가고, 동생 기정(박소담 분)이 뒤를 잇는다. 이들은 자리를 잡기 무섭게 아버지 기택과 엄마 충숙(장혜진 분)까지 끌어들인다. 요약하면 둘의 기지 덕분에 허드렛일이나 하던 부모가 부잣집에 취업한 셈이다. 

    더구나 기우와 기정은 외모 역시 빼어나다. 이 같은 설정은 ‘가난한 집안’ 하면 얼른 떠오르는 선입관을 보기 좋게 깨뜨린다. <마녀>에서 다소 불량스런 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최우식의 연기는 더욱 농익은 모습이다. 박소담의 연기도 칭찬이 아깝지 않다. 

    동선 가르는 세상에 경종 울리다 

    ‘기생충’은 부자 대 빈자의 익숙한 구도를 깨뜨린다. 이런 시각은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실의 강력한 은유다. ⓒ CJ엔터테인먼트
    ‘기생충’은 부자 대 빈자의 익숙한 구도를 깨뜨린다. 이런 시각은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는 현실의 강력한 은유다. ⓒ CJ엔터테인먼트

    지금은 가난이 대물림되는 시절이다. 가난한 집안 아이들은 멋지게 치장할 여력은 물론 정당하게 보장 받아야 할 교육 기회마저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기우와 기정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물론 가난한 집 아이라고 똑똑하지 말라는 법 없고, 잘 생긴 외모를 가져선 안 된다는 법 없다. 영화에서처럼 가난한 집 아이들이 힘든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영악해질 대로 영악해져 ‘기회’만 노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말하자면 현실은 한 층 더 복잡할 수 있다는 의미다. 봉준호 감독도 JTBC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보통 흔히 영화들에서 이 또한 거친 일반화일지 모르겠지만 악당으로서의 부자,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요즘 말로 변하면 갑질을 한다거나 이런 부자가 있고, 돈 없고 힘이 없지만 착한 가난한 자들끼리 뭉치고 연대하는, 이런 것이 많이 봐왔던 구조인데.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더 복잡미묘한 측면이 있습니다.” 

    봉 감독은 이런 말도 했다.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 사실 보통 밀접하지 않고서는 힘들 잖아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부자와 가난한 자의 움직이는 동선을 보면 사실 많이 안 겹쳐요.”

    동선이 안 겹치는 건 비단 부자와 가난한 자끼리만은 아닌 듯하다. 비슷한 계층끼리도 마찬가지다. 같은 노동자면서 정규직·비정규직이 갈리고, 같은 지역에 살면서도 사는 아파트 평수에 따라 동선이 갈린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동선이 겹쳐지지 않도록 경계를 친다. 

    이런 세상에 살다 보니 ‘가난한 집’ 아이 하면 자연스럽게 못 배우고, 못생긴 아이들을 떠올리는 건 아닐까? 기우와 기정의 존재는 이 같은 세상을 조롱하는 강력한 은유다. 

    이 영화 <기생충> 속 디테일은 다른 나라 관객이 볼 때 생소할 수 있다. 반지하라는 한국만의 독특한 생활공간이 특히 그렇다.  그러나 인생역전을 꿈꾸며 확실한 물주(?)에 달라붙으려 발버둥치는 모습은 빈부격차가 고착화되는 지금 세상의 한 단면일 것이다. 

    요약하면,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가 이 작품에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줄 만 했다. 

    끝으로 사족 하나 덧붙이고자 한다. 한 평론가는 방송에 출연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의미를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평론가는 진행자에게 “한국 영화가 상을 받았을 때만 권위가 생기는 영화제”라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었다. 어느 면에서는 현실을 반영한 말이다. 칸 영화제 대상 수상작이 한국 영화시장에서 큰 인기몰이를 한 적이 거의 없고, 칸 영화제를 제대로 아는 이들이 드물어서다. 

    그러나 한국 영화와 무관하다고 해서 영화제의 권위가 높아지거나 낮아지지 않는다. 칸 영화제는 여전히 권위를 인정받으며 세계 영화인의 선망을 살 것이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