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생각 없는’ 대전시가 낳은 관폐
[김선미의 세상읽기] ‘생각 없는’ 대전시가 낳은 관폐
바벨탑 쌓으려던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 부결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6.17 09: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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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편집위원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프랑스인은 뛴 다음에 생각하고, 영국인은 뛰면서 생각한다. 독일인은 생각한 다음에 뛴다.”

세계 각국의 국민성을 풍자한 숱한 유머 중 하나다. 푸른색 말 찾기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 대한 각 나라의 비교 고찰(?)만큼이나 실없는, 이 유머가 불현 듯 생각 난 것은 순전히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때문이다. 

프랑스인은 뛴 다음에 생각이라도 한다지만 대전시는 뛰는 데만 열중

자연생태보존과 개발을 놓고 지난 3년 동안 첨예한 대립을 보인 대전시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월평공원 갈마지구의 운명이 결정됐다. 대전시 도시계획위원회(이하 도계위)는 지난 14일 재심의를 열어 공원 일몰제에 따라 내년 7월 공원용지 해제를 앞둔 월평공원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을 부결시켰다.

일단 바벨탑을 쌓듯 도솔산 정상보다 높게 세워질 뻔한 거대한 아파트 개발 사업은 일단 멈추게 됐다. 월평 갈마지구 민간특례사업에 대한 도계위 심의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차 심의 때 ▲스카이라인 보전을 고려한 아파트 층수계획 ▲교통처리 대책을 감안한 개발 규모 조정 ▲생태자연도 2등급지 훼손 최소화에 대한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며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도계위는 재심의에 제출된 사업계획 역시 이러한 부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판단, 부결 결정을 한 것이다.

부결의 가장 큰 요인은 경관·녹지 등 생태환경 문제보다 교통문제

사업자측이 아무런 보완 대책을 내놓지 않은 것은 아니다. 대폭적인 수정안을 내놓았다. 최고 층고를 낮추고 세대 수는 기존의 2730세대에서 무려 절반 가까이 줄인 1490세대로 축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결된 것이다. 아파트 높이는 낮췄다고 해도 여전히 도솔산 정상 높이와 거의 맞먹는 196.2m에 달해 경관을 훼손하고, 생태자연도 2등급지 보존대책도 미흡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부결을 이끌어낸 결정적 요인은 경관, 녹지 문제 등도 제대로 된 보완책을 내놓지 못했지만 무엇보다 교통문제가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통처리 대책은 이날 상정된 변경안 대책 가운데 가장 미흡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 교통처리 대책이 해결되지 않았고, 세대수를 줄여도 시간당 교통량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것이 도계위의 판단이었다.

사업 대폭 축소에도 교통대책 미흡, 사업 자체의 근본적 결함 드러내

대전 월평근린공원 갈마지구/굿모닝충청 자료사진
대전 월평근린공원 갈마지구/굿모닝충청 자료사진

월평 갈마지구는 현재도 교통이 복잡한 상황으로 당초 여기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환경보존과 개발, 찬반 갈등 과정에서 아파트 개발사업의 이 같은 근본적인 문제점은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도계위에서 바로 이 점을 지적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사업자 측의 제안을 수용하기 전 사전 검토 과정에서 어떻게 전혀 걸러지지 않을 수 있었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도솔산 정상보다 높은 아파트 건설이 어떻게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허용될 수 있었는지 말이다.

도시계획이나 교통영향평가에 대해 전혀 모르는 보통사람들도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교통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는 대전시가 뛰고 난 다음에도 생각이라는 것을 외면한 ‘생각 없는’ 행정이 낳은 민낯이다.

사전 검토 없이 발생할 모든 문제점에 눈 감은 대전시 행정의 민낯

사업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사업 규모를 절반 가까이 축소할 수 있는지 상식적으로 쉬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렇게 축소하고도 사업 자체가 가능한지? 애초 사업계획이 과대 포장됐던 것은 아닌지? 하는 합리적 의심을 갖게 한다.

일단 부결로 월평공원 사업 무산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지만 후속 조치 과정에서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대전시가 대상 토지를 전부 매입한다 해도 토지 보상가, 매입대상지를 선별할 경우 여기서 제외된 토지주들의 반발 등 또 다른 갈등을 야기할 우려가 없지 않다. 그동안 사업추진을 위해 발생한 비용을 보상하라는 사업자의 피해보상 소송 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면밀한 검토나 계획 없이, 결국 생각이라고는 없이 사업주 제안을 덥석 문, 첫 단추를 잘못 꿰는 바람에 치러야 할 혹독한 행정 실패 비용인 셈이다. 이는 대전시가 대전시민에게 끼친 관폐(官弊)다.

허태정호는 생각 없이 뛰지 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뒤 뛰기를

물론 도시공원 민간특례사업은 민선6기에서 결정한 일로 민선7기 허태정호가 그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나름 애를 쓰고 있다. 그렇다고 민선7기가 사태를 이 지경까지 몰고 온 책임에서 마냥 자유롭기는 어렵다.

대전시민을 대표한 월평공원 공론화 시민참여단의 60% 이상이 민간특례사업 중단을 권고한 공론화 결정을 존중해 대전시가 조기에 선제적으로 대안을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랬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 시장과 대전시는 도계위에 책임을 미룬 채 문제 해결에 미적거리다 결국 또 다른 갈등에 빠질 위험에 놓이게 된 것이다.

대전시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예상되는 갈등을 어떻게 풀어갈지 모르겠지만 임기 1년을 맞는 허태정호는 대규모 사업 추진 시 생각 없이 뛰지 말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뒤 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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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인 2019-06-19 14:32:41
뭐든 해보시고 말씀을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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