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돌아와 올리버!
[김세원의 복지이야기] 돌아와 올리버!
식생활 불평등은 곧 건강불평등
사회경제적 지위가 식생활 식문화 좌우해서는 안돼
  • 김세원 대전과기대 사회복지과 교수
  • 승인 2019.06.2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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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김세원 대전과학기술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듣고 싶지 않은 소식이었다.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가 세우고 운영하던 식당 제이미스 이탈리안(Jamie’s Italian), 피프틴(Fifteen), 바베코아(Barbecoa)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들 식당에서 일하고 있던 셰프 등 1,300명이 넘는 식당종사자들이 모두 길거리에 나안게 되었다.

전조 증상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요식업계의 과잉 공급 · 온라인 배달 서비스 증가 · 체험 형 아울렛 확대 등의 시대적 조류를 무시하고 시간과 비용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지불해야 하는 ‘풀 서비스’ 식당을 고집한 것은 가장 큰 패착으로 꼽힌다. 또한 브랙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몸에 좋지만 비싼 식자재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그의 식당사업은 궁극으로 내 몰렸다.

제이미 올리버는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은 매우 슬프며, 이 사업에 심혈을 기울여 온 모든 직원과 공급자들에게 감사드린다”라며 “10년 동안 즐기고 지원해 주신 모든 고객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은 정말 기쁜 일이었다”라고 회한을 밝혔다.

요식업계도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해야 해야 하고, 이를 간과할 경우 파멸로 이어진다는 것이  경제 컨설턴트의 결론이다. 하지만 필자는 그의 ‘학교급식사업’과 ‘건강한 음식 레시피 체득과 보급’은 지금도 그 생명력이 다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개선과 확대과정을 거쳤으면 한다.

그는 영국의 학교급식을 먹어온 청년들이 변비, 중풍이나 당뇨 등의 성인병에 시달리는 것을 인지하고 학교급식 개혁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너겟이나 간편한 샌드위치 위주의 식단을 허브로 맛을 낸 닭고기나 미트볼 등의 제대로 된 식사로 대체되었다. 그렇지만 그의 음식은 학생들로부터 외면 받았다. 조미료나 간편식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은 건강한 식재료를 거부한 것이다.

충격처방으로 너겟이 어떤 부위와 어떠한 방법으로 만들어지는 가를 보여준 후 아이들은 제이미의 음식에 거부감을 줄여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학생들에게 충격요법을 다시 한 번 사용한다. 이번에는 손수레에 설탕을 가득 싣고 나타난다. 학생들이 의심없이 먹는 우유 · 콜라 등 에 함유된 설탕을 한 해 동안 모을 경우 한 수레에 이른다는 설명에 학생들은 혼란에 빠진다.

“가족 중 한 사람만이라도 건강한 음식 10여 가지를 만들 수 있다면, 아이들은 패스트푸드의 유혹에서 벗어나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라며 간단하지만(그의 설명에 의하면) 건강한 요리를 지구촌에 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빠나 엄마의 손에서 건강한 음식이 만들어지고, 이를 먹고 자란 아이들이 이웃들에게 건강요리를 만들어 제공하는 선순환이 이어지기를 고대했다. 그의 바람은 어느 정도 실행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밥을 잘 먹었다”라고 하는 말은 곧 “반찬이 고기였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어떠한 조미료를 썼는지, 어떤 재료와 방법으로 조리를 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고기는 맛있기에 무조건 옳다는 의식이 우리 학생들에게 자리한다.

급식의 만족도는 음식의 맛, 메뉴, 다양성, 외관 등의 음식서비스 품질에서 좌우된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건강한 재료와 친 환경 조리법도 중요하다. 어린 시절부터 건강한 먹거리를 분별하고, 조리하며, 섭취하는 절차와 방법을 체득하는 것도 학교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배움이다.

기획재정부는 우리의 1인당 국민 총소득과 국내총생산이 3만 달러를 넘었다고 발표했다. 외환위기를 거쳤지만 지속된 경제성장의 긍정적인 여파라 할 수 있겠다.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절에서 벗어나 충분한 열량을 섭취할 수 있게 됐고, 식생활은 서구화되었다. 

먹거리와 건강과의 관계에 대한 많은 연구들이 쏟아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 서구의 식생활은 암 발생과 유의미한 관계에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WHO는 1999년부터 식품의 빈곤을 최소화하고 질 높은 식품 생산과 식품매개질환 예방을 위한 환경조성에 나서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낮은 수준의 사람들은 열량이 낮으면서 질적으로 우수한 식품의 가격이 높기 때문에 구매에 어려움이 있고, 그 결과 비만율이 높다. 종합해 보면 영양을 포함한 식생활은 중요한 건강결정요인이며,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사는 것은 분명 좋아지고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영유아, 아동, 여성, 노인 등 사회경제적 취약층은 불량한 식사로 영양섭취의 불균형상태에 있다. 식생활의 불평등은 질병이나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식생활의 불평등은 건강불평등으로 이해되야하고 그 해결방안은 시급히 모색되어야 한다. 좋은 식재료를 건강한 방법으로 섭취해 균형잡힌 심신을 유지하는 것은 인간다운 생활을 위한 전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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