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당 원내대표는 24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패스트트랙 정국 이후 80일 만에 국회가 제 자리를 찾게 된 것이다. 그러나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이날 합의는 무효가 되고 말았다. 한국당이 의총에서 여야 합의안을 추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는 정상화하겠다고 하지만, 소속 의원들은 정상화를 반대하고 있는 모양새다.
앞서 정치권에서는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이날 국회 정상화에 합의하자, 결정적 배경이 바로 황교안 대표에게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이구동성으로 나왔다. 최근 자신의 아들 취업문제와 관련, 비유를 잘못 드는 바람에 그만 ‘공감능력 제로 정치인’이라는 비난과 공분이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가뜩이나 민감한 청년 취업문제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경우 여론의 뭇매는 물론, 자칫 회복 불능의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서 국면 전환 차원의 결정적 카드가 절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출신의 이종걸 의원은 이날 “황 대표님, 많이 당황하셨어요?”라고 묻고는 “전격적인 국회정상화 합의의 일등공신은 황 당대표의 아들”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는 “국회 정상화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황 당대표는 아들의 ‘KT 문제’로 코너에 몰리면서 집중적인 검증 대상이 되자 국면전환이 절실했다”며 “황 당대표의 황당한 발언과 실수들은 그가 얼마나 당황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원내전략을 책임진 (나경원) 원내대표와, 당을 책임진 당대표는 아무래도 국회파행에 대한 부담감이 다르다”며 “명분 없는 장기간의 국회거부에 대한 자한당 의원들의 폭발 직전의 반발을 달래야 하는 원내대표와, ‘아들의혹’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려야 하는 당 대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황 당대표에게 아들의 ‘KT 문제’는 더 이상 화제를 삼고 싶지 않은 불편한 주제”라며 “그런데 아들의 병역비리로 좌절했던 이회창 전 총리가 떠오른 것일까? 평소의 냉정함은 사라지고, 당황한 황 당대표는 실수에 실수를 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여야 3당의 국회 정상화 합의는 채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한국당에 의해 무산되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의원총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정상화 추인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와 소속 의원들 간에 마치 각자 제 살 길을 찾겠다는 듯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면모를 전국민에게 유감 없이 보여주고 있다.
앞서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이날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선거법과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법 등은 합의 정신에 따라 처리하기로 했다. 또 한국당이 국회 복귀의 조건으로 주장했던 경제청문회는, 국회의장 주관으로 국회 차원의 경제원탁 토론회로 대체하고, 대신 형식과 내용은 향후 3당 교섭단체가 협의해 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62일째 국회에 계류 중인 추경안은 6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되, 재해 추경을 우선 심사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