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마을에 화학산단? 특혜이자 주민 말살”
“친환경마을에 화학산단? 특혜이자 주민 말살”
충남 연산면 주민들 태화산업단지 조성 반발...반대추진위 꾸리고 투쟁
  • 한남희 기자
  • 승인 2014.11.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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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논산시 연산면에 위치한 태성화학이 이곳에 화학공장 증설을 골자로 한 산업단지개발을 추진 중이다. 붉은선 안이 산단 추진지역. 네이버 지도.

[굿모닝충청 한남희 기자] 푸른 소나무 숲과 맑은 우물, 기름진 논밭이 마을의 자랑거리던 곳. 충남 논산시 연산면 장전리와 표정리 얘기다. 이 마을 사람들은 지금도 이 일대를 진등, 진밭, 청림(靑林), 표정(表井) 등으로 부른다.

그런데 조용하던 이 마을이 최근 산업단지 조성 문제로 시끄럽다.

한 화학제품 공장이 부지 확장 차원에서 산업단지를 만들려 하면서 인근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는 것. 주민들은 산업단지 조성반대추진위원회를 만들고 활동에 들어갔다.

▲ 태성화학이 추진 중인 태화산업단지 예정지의 98.4%가 사유지고, 용도별로는 절반가량인 17만 8880여 ㎡가 농업진흥지역이다. 산업시설용지는 기존 공장(1만 1614㎡)을 포함, 26만 2000여 ㎡(73.6%)다. 태성화학은 산업용지 중 58.2%인 15만 2900여 ㎡를 직접 사용해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을 제조할 계획이다.

산단 35만㎡...산업용지 60%는 화학공장
1999년 연산면 표정리에 공장을 세운 태성화학㈜(대표 유영순, 표정리 483번지)은 현 공장 자리를 포함, 표정리와 장전리 일원에 태화일반산업단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2012년부터 논산시와 충남도에 투자의향서를 제출, 지난 7월 충남도에 산업단지 계획 승인신청서를 접수했다.

당초 태성화학은 산업단지 면적을 43만 5000여 ㎡로 계획했지만, 북동쪽 우량농지를 빼고 지난달 35만 7000여 ㎡로 면적을 줄여 변경계획서를 제출했다.

산단 예정지의 98.4%가 사유지고, 용도별로는 절반가량인 17만 8880여 ㎡가 농업진흥지역이다.
산업시설용지는 기존 공장(1만 1614㎡)을 포함, 26만 2000여 ㎡(73.6%)다. 태성화학은 산업용지 중 58.2%인 15만 2900여 ㎡를 직접 사용해 화학물질 및 화학제품을 제조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금속가공제품제조, 전자부품, 전기장비제조, 물류 업체 등에 분양할 계획을 갖고 있다.

▲ 태화산업단지조성반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만중 연산면주민자치위원장(오른쪽)과 설영근 위원장이 태성화학을 가리키며 주민들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들 환경피해 뻔해 “결사반대”
산업단지 추진단(단장 이용훈 전 논산시기업인협의회장·이하 추진단)은 지난 8월에 이어 지난달 28일 두 차례에 걸친 주민설명회(합동설명회)를 진행했다. 하지만 두 차례 모두 주민 반대로 사실상 ‘반쪽’에도 못 미치는 설명회였다.

특히 지난달 28일 주민설명회 참가한 마을 사람들의 수는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대신 수십명의 주민들이 이날 그 시각 면사무소 밖에서 반대집회를 열었다.

주민들이 이처럼 산단 조성에 반대하는 이유는 환경피해 우려 때문이다. 산단 추진 주체는 이곳에서 10여년째 화학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태성화학으로 이 업체는 무기안료와 산화철을 생산한다.

주민들에 따르면 제품을 만들기 위해 제철공장으로부터 폐금속(붉게 녹슨 철)을 구입해 이를 분말로 만든 뒤 화학색소를 혼합해 안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사업대상지 주변으로는 장전 1·2·3구, 표정1·2구, 덕암1·2·3구 등 8개 마을에 400여가구 7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 설영근 태화산업단지조성반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 태성화학을 가리키며 주민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설영근 태화산단 조성반대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지난 수십 년 동안에도 소음과 진동, 분진피해를 참고 살아왔는데 3000평 화학공장을 11만평으로 증설하려하는데 그럼 주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말이냐”며 “지금도 분진이 마을 주변으로 흩날리고 있고, 공장 차량이 지나는 큰 길까지도 시뻘건 쇳가루가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태성화학은 산단 조성이 완료되면 산업용지 중 60% 가량을 자신들이 사용할 계획이다.

“문전옥답 망치는 게 충남도 3농혁신”
사업대상지 주변은 연산천이 흐르는 비옥한 논밭이 펼쳐져 있다. 이곳에서는 주산물인 포도를 비롯해 수박과 메론, 딸기, 대추, 상추, 무 등을 재배하고 있다.

밭은 주민들이 피땀 흘려 낮은 언덕을 개간해 지금의 옥토로 만든 곳도 적지 않다. 사업 신청지 80% 이상이 농경지로 주민들은 이곳에 공단이 들어서면 생존권까지 위협받는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토지가 지역 주민이 아닌 외지인 소유이기 때문이다. 또 화학공장이 증설되면 친환경농산물 인증이 쉽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도 크다.

반대추진위 공동위원장인 김만중 연산면 주민자치위원장은 공장과 100여m 떨어져 있는 장전리 3구 117번지 살고 있다. 밤이면 분진을 배출하는 기계 소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우리 마을 논밭은 논산의 대표적인 우량농지로 주민들은 전통을 지키며 친환경농산물을 생산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충남도가 산업특례법만 들먹이며 사업주만 편드는 듯 한 태도에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많은 주민들이 외지인 소유의 토지를 임대해 소득을 얻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토지 소유주)이겐 이번 산업단지가 좋은 가격에 땅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며 “이런 것을 사업 추진자들은 마치 주민 대부분이 땅을 팔고 산단 조성을 찬성하는 것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설영근 위원장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제1과제로 3농혁신을 내세우며 식량안보와 미래성장산업인 생명으로 농어업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런데 충남도가 태화산업단지를 승인한다면 3농혁신정책은 말장난에 불과했던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 태화산업단지조성반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만중 연산면주민자치위원장(오른쪽)과 설영근 위원장이 태성화학 마당에서 붉은색 가루를 가리키며 "쇳가루와 화학분진에 주민들이 수십년간 고통을 겪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 앞둔 돈암서원이 지척
논산시 문화재 중 60%가량이 연산면에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노력 중인 돈암서원이 산단 신청지와는 불과 2㎞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특히 사업 지역은 계백장군과 오천 결사대가 진지를 구축하고 전투를 벌인 장소와도 인접해 있으며, 태조 왕건의 천년고찰 개태사와도 그리 멀지 않다.

지난해 3월부터 석 달간 진행한 산단 예정지 주변 150m이내 문화재 분포현황조사(조사기관 금강문화유산연구원) 결과에도 “조사 지역 주변에는 청동기 시대 취락의 존재를 증명하는 조인돌과 입석의 존재가 확인되며 백제 시대의 표정리 고분군이 인접해 있다. 조사 지역 또한 이와 관련된 유적의 분포가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해당한다”고 돼 있다.

김만중 위원장은 “산단 예정지는 국가적 유물이 많이 발굴되는 지역으로 이릴 적 도굴꾼이 수시로 드나들었고 밭을 갈다가도 유물이 나올 정도였다”며 “선조의 혼과 정신이 살아 있는 문화재와 유물을 정성껏 보존하고 후손에게 계승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 그런 곳에 화학단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혈세낭비로 사업자에게 특혜, 주민에겐 상처
주민들은 태화산업단지를 허가하는 것은 개인에 대한 특혜라고 주장하고 있다. 태성화학의 사업계획에 따르면 산업단지를 기반시설 중 하나인 도로개설을 국토부 지원사업으로 요구한 상태다.

산업단지에서 남서쪽으로 국도1호선과 연결되는 이 도로는 길이 1.35㎞(폭 10m)에 교량(90m)과 과선교(35m)를 포함하고 있다. 시행자 측에 따르면 예상 개설비는 100억 원이다. 유류비와 통행비용을 줄여 1년에 12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게 사업자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허무맹랑한 주장이자 특혜라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김만중 위원장은 “혈세로 폭이 100m가 넘는 연산천을 건너는 다리와 철로를 넘는 과선교를 만들어야 하는데 사업주체는 100억원이 든다고 하는데 그것 가지고는 택도 없다”며 “산단을 조성하면 사업주체가 300억원의 개발이익을 얻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개인한테는 엄청난 특혜를 주고 주민들에게는 큰 상처만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설영근 위원장도 “당초 오래 전 태성화학이 들어설 때 일자리도 주고 잘살게 해준다는 사탕발림에 주민들이 환영했지만 약속을 어기고 오염물질만 끊임없이 배출하고 있다”며 “그간 우리 연산 면민을 우롱한 작태를 볼 때 앞일은 불 보듯 뻔하다. 연산면민의 생존권 사수 차원에서 산단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 태화산업단지조성반대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인 김만중 연산면주민자치위원장(앞쪽)과 설영근 위원장이 태성화학(시설재배시설 뒤로 멀리 보이는 붉은색 건물)을 가리키며 산단 반대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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