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배원 잇단 사망, 이젠 멈추게 해달라”
“집배원 잇단 사망, 이젠 멈추게 해달라”
인터뷰] 이영섭 우정노조 정책기획본부장
  • 지유석
  • 승인 2019.06.26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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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노조는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92.9%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 전국우정노조 제공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우정노조는 25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24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92.9%의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고 밝혔다. ⓒ 전국우정노조 제공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전국우정노동조합(아래 우정노조, 이동호 위원장)이 25일 전면 파업을 선언하면서 사상 첫 집배원 파업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당초 우정노조는 26일 쟁의신고를 내려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가 우정사업의 공익적 특성을 고려해 조정 종료일을 7월 1일로 늦추면서 쟁의신고는 일단 미뤄졌다. 

우정노조는 이날까지 사측인 우정사업본부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7월 6일 출정식에 이어 9일 전면 파업에 들어간다는 입장이다. 

우정노조 이영섭 정책기획본부장은 이번 만큼은 집배원이 숨지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국민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아래는 이 본부장과 27일 오전 나눈 일문일답 내용이다. 

-. 먼저 우정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우편 대란이 일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선 가장 민주적으로 파업을 한다는 게 우정노조의 기본 방침이다. 그리고 파업에 들어간다고 해도 필수유지 인원은 남아 업무를 수행할 것이다. 비율로 볼 때 창구 업무는 25.4%, 집배 업무는 74.9%가 필수유지 인원이다. 

따라서 파업에 들어갔을 때 집배 업무에 큰 차질은 없다는 판단이다. 다만 집중국 발착업무의 경우 필수유지 인원 비율이 36.2%여서 혼란이 염려된다. 

-. 2019년 6월 20일 기준 올해만 아홉 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그런데 이중 다섯 명이 충청권(대전유성, 동천안, 보령, 공주, 당진) 소재 우체국에서 근무했다. 유독 충청권에 사망자가 많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전체적으로 집배원의 노동환경은 열악한데, 그중에서도 충청권은 더 심한 편이다. 특히 현대제철이 있는 당진과 동천안은 업무량이 과중한 곳이다. 5월 사망사고가 난 공주우체국에선 과도한 업무량 외에 임원의 갑질의혹도 제기됐었다. 

-. 우정노조가 내세우는 핵심요구 사항은? 

첫째 인력충원, 둘째 토요배달 업무 전면 폐지다. 

※ 우정노조는 우정사업본부와 2018년 5월 긴급노사협의회를 통해 ‘집배원 토요배달 폐지’에 합의했다. 또 그해 9월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2,000명의 집배원을 정규직으로 증원하여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과중노동을 탈피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합의는 지켜지지 않고 있고, 급기야 우정노조가 이행을 촉구하는 와중이다. 

집배원의 잇달아 숨지면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 전국우정노조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집배원의 잇달아 숨지면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가고 있다. ⓒ 전국우정노조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 인력충원을 하려면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이 예산은 결국 국민세금이다. 

우정사업본부는 특별회계로 운영한다. 즉, 자체 수익으로 운영한다는 말이다. 특별회계로 운영하는 공공기관은 우정사업본부가 유일하다. 그런데 우정사업은 사양산업이다. 지금은 단문 메시지나 전자우편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시절이다. 종이우편은 광고물 말고는 없다. 

단, 택배 사업을 하면 현금이 들어오는데 이 돈은 손실을 메꾸는데 들어간다. 하지만 집배원의 일은 더 늘어나고 되려 적자만 쌓인다. 현 상황에서 특별회계로 운영하라는 건 망하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판단이다. 

정규직 집배원 1명 당 소요예산을 1억 정도로 본다. 2천 명 충원하려면 2천 억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이게 많은 액수일까? 다른 공공기관은 일반회계로 조 단위의 예산을 지원받는다. 국민들께서 이 점을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우정사업본부에서는 "집배원은 공무원이라 인력을 늘리려면 여야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맞는 말이다.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은 2018년 9월 집배원 2,000명을 충원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10월 긴급노사협의회를 열고 "우정사업본부는 2019년 내에 집배원 1,000명 증원을 위한 세부계획을 2018년 4/4분기 내에 수립한다"는 합의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국회가 예산을 삭감해 버렸다. 국회가 책임을 져야한다.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정사업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기관이다. 전국적으로 4만 명이 종사하고, 도서· 벽지에까지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 별도 부처나 청 없이 부처 산하 기관으로 운영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런 구조 탓에 우정사업본부는 발언권이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올해만 아홉 명의 집배원이 숨졌다. 정부와 정치권 모두 반성해야 한다. 

-. 끝으로 국민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국민들께 죄송한 마음이다. 우정노조가 파업을 예고했지만, 실제 실행으로 가는 걸 원치 않는다. 노사 양측이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합의점을 찾는다면 더할 나위 없다. 

정부와 정치권에 바란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은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히 하는 정책을 마련한다. 공공부문 종사자가 잇달아 숨지는데 이를 수수방관하는 건 살인이나 다름없다. 국민께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집배원 스스로도 직업적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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