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우의 마음읽기]자기를 성장시켜 나아가는 청춘들의 연애이야기2
[박현우의 마음읽기]자기를 성장시켜 나아가는 청춘들의 연애이야기2
  • 박현우
  • 승인 2019.07.03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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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박현우 현우상담심리연구소장]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저 옛날 몇 십 년 전에 연애라는 것을 하였던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참 반짝이던 청춘이었는데, 그때는 그 청춘이 얼마나 반짝거리는 것인지 몰랐다. 세상은 격동하였고 존재는 불안하였고 그 와중에 연애는 불꽃같은 치열함이었다. 가장 두려웠던 건 이별이었고 그래서 연애는 행복하기도 했지만 고통스럽기도 하였던 기억이다.

연애관련 연구를 위한 인터뷰를 하기 위해 28세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성 혁을 만나 연애경험 이야기를 나누었다. 혁이 그녀를 만난 건 군 제대 후 복학을 하여 스스로 생활비를 벌면서 학업에 열심히 집중하고 있을 때이다. 그녀 역시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혁은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집안의 외동으로 태어났다. 부모님은 너무 바빴고 혁은 외로웠지만 혼자서 잘 참고 견디며 속 한번 썩이지 않은 아들로 컸다. 부모님과 갈등은 없었지만 정서적 지지나 지원도 없었기에 부모는 늘 그리운 존재였다. 그녀를 보면 거의 90% 흡사하게 엄마가 떠올랐다. 너무 강한 엄마가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엄마와 같은 그녀에게 끌리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네모’가 있었다. 그 네모 틀 안에 들어가 있으면 엄마처럼 배려해주고 보살펴주는 것 같아서 편안하였다. 어린 시절 엄마에게 보살핌을 잘 받지 못했기 때문에 엄마처럼 사랑해주는 그녀에게로 안개처럼 스미어 숨어서 자기는 ‘부재’의 상태로 만들었다. 그녀는 상황마다 혁을 네모 안에 끼워 넣으려 했고, 그녀의 네모 안에서 안전하게 자라던 혁은 어느덧 갈등이 되었다. 처음에는 좋았다. 엄마처럼 가르쳐주고 도와주고 사랑해주는 그 네모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너무 딱딱하고 변하지 않는 네모였고, 점점 좁고 답답해지기 시작했고, 그 밖으로 나가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른 네모도 동그라미도 많은데 굳이 갇혀있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한 명이면 충분했고 자신에게 필요한건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여자 친구이지 엄마 두 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혁은 오래도록 숙고하였다. 갈등이 잦아지면서 관계의 위기로 인식을 했고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극복을 할 자신이 없어졌다. 관계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고 힘겨운 상태를 지속하고 싶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갈등이 반복된다는 것은 변화의 여지가 희박한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이별을 결심하였다.

과거의 경험은 현재에 어떻게 인식되는가에 따라 그 존재가 달라진다. 과거에 경험했던 사실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경험의 의미기 바뀌는 것이고 연애의 추억이 바뀌는 것이고 이렇게 현재에 남은 기억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혁은 결별을 했지만 연애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면 왜 연애를 지속하지 못했는지, 자신은 이후로 어떤 태도를 가져야하는지, 자기를 찾고 성장시킨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이제 알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결별이 오히려 자기를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건강한 연인관계에 대한 통찰의 경험이 되었다.

혁이 말했다. “맞추는 게 능사가 아닌걸 알았어요. 저의 색깔을 유지한 채로 상대의 색깔을 덧입혀야 되는데 너무 흡수되려고 하니까 제 색깔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제가 빨강이라면 주황이 되는 게 좋으니까 만나는 거잖아요. 하지만 제 색깔을 잃지 않고 빨강은 빨강대로 지키면서 또 노랑은 노랑대로 이해해 줘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어느 한 쪽에 물들고 싶지 않네요 이제는”.

참고

박현우(2017). 연애경험을 통한 대학생의 자기발견 및 확장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

 

박현우

-현우상담심리연구소장

-교육학 박사(상담전공)

-순천향대학교 출강

-상담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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