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실 CCTV 설치, 더 미룰 일 아니다
    수술실 CCTV 설치, 더 미룰 일 아니다
    리뷰] ‘권대희법’ 필요성 강조한 ‘PD수첩’
    • 지유석
    • 승인 2019.07.11 13: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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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PD수첩’은 9일 '유령의사, 수술실의 내부자들' 편을 통해 의료계의 일그러진 관행과 이를 막을 ‘권대희법’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MBC ‘PD수첩’은 9일 '유령의사, 수술실의 내부자들' 편을 통해 의료계의 일그러진 관행과 이를 막을 ‘권대희법’ 입법 필요성을 제기했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무면허 의료인의 수술, 그리고 성형외과 의원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이른바 '유령수술' 행위는 잊혀질만 하면 불거져 나오는 의료계 관행이다. 

    언론이 이를 지나칠 리 없다. 앞서 SBS <그것이 알고싶다>, <SBS스페셜> 등 탐사 보도 프로그램은 이 문제에 주목해 심층 보도한 바 있다. 9일 MBC 시사 고발 프로그램 <PD수첩>도 '유령의사, 수술실의 내부자들' 편을 통해 이 같은 관행을 재차 고발했다. 

    의사 교육을 전혀 받은 바 없는 의료기 영업사원이 수술을 집도하는 행위는 생각만해도 소름끼친다. 또 환자를 진료한 담당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가 수술에 참여하는 '유령수술' 역시 마찬가지다. 

    <PD수첩>은 의료진 녹취록, 그리고 수술실 CCTV를 공개하면서 이 같은 관행의 민낯을 고발한다. 의료기 영업사원이 집도의 노릇을 했다가 환자가 숨졌다. 이러자 병원 측은 대책회의를 했다. 회의에 참석한 관계자들은 이 일이 '방송 탈' 일이라며 대응책 찾기에 골몰한다. 

    수술실 CCTV 영상은 더욱 놀랍다. 고 권대희 씨는 2년 동안 돈을 모아 안면윤곽성형술을 받았다. 그러나 고 권 씨는 수술대에 오른지 4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고 권 씨가 수술 중 심하게 피를 흘린 정황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고 권 씨는 몸에 있던 혈액의 70%인 3500cc가 빠져 나간 것으로 대학병원 확인 결과 드러났다.

    더욱 놀라운 건 의료진의 대응이다. 의료진은 상황을 수습하지 못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바닥에 흥건하게 쏟아진 피를 자루걸레로 닦아내는 광경은 경악스럽기까지 하다. 

    다시 말하지만 <PD수첩>이 보도한 의료계의 일그러진 관행은 새삼스럽지 않다. 단, 사건 은폐에 급급한 병원과 수술실 상황을 세상에 알리는 한편, 수술실 안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권대희법’ 입법 필요성을 지적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국회에서 권대희법이 발의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 법안은 철회됐다. 대한의사협회의 반대 때문이었다. 대한의사협회는 전부터 의사 처벌을 강화하는 법안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 했다. 의사로서는 불편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무면허 의료행위가 횡행하고, 전문지식이 없는 환자 처지에선 기댈 곳이라곤 CCTV 밖에 없다. 이 점을 감안, 충남도 등 다른 지자체도 경기도의 사례를 참고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익명 뒤에 숨은 의료과실, 이젠 바로 잡자 

    안면윤곽성형술을 받다가 결국 숨진 권대희 씨의 수술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간호사가 막대걸레로 피를 닦아내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안면윤곽성형술을 받다가 결국 숨진 권대희 씨의 수술장면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간호사가 막대걸레로 피를 닦아내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 MBC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CCTV 설치 외에 하나 더 의무화했으면 하는 지점이 있다. 바로 과실 의료진 실명 공개다.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최경영 KBS 기자는 자신의 책 <뉴스는 어떻게 조작되는가?>에서 이렇게 적었다. 

    "의사의 오진 기록은 모두 인터넷에 공개된다. 가령 미주리주에서 오진을 하고 장사가 잘 안되니까 텍사스주로 옮겨 개업한 의사는 자신의 오진 기록을 도저히 감출 수 없다."

    그럼 한국 상황은 어떨까? 다시 최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국은 많이 다르다. 의사가 환자를 성추행해도 익명, 병원의 식품위생 상태가 불량해도 익명, 의원에서 세척하지도 않은 내시경 장비로 환자를 번갈아 검사해도 익명이다. 상호는 모자이크로 처리되고 의사의 이름은 절대 나오지 않는다. 해당 의사나 병·의원이 어디인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은 없다. 다름에 저런 곳에 가지 않으려고 해도 가지 않을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그저 운에 맡겨야 한다."

    의사는 우리 사회의 기득권을 이루는 중요한 한 축이다. 앞서 적었듯 대한의사협회는 의사의 지위에 제약이 가해질 그 어떤 시도에 대해서 집단행동으로 맞섰고, 자신들의 이해를 성공적으로 관철시켰다. 이 와중에 환자는 자신의 건강을 '운'에 기대야 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뼈대로 하는 '권대희법'은 대한의사협회 반발로 막혔다가 재차 발의된 상태다. 정치권이 대한의사협회를 두려워하기보다, 국민 한 사람의 건강을 더 소중히 했으면 한다. 그리고 이후 의료인에게 더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법안이 발의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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