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에서 성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엔 100년 전 백제의 노래가
성에서 성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엔 100년 전 백제의 노래가
백남우의 충청숨결-백제산성 테미길
  • 백남우
  • 승인 2012.07.1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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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의도시 대전

대전은 산성의 도시이다. 대전은 교통의 핵심적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지리적으로 분지형의 지세를 활용하여 국가사적으로 지정된 계족산성 외에 40여개의 산성들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왜 이렇게 산성이 많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외적의 침략을 막기 위해서이다. 마을 어귀를 장승이 지키듯 산성은 우리의 공동체를 지키기 위한 지킴의 역사이다. 대전 대흥동에는 테미라는 지명이 있다.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서도 처음 테미라는 지명을 들었을 때는 그 단어가 상당히 낮 설은 느낌이었다. 혹시 외국어는 아닌가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이 테미란 말은 백제어의 대가인 충남대 명예교수 도수희 교수에 의하면 우리지역에 남아 있는 유일한 백제어라고 한다. 테미의 뜻은 성()과 성()을 연결 한다는 뜻이다. 이는 대전에 수많은 산성들이 있고 이 산성들을 연결하는 산성이 지금의 성모여고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 이곳은 일제 때 대전신사가 자리 잡아 일제에 의해 황국신민의 예를 강요를 받았던 장소이기도 하다. 장암 지헌영 교수님에 의하면 원래 이곳에는 한밭벌을 지키는 백제의 치소이며 지휘소인 테미성이 있었다고 한다. 660년 백제가 나당 연합군에 의해 망하고 최초의 부흥운동이 일어났던 곳은 당시 웅진로의 길목인 대전 한밭벌과 그 주변에 남아 있던 백제산성의 부흥군에 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백제부흥군의 지휘소인 테미성에서 봉화불을 올리면 대전지역 모든 산성의 부흥군들이 불을 응대해 한밭 온 벌이 백제부흥운동의 봉화불이 타오르게 했다는 이야기이다. 대전성모초의 교가가 계족산 봉화대에 불을 올리면~ ” 으로 시작되는 구절이 어쩌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계족산 남문 터에는 관방 시설인 봉화대가 있다. 이 봉화대는 간봉으로 남으로는 옥천 환산에 응하고 북으로는 문의 소이산에 응하는 봉화불의 길목이다. 산성이나 봉수는 관방시설로 지킴의 역사이다.

 왜 테미길인가?

대전의 고대산성과 그 산성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숨겨진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산성의 길목마다 또 다른 특징이 있다. 탄현(자모리고개)으로 향하는 쇠정골산성은 봄날 솔바람과 진달래꽃이 꿈같은 길이다. 삼정성에서 갈현성으로 가는 길에는 노란 생강나무 군락이 싱그럽다. 동구 가양동 남간정사 뒷산인 능성에 서면 대전 시가지를 가장 조망하기 좋은 장소이다. 늦은 가을 보문산 전망대에서 보문산성으로 향하는 길목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수를 놓는 환상의 길이 펼쳐진다. 금강 수계와 갑천이 맞닿는 금고동 산성의 장대지에 서면 백제장수의 기개를 느낄 수 있다. 월평동, 구성동, 우술성 등 갑천수계의 산성은 갑천변의 아름다운 경관을 조망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다. 식장산 구절사 뒤 독수리전망대의 산성에 오르면 천하를 다 얻은 듯 하며 그 동안 보아왔던 대전 동부의 산성들도 발아래로 보이며 무한 감동에 젖는다. 대전 시가를 둘러싸고 있는 고대 산성들을 잇는 둘레산길은 바로 고대 산성을 잇는 길로 시민들이 지킴의 역사와 자연을 체험하며 계절을 느끼며 걷는 최고의 산길이다. 지킴의 역사인 대전 고대 산성들을 잇는 이 길을 우리지역에 남아 있는 고대백제어인 테미의 의미를 살려 백제산성 테미길이라 부르면 합당 할 것이라 생각된다. “대청호반 올레길과 같은 주체적이지 못하고 의미와 독창성도 살려내지 못하는 명칭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백제산성 테미길은 고대 잉카의 고산상의 유적을 찾아 떠나는 순례길과 같은 길이 되어야 한다.

 명품길은 의식에 있다.

과거에 잘 찾지 않던 산성등 관방시설들이 이제 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아지고 대중화 되면서 일부등산객들은 성이나 보루의 돌을 빼내어 탑을 쌓는 등 소중한 문화유산을 함부로 하는 일 이 있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시민들의 탓도 있지만 등산로만 내어주고 관리 및 보존의 의무를 소홀히 한 관계기관의 무관심이 더 큰 문제이다. 우리문화유산에 대해서 경외심을 갖고 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한편으로 역사적인 장소인 산성과 그 산성을 잇는 길들은 잡목과 가시덤불로 덮여있고 산성의 건물지는 경작지로 또는 무덤으로 둔갑되어 있는 곳도 있다. 또한 운동 시설을 설치한 곳도 있고 군 시설로 성돌을 이용한 참호 등으로 변한 곳도 많다. 문화유산을 홀대하는 우리 시민의식의 단면인 것 같다. 산성 주변 역시 별반 나을게 없다. 아파트나 종교시설, 고압선 전선탑, 대규모 수영장, 쓰레기 매립장, 고철 수집소, 골프장등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명품길은 우리의 의식에 있다.

아무리 아름다운 경관과 역사적 사실도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돼지에 주어진 진주에 다를 바 없다. 우리의 역사문화유산을 제대로 인식하고 잘 보존하고 이를 후손에 잘 물려주어 그 진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도록 하는 진정한 안목이 필요하다. 산성의 도시 대전, 도심 한복판을 흐르는 갑천 주변과 보문산을 비롯하여 만인산, 식장산, 계족산에 이르는 동부지역의 산등성이와 대청호를 낀 금강 수계, 계룡산 자락에 이르는 곳곳에 점점이 축조되어 고대의 성곽과 보루들은 삼국시대 우리지역을 경계로 치열했던 지킴의 장소이다. 이곳에는 백제 부흥의 역사가 잠들어 있고, 대전시가와 천변의 아름다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고대 산성들이 도심 한가운데 보물처럼 숨어 있다. 이제 이 숨어 있는 보물을 시민에게 알리고 가치를 재조명해야한다. 월평동 노사지성(월평산성)에서는 백제와 신라가 활발한 교역을 벌였던 것처럼 노사지장터를 열자. 그리고 월평산성 앞 웅진도에서는 위풍당당한 동성왕과 성왕이 그랬던 것처럼 군사 퍼레이드를 재현해보자. 구성동 산성의 전망 좋은 보루에서 갑천을 바라보며 우술성과 계족산성, 질현성, 그리고 능성, 갈현성, 삼정성, 보문산성까지 연결하는 산성봉화재도 열어보자. 시민의 축제로 산성축제를 열어 대전이 산성의 도시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고 공주 부여등과 함께 대전에서는 산성축제로 대백제전을 같이하여 대전지역 산성의 의미와 테미길의 가치를 재조명해 보존하고 활용하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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