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송·송 커플과 지자체 스타 마케팅의 명암
[김선미의 세상읽기] 송·송 커플과 지자체 스타 마케팅의 명암
스타 마케팅 생각만큼 지속되지 않는 반짝 효과, 단체장 치적쌓기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7.12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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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뜬금없이 대전시 외곽의 한 조용한 마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했다. 식장산 아래 20가구 정도의 주민이 모여 사는 아담한 자연부락인 동구 세천동 세정골에 어느 날 갑자기 전국적인 눈길이 쏠린 것이다.

실시간 검색어 장악한 대전 식장산 아래 아담한 동네 ‘세정골’

눈치 챘겠지만 송-송 커플로 알려진 배우 송중기-송혜교 얘기다. 결혼한 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스타부부의 이혼 소식은 파경에 이른 유명인의 사생활 문제로 그친 것이 아니라 일부 지자체까지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지자체의 과도한 스타 마케팅이 낳은 그늘이다.
 
송-송 커플이 부부의 연을 맺게 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인 태백시는 두 사람의 이혼 결정으로 ‘멘붕’에 빠졌다. 태백시는 몇 해 전부터 ‘태양의 후예’ 성공과 송-송 커플의 후광을 이용한 대대적인 스타 마케팅을 통해 도시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두 젊은 배우 커플의 파경으로 화려한 스타마케팅은 한 순간 나락으로 떨어졌다.

태백시는 당장 오는 27-28일 예정되어 있던 커플축제를 취소했다. 앞으로 축제 성격과 테마를 바꿀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젊은 스타에 기댄 도시 마케팅은 한 순간 날아간 셈이다.

젊은 스타 부부의 파경으로 유탄 맞은 태백시, 축제까지 취소

드라마 속의 한 장면인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커플 동상도 골칫거리가 됐다. 태백시는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해 커플동상을 철거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으나 상황이 곤란하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애초 드라마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면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해서 굳이 철거할 필요까지는 없다. 하지만 드라마에 더해 스타 부부의 스토리가 입혀진 상황에서는 그대로 두기도, 그렇다고 철거하기도 난감하기 때문이다.

관광객 유치와 도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는 지자체에 국민적 사랑을 받는 유명 연예인과 운동선수는 ‘스타 마케팅’의 좋은 대상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스타 파워가 커지면서 이들이 가진 유명세를 활용해 큰 비용 들이지 않고 즉각적인 홍보 효과를 낼 수 있는 도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타들과 작은 연결고리라도 찾으려는 지자체들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으로 성급하게 밀어붙이다 실패한 사례들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스타 리스크로 효과는커녕 역효과로 낭패를 보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커지는 스타 파워, 지자체마다 연결고리 찾아 도시 마케팅에 활용

대전 동구에 위치한 송중기 생가(사진=채널A 보도 캡쳐)
대전 동구에 위치한 송중기 생가(사진=채널A 보도 캡쳐)

송-송 커플의 이혼은 일탈도 아니고 잘못도 아닌 그들의 사생활이지만 태백시처럼 예상치 못한 유탄에 휘청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서울 코엑스 광장에 있는 싸이의 말춤을 형상화한 ‘강남 스타일’ 조형물은 애초 강남구가 수억 원의 구비를 들여 설치할 때부터 타당성 여부를 놓고 논란을 빚었음에도 외국인들에게는 나름 명소로 알려졌다. 하지만 싸이가 양현석 전 YG 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성접대 스캔들에 휘말리며 철거 논란에 처했다. 싸이를 직접적으로 기리는 것이 아닌 작품을 내세웠음에도 그렇다.

대전시도 송중기가 배우로서 입지를 다질 때부터 ‘송중기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민선6기 때에는 송씨가 ‘태양의 후예’ 성공 이후 스타덤에 오르자 그를 테마로 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 해외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며 송중기 친가가 있는 세천공원에 안내·관광시설을 확충하기도 했다. 최근 까지도 ‘대전 방문의 해’를 맞아 그가 대전 홍보대사 역할을 해주기를 내심 바랐다.

세정골 관광화 등 ‘송중기 마케팅’에 공들여 온 대전시도 머쓱

송-송 커플의 이혼 소식이 전해지자 태백시와 함께 실검을 장식한 송중기의 친가인 ‘세정골’도 스타 ‘생가’를 앞세운 관광상품의 주요 코스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로 ‘송중기 마케팅’에 노력해왔던 대전시로서는 머쓱하게 됐다. 적어도 당분간은 그를 내세운 적극적인 마케팅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성공 사례도 많지만 수많은 실패 사례가 보여주듯 스타 마케팅은 생각만큼 효과가 길지 않아 반짝 효과에 그치거나 지자체장의 치적을 쌓는 일회성 홍보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젊은 스타들을 내세운 경우 상대적으로 리스크도 커 상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유명인의 커리어와 사생활을 구분하지 않고 하나로 보는 우리 문화와 유명인의 일탈에 대해 갈수록 기준이 엄격해지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는 스타 마케팅이 안고 있는 위험성을 잘 보여준다.

과정에 있는 젊은 스타 개인에 의존하는 도시 마케팅은 경계해야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아니어도 송-송 커플의 파경과 최근 개인적 일탈로 하루아침에 추락하는 스타들의 사례는 공공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세금을 쓰는 지자체의 스타 마케팅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지자체가 스타 마케팅의 유혹에서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과연 아직 평가가 끝나지 않은 과정에 있는 스타들을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치켜세우는 일이 공공성을 담보하는 일인지는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 성공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아닌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 개인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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