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모닝충청인] “로봇공학자의 꿈, 핀란드에서 피울 것”
    [굿모닝충청인] “로봇공학자의 꿈, 핀란드에서 피울 것”
    세계적 명문 알토대학 첫 한국인 여성공학도 입학 대전 정한젬마 씨
    • 정민지 기자
    • 승인 2019.07.14 18:05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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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학으로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주목받는 핀란드 알토대학의 전기공학부에 입학하게 된 대전의 정한젬마 씨./굿모닝충청=정민지 기자
    독학으로 세계적인 명문대학으로 주목받는 핀란드 알토대학의 전기공학부에 입학하게 된 대전의 정한젬마 씨./굿모닝충청=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대전의 한 여고생이 전 세계 23명의 인재만 선발하는 핀란드 알토대학(Aalto University) 전기공학부에 한국인 첫 여성 공학자로 입학하게 된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대전에서 태어나고 자라, 지난해 둔원고를 졸업한 1999년생 정한젬마(21·여) 씨다.

    알토대학은 2010년 1월 1일 핀란드 정부 주도하에 ‘헬싱키 공과대학’과 ‘헬싱키 미술디자인대학’, ‘헬싱키 경제대학’ 등 세 개 대학이 통합해 출범했다.

    비교적 신생대학이지만, ‘유럽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한 핀란드의 오타니에미 혁신단지 중심에 위치해 있으며, 혁신단지 내 인재 양성과 기술 개발의 중심축으로 성장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핀란드의 혁신성장 배경을 살피기 위해 알토대학을 방문하면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젬마 씨는 올 9월, 이 대학 전기공학부(School of Electrical Engineering)의 Digital Systems and Design 학과에 입학할 예정이다.

    놀랍게도 혼자 힘으로 일궈낸 결과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젬마 씨는 입시 스트레스에 짓눌려 있던 재수생이었다. 학창시절에는 ‘엉뚱한 소녀’로도 불렸다.

    그랬던 그녀가 세계적인 대학의 한국인 첫 여성공학도로 첫 발을 내딛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최고 기온이 32도까지 올라간 무더운 여름날, 서구 탄방동의 한 까페에서 젬마 씨를 만났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대전에서 태어나 자랐다. 사교육의 메카(?) 둔산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독특한 아이’, ‘엉뚱한 소녀’라는 수식어가 늘 붙었었다.

    -독특한 아이? 엉뚱한 소녀? 무슨 말인가.

    ▲내신 관리, 입시 준비 등 나는 현 교육 정서와 맞지 않았던 것 같다.

    중학생 때 교내 영재반 수업을 들었다. 창의적이고 재미있는 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했는데, 선행학습뿐이더라. 그전엔 선행학습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힘들어서 중간에 나왔다.

    고등학교 땐 로봇 공학자를 꿈꾸면서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했다. 내신을 열심히 준비하기보다, 꿈과 직접 연관된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했다. 진로 활동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진로와 연관된 봉사활동, 자율주행자동차 프로그래밍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다.

    이런 모습들을 보며, 학교나 주변에서 ‘학교에서 불성실한 아이, 혼자 엉뚱하게 다른 길 가는 아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나는 그저 꿈과 적성에 적합한 활동을 하며 후회 없는 길을 찾아가려했던 것뿐이었는데.

    -로봇 공학자의 꿈을 갖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 로봇에 매료돼 전자공학과를 가서 로봇 공학자가 되고 싶었다.

    예전부터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판사나 유니세프에서 일할 수 있는 의사를 꿈꿨었다. 그러다가 로봇 공학자가 돼서 기술을 개발하면 손이 닿지 않는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을 도울 수 있을 것 같아 이 길로 정했다.

    -그 꿈을 핀란드에서 이루기로 결심한 이유?

    ▲운명적인 게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유학 생각이 전혀 없었다. 상상도 하지 않았던 길이다.

    지난해 여름까지 나는 국내 대학을 준비하던 재수생이었다. 보통의 재수생들처럼 남들보다 뒤처진 것 같고, 시간은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것 같고, 다시 한 번 도전해야 한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것 같아 지난해 여름, 핀란드에 한 달 정도 힐링 여행을 떠났다. 사실 여행을 떠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빨리 공부를 시작해야 되는데’라는 생각 때문에.

    여행을 하며 핀란드와 덴마크, 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의 다양한 학생들을 우연히 만나게 됐다. 40대 남성도 있었다. 회사 다니다가 그만두고 핀란드에서 대학을 다니는 사람이었다.

    그때 많은 걸 느꼈던 것 같다. 위안도 받았다. “공부에는 시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거구나. 여기가 정말 내가 생각했던 교육이 이뤄지는 환경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핀란드에서 대학탐방을 다녔다. 어떤 대학들이 있고, 외국인 신분으로 어떻게 입학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아봤다.

    석사 과정으로 편입하거나 교환학생 과정은 많았는데, 나처럼 학사 과정으로 입학한 선례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대학 입학처 네 곳 정도를 찾아가 직접 물어봤다. 전날 영어로 대본 써서 연습도 하고(웃음).

    무엇보다도 어머니가 “네가 이루고 싶은 열망이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도전하라”고 하신 말씀이 큰 힘이 됐다.

    -알토대학으로 결정한 이유는?

    ▲공학과 비즈니스, 그리고 디자인이 하나로 어우러져 있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또 학과 과정 중 창의적인 에너지가 곧 스타트업으로 이어질 수 있고, 대학 내에 있는 ‘스타트업 사우나’, ‘SLUSH’ 등 창업지원 프로그램도 관심이 갔다.

    -입학하게 될 과는 어떤 학과?

    ▲자율 자동차, 비행기, 선박, 위성 같은 대형 디지털 시스템을 계획해 설계하고, 제어프로그램을 개발하는 학과다. 광통신(특정한 거리에서 빛을 이용해 정보를 전달하는 통신) 분야에 대해서도 공부한다.

    -입학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알토 대학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어 막연했지만, 그래도 최대한 열심히 찾아봤던 것 같다.

    내가 가고 싶은 학과는 ‘SAT(미국의 대학입학 자격시험)’로 뽑히는 신입생이 23명밖에 안 된다. 그래서 지난해 6월에 핀란드 여행을 끝내고 한국에 돌아와서 두 달 정도 정보를 더 찾아본 후 바로 준비했다.

    주변에 SAT를 준비하는 사람이 없어 인터넷 커뮤니티를 참고하며 혼자 준비했다. 대전엔 SAT 학원도 없어서 책을 많이 사서 혼자 공부했다. 모의고사 기출문제도 많이 풀어보고.

    SAT가 우리나라 수능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단지 수능 국어 영역을 영어로 보는 느낌이랄까.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고. 자신 있던 수학도 영어를 못하면 풀 수조차 없어지니 영어단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것 같다.

    또 공학용 계산기를 사용해서 시험을 치러야하는 과목을 위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인터넷강의도 많이 참고했다.

    공부를 하면서 ‘이렇게 하는 게 맞을까, 무모한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혼란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SAT 시험을 처음 본 후에 감을 잡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올 5월 두 번째 시험을 보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도 처음으로 내가 선택해서 한 공부라 뿌듯하고 스트레스도 안 받았던 것 같다.

    -앞으로의 꿈?

    ▲현재 갖고 있는 로봇 공학자란 꿈과 닮은 꿈을 계속 꾸고 싶다. 사람들을 위한 공학과 기술을 개발하는 것. 다른 사람을 위한 꿈이 계속 축이 되는, 그런 꿈을 가진 내가 됐으면 한다.

    -같거나 다른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기회가 오면 잡을 수 있길 바란다. 기회라고 인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으니, 언제든 준비가 돼 있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나도 수능을 준비하던 입장이었기에 쉽게 말할 수는 없지만…. 길이 하나라고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람마다 가는 길과 흘러가는 시간은 다르다. 진정으로 좋아서 열심히 노력한 것들은 절대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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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보다나은 오늘 2019-08-22 10:52:21
    멋지네요..
    그 용기를 응원합니당♥

    젬마씨 팬 2019-08-14 01:24:54
    너무 멋져요
    팬미팅 예정 없나요.?

    정한젬마 2019-08-14 01:23:34
    이분 프듀에서 한 번 봤던거 같은데 근황 궁금했는데 이렇게 좋은 소식 접하네요^^ 공학도로서의 길도 항상 응원합니다^^*~

    sea 2019-07-16 14:34:20
    꿈을 이루려는 한 사람의 노력이 너무너무 멋져 보입니다!

    배고프다 2019-07-15 10:42:55
    좋은기사네요,,,멋진 공학자가 돼서 한국을 빛내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