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명성교회 세습, 못 끊나 안 끊나?
[르포] 명성교회 세습, 못 끊나 안 끊나?
총회재판국, 최종판단 미뤄....세습 '불법' 판단 여부도 미지수
  • 지유석
  • 승인 2019.07.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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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흥구 재판국장(오른쪽)과 주심 오양현 목사(왼쪽)가 16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모임을 갖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재심 선고를 오는 8월 5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강흥구 재판국장(오른쪽)과 주심 오양현 목사(왼쪽)가 16일 오후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에서 모임을 갖고 명성교회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재심 선고를 오는 8월 5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2년째 이어지는 명성교회 세습 논란이 미궁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양상이다. 

16일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 총회재판국은 김하나 목사 위임청빙 재심 선고를 다음 달 5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총회재판국은 이날 선고를 내리겠다고 예고한 바 있었다. 

총회재판국 판단은 명성교회 현 김하나 담임목사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친다. 김하나 목사는 김삼환 원로목사의 친아들로 2017년 11월 아버지로부터 명성교회 담임목사직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명성교회가 속한 예장통합 교단 헌법은 담임목사 대물림을 금지하고 있다. 당초 총회재판국은 수차례 공방 끝에 김하나 목사의 명성교회 담임목사 임명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해 9월 예장통합 제103회 총회는 이 같은 판단을 뒤집고 재심을 결정했다. 

명성교회 재심을 심리 중인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주변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활동가들이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명성교회 재심을 심리 중인 예장통합 총회재판국 주변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활동가들이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장신대 학생들은 총회재판국 앞에서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장신대 학생들은 총회재판국 앞에서 '세습 철회'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이후 총회재판국은 10개월 가까이 판단을 미뤄오다, 이날 최종판단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런 이유로 이번 총회재판국 심리엔 자연스럽게 이목이 집중됐다. 심리가 열렸던 서울 종로구 연지동 한국교회백주년기념관은 아침 이른 시간부터 취재진과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개신교계 시민단체 활동가로 북적였다. 

총회재판국은 오전 개회예배를 가진 뒤 오후부터 심리에 들어갔다. 재판국장인 강흥구 목사(샘물교회)는 최종 선고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강 목사는 오전 개회예배 직후 취재진에게 "오늘 중으로 판단을 내리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취재진이 선고 시점에 대해 묻자 강 목사는 즉답을 피했다. 그럼에도 질문은 쏟아졌고, 이러자 강 목사는 "이렇게 해서는 심리를 할 수 없다"며 취재진에 퇴장을 요청했다. 

총회재판국의 발표는 오후 8시 40분경 이뤄졌다. 강 목사는 선고일을 다음 달 5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선고 연기 이유에 대해 주심을 맡은 오양현 목사(은혜로교회)는 "명성교회 사건의 심각성과 사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며 "1938년 신사참배 결의에 버금갈 정도로 고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목사와 오 목사는 이후 취재진의 질문을 거절하고 자리를 떠났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총회재판국 심리가 열렸던 현장엔 <뉴스앤조이>, CBS 등 개신교계 매체는 물론 KBS, JTBC, SBS, <연합뉴스>,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 '주류' 매체 취재진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다. (현장에 모인 취재진은 짧게는 4~5시간, 길게는 10시간 넘게 대기했다) 한편 '명성교회'는 이날 한때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교회는 목사 사유물? 

명성교회는 등록신도 10만으로 장로교단 교회 중엔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교회다. 이 교회 신도들은 정계·재계·언론 등 우리 사회 각 분야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소유 재산도 엄청나다. 명성교회는 800억 비자금에다 1600억대 부동산을 소유한 것으로 MBC <PD수첩>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김 원로목사가 아들 김하나 목사를 후계자로 낙점(?)한 건 '부의 대물림' 아니냐는 지적이 일었다. 세습 논란이 교회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 이슈로까지 번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삼환 원로목사는 퇴임 직후인 2016년 1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제가 피해 입는 것은 괜찮지만 교회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 그리고 아들이 목회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가서라도 할 수 있다"며 세습은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언이 무색하게 명성교회는 세습을 기정사실화하는 모양새다. 명성교회는 비판 여론이 일 때마다 내부결속을 다져왔다. 동시에 세습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김수원 목사의 서울동남노회장 직무 수행에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참고로 장로교단의 경우 노회가 목회자 임명권을 가진다. 서울동남노회에 속한 명성교회로선 노회장 성향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지난 해 11월엔 명성교회 측 집사 20여 명이 김 목사의 노회장 취임을 막기 위해 노회 사무실을 점거하기도 했었다.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재심 선고를 미루자, 현장에 모여 있던 활동가들과 장신대 신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강흥구 재판국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재심 선고를 미루자, 현장에 모여 있던 활동가들과 장신대 신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강흥구 재판국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저간의 상황을 볼 때, 세습 논란을 잠재우려면 어떤 식으로든 교단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교통정리를 해야 했다. 그러나 총회재판국은 결정을 미뤘다. 

총회재판국이 선고일자를 다음 달 5일로 예고했지만 그때 가서도 최종 결정을 내릴지 미지수다. 무엇보다 심리 진행 과정을 볼 때,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에 불법 판단을 내릴지도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날 재판 진행은 매끄럽지 않았다. 재심 심리는 오후 4시를 넘겨서야 시작됐고, 심리도중 재판국원 중 강흔성 목사(수원 상일교회)와 신재찬 장로(세광교회)가 갑자기 퇴장하는 일도 있었다. 신 장로는 퇴장하면서 "바로잡으려 했지만 기대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최종 판단을 미룬 점을 감안해 보면, 신 장로의 발언은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세습을 승인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을 증폭시킨다.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재심 선고를 미루자, 현장에 모여 있던 활동가들과 장신대 신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상규 평신도행동연대 실행위원은 퇴장하는 강흥구 재판국장을 향해
총회재판국이 명성교회 재심 선고를 미루자, 현장에 모여 있던 활동가들과 장신대 신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상규 평신도행동연대 실행위원은 퇴장하는 강흥구 재판국장을 향해 "언제까지 명성교회 눈치를 볼 것이냐! 치욕스런 세습 때문에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외쳤다.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결국 현장에 모여 있던 세습반대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장로교신학대 신학생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정상규 평신도행동연대 실행위원은 퇴장하는 강흥구 재판국장을 향해 "언제까지 명성교회 눈치를 볼 것이냐! 치욕스런 세습 때문에 성도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외쳤다. 장신대 학생들도 강 재판국장과 다른 재판국원의 앞길을 막아서며 "세습을 철회해 달라"고 함성을 질렀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한국교회는 교회 성장을 하느님의 은총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명성교회 세습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은 이 같은 관습적 믿음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예수 그리스도는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현 상황에 경종을 울리는 말씀이 아닐 수 없다. 

“너희가 율법학자들이나 바리사이파 사람들보다 더 옳게 살지 못한다면 결코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마태복음 5:20, 공동번역 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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