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창의융합 인재 양성 ‘이상과 현실’
[노트북을 열며] 창의융합 인재 양성 ‘이상과 현실’
  • 정민지 기자
  • 승인 2019.07.17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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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 기자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최근 한 대학에 입학하게 된 대전시민과 인터뷰를 했다. 얘기를 듣는 내내 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중·고등학생 때부터 진로를 스스로 개척하고 꿈을 향해 결단력 있게 나아갔던 모습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민의 노력은 국내 대학이 아닌 핀란드 대학에서 빛을 볼 수 있었다.

교과 성적뿐 아니라 학생의 창의적인 활동을 바탕으로 다양한 역량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는 교육 정책은, 현실이 아닌 이상에 가까웠다.

시교육청은 대전미래교육의 주요 업무 계획이자 역점과제로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을 내세웠다.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은 2015 개정교육과정을 바탕으로, 학생들을 미래사회 인재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정책이다. 이를 위해 학생 개개인의 창의성과 꿈·끼를 키울 수 있도록 자유로운 활동을 지원하겠단 뜻도 내포돼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의 모든 역량에 집중하고, 대전교육의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랐다. 그 다름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잘 느끼고 있다.

대전에서 두 자녀를 둔 학부모 A(46) 씨는 “‘창의적인 학생’과 ‘글로벌한 세상’을 교육 모토로 끊임없이 내세우면서, 실제 교육이 이뤄지는 현장인 학교에선 그걸 전혀 담아내지 못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B(20) 씨는 “학교에서 창의성이나 진로 교육 등 명목상으로 하는 활동들이 몇 개 있긴 했다”며 “그러나 직접적으로 학생들의 창의성과 진로에 영향을 줄 활동들은 아니었다. 단지 대학에서 원하는 생활기록부 내용을 만들기 위한 구색 맞추기식 활동 같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시교육청은 이런 현실을 과도기로 진단한다.

예전처럼 공부만 잘해서, 입시에만 집중해서, 부모님과 교사가 권유해주는 대로 대학을 가는 시대는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뭘 좋아하고, 어떤 부분에서 행복함을 느끼고, 어떤 끼가 있는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시대라고 한다. 지식을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창의적인 길을 가라고 권한다.

그러나 아직 현실은 이상을 따르지 못한다.

최근에 만난 고등학교 3학년 C(19) 양은 당장의 학교 내신과 입시에 치중하기 보단 자신의 적성과 연관된 진로 활동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C양은 창의융합형 인재가 걸어야할 길을 걸은 것이다.

그러나 그런 C양을 바라보는 시선은 달갑지 않았다. 당장 학교에서부터 “엉뚱한 짓이다. 그런 활동 말고 학업에 신경 써서 좋은 대학 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진로’를 선택한 C양에게 돌아온 건, “쓸데없이 시간 낭비하지 말고 ‘진학’에 신경쓰라”는 핀잔뿐이었다.

학부모 A 씨는 “교육정책이 말하는 대로 글로벌한 세상으로 가기 위해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며 “그런 분위기는 학교에서부터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당국의 진단대로 과도기의 현실에서 빚어지는, 변화하는 ‘과정’이라고 치부한다 해도 교육 정책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는 작아 보이지 않는다.

포장지인 정책뿐 아니라 학생들과 직접 맞닿아있는 학교도 발맞춰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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