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티즌·보헤미안 랩소디·필라델피아
    [김선미의 세상읽기] 대전시티즌·보헤미안 랩소디·필라델피아
    전대미문의 강제 ‘아우팅’, 대전시도 '유죄’인 이유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7.18 15:3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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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 퀸 멤버들은 공포의 질병 앞에서 내색도 섣부른 위로도 하지 않았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퀸망진창’ ‘퀸치광이’와 같은 신조어를 탄생시키며 지난해 한 계절, 대한민국을 ‘퀸’앓이에 빠지게 했던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

    ‘퀸’의 프런트맨이자 보컬리스트인 프레디 머큐리는 잘 알려졌다시피 에이즈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머큐리의 비극적인 죽음은 1990년대 초기 에이즈에 대한 관심과 환기를 위한 운동에서 중대한 계기가 됐다.

    프레디 머큐리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몰랐으며 눈을 감기 전까지 부인했다. 하지만 소문은 퍼졌고 파파라치들은 그의 집 앞에 진을 쳤다. 프레디 머큐리는 죽기 전 1년 간 언론에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가 말하지 않았어도 멤버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되돌릴 수 없는, 낙인찍힌 그의 병을. 하지만 멤버들 누구도 아는 체 하지 않았고 섣부른 위로도 하지 않았다. 그가 원하는 대로 건강이 허락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직 음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했다.

    당시에는 에이즈라는 병이 발견된 지 십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질병과 관련한 온갖 공포스러운 괴담이 난무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치료만 하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만성질환으로 여겨지지만 당시는 치료도 생명을 연장하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불치병이었다. 왜 멤버들이라고 해서 에이즈 환자와 함께 작업하고 활동하는 것이 두렵고 불편하지 않았을까.

    # 에이즈로 인한 해고는 ‘차별’이며 ‘위법’ 그리고 거액의 배상금

    필라델피아에서 가장 큰 로펌에서 막 승진한, 잘 나가는 변호사, 앤드루 베켓(톰 행크스)은 어느 날 갑자기 재판 서류의 분실을 이유로 해고를 당한다. 동성애자이자 에이즈 환자인 그는 갑작스런 해고가 고소장 분실이 아닌 다른 데에 있음을 깨닫는다.
     
    소송은 변호사를 구하는 일 조차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앤드루의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인식한, 유능한 흑인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조 밀러(덴젤 워싱턴)가 변호를 맡게 된다. 불꽃 튀는 법정 공방 끝에 조는 앤드류의 해고 사유가 능력 부족이 아니라 동성애와 에이즈에 있으며, 질병으로 인한 해고는 ‘차별’이며 ‘위법’이란 사실을 입증하고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낸다. 그 질병이 ‘공포’의 에이즈라고 해도 말이다.
     
    The City of Brotherly Love. 영화의 배경이 된 도시인 ‘필라델피아(Philadelphia)’시의 별칭이다. <필라델피아>라는 원제는 이웃애 우애라는 뜻을 가진 도시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위법에 대한 통렬한 은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무슨 아이러니! 이 영화가 하필이면 대전시티즌이 외국인 선수의 계약 해지 사유가 된 병명을 적나라하게 공개해 물의를 빚은 지난 13일 토요일 밤 EBS <세계의 명화> 시간에 방영됐다. 제작된 지 30년 가까이 된 영화가 지금도 방영되는 것은 영화 내용이 그만큼 보편적 가치를 지녔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 실명과 병명까지 공개한 너무도 친절한 대전시티즌의 보도자료

    선수단의 방만한 운영과 신인 선발 조작 물의 등의 온갖 잡음과 구설을 겨우겨우 봉합해 이제 새로운 출발을 하는가했더니, 어느 네티즌의 댓글처럼 이제 하다하다 ‘인권 침해’ 문제까지 터졌다.

    대전시티즌은 브라질 출신의 선수 영입을 발표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를 번복하며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가장 내밀한 개인의 의료정보를 선수의 실명과 함께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양성반응’이라는 병명까지 낱낱이 적시했다. 구단이 나서서 전대미문의 황당한 강제 ‘아우팅’을 자행한 것이다. 해당 선수의 원 소속 구단은 선수의 에이즈 양성반응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컬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성급함, 검증을 소홀히 한 엉성함 등 아마추어도 저지르지 않을 상식 밖의 미숙한 구단 행정은 할 말을 잃게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강제 ‘아우팅’이 왜 심각한 인권 유린이 되는지 여전히 상황 인식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단은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선수의 인권을 침해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지르면서도 변명에 급급했다. 심지어는 언론을 탓하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 대전시도 구단 인권 침해 사태 책임져야

    그런데 과연 이 모든 책임을 구단에만 돌려야 하는지? 대전시는 책임은 없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전시티즌은 시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민구단이다. 구단주는 허태정 대전시장이다. 대전시 역시 결코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인권단체가 지적했듯 ‘대전이 유죄’인 이유다. 본인 동의 없이 에이즈 감염을 공개한 대전시티즌과 대전시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지난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인권 감수성에 이토록 무신경하고 무감각한 대전시가 이에 앞으로 어떻게 대처할지 궁금하다. 인권조례, 인권센터를 만들기만 하면 뭐하는가? 가장 기본적인 것조차 지켜지지 않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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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밍 2019-07-18 16:54:28
    해체가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