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하려 입학한 게 아닌데”… 지역 대학생들 볼멘소리
“창업하려 입학한 게 아닌데”… 지역 대학생들 볼멘소리
일부 대학 창업 강의 의무 수강에 거부감… “차라리 신청 받아 지원해라”
  • 정민지 기자
  • 승인 2019.07.21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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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각 대학들이 창업 관련 특강 등을 졸업 전 의무적으로 수강토록 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최근 각 대학들이 창업 관련 특강 등을 졸업 전 의무적으로 수강토록 하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 사실과 관련 없음/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굿모닝충청 정민지 기자] 최근 창업에 대한 대학들의 과열된 관심이 학생들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며,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몇몇 대학이 교내 창업 관련 수업을 ‘졸업 전에 필수로 들어야 하는 강의’로 내세워 학생들 사이에서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7년 4월 27일 ‘청년·여성 취업연계 강화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으로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학(원)생들의 창업지원제도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엔 창업교육부터 창업 아이템 발굴 및 사업화, 후속지원까지 지원하는 등 대학을 창업의 요람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청년실업률 해소와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청년 창업을 장려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발맞춰 지역 대학들도 학생 창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과 창업 특강, 창업 관련 수업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학생들이 지원 프로그램 및 강의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부터 졸업하려면 꼭 들어야 하는 창업 수업까지 다양하다.

대학의 창업 수업을 들으며 “창업에 관심을 갖게 되는 학생들이 꽤 있었다”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반대로 부정적인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졸업 전에 필수로 창업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불만이 많았다.

지역 A 대학의 학생 한 모(23)씨는 “창업과 전혀 관련 없는 학과인데, 졸업하려면 들어야 하는 수업이라 어쩔 수 없이 들었었다”며 “학과 교수님이 창업 관련해 강의를 하기도 하고, 외부강사가 초청돼 특강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그 수업 말고도 ‘학교 창업실에 가서 수업을 받고, 창업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한 적도 있다”며 “전반적으로 창업을 강요받는 느낌을 받아서 나중엔 거부감까지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또 “같은 학과나 다른 학과 동기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좋은 반응은 없었다”며 “창업에 대한 생각도 없는데 창업하라 하는 게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아무 준비도 안 돼 있는데 무작정 창업하라고 권유하는 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고 강조했다.

다른 B 대학 학생 김 모(22) 씨는 “대강당에서 100명 정도 모여서 하는 수업이었다. 다들 ‘왜 이런 걸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며 “강제로 듣는데 유익하지도 않았다. 취업과 진로 관련 수업도 있었고 창업 관련 수업도 있었는데, 창업 수업할 때 학생들의 관심도가 제일 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위한 게 아니라 학교의 홍보를 위한 느낌이었다. 창업에 대해 관심 없는 학생들까지 억지로 듣게 하는 수업이었기 때문”이라 비판했다.

창업 수업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듣게 하는 학교에서도 불만의 목소리는 이어졌다.

C 대학의 학생 송 모(25)씨는 “외부업체에서 온 전문가가 하는 창업 특강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런 특강은 학생들의 참여율이 저조했다”며 “그래서 그런지 교수님이 특강이 열릴 때 자신의 수업 대신 그 특강에 참석하라고 했다. 교수님이 ‘그래야 수업에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줄 것’이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특강을 듣고 ‘창업이 이런 거구나’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들으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창업이란 게 배워서 잘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우는 거로 창업이 잘된다면 모두 다 창업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 대학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창업은 ‘트렌드’다. 그만큼 많은 대학에서 유행처럼 학생들의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한 최 모(27)씨는 “대학이 나서서 창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건 좋은 기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살짝 ‘뜬구름 잡는 거 아닌가’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창업했다가 실패하면 학교에선 ‘망하는 것도 스펙이 될 수 있다’고 할지 몰라도 그 시간과 돈은 일반 학생들이 감당하기 힘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 “창업이 취업을 위한 스펙이 될 수도 있다”며 “차라리 관심 있는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소수한테 확실히 지원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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