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자민당 승리, 한일 갈등 불가역적 단계 접어들었다
일 자민당 승리, 한일 갈등 불가역적 단계 접어들었다
분석] 아베 장기집권이 미래 한일관계에 던지는 시사점
  • 지유석
  • 승인 2019.07.22 13: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베 총리는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섰다. 비록 개헌을 위한 의석 확보엔 실패했지만, 아베 총리의 개헌 야심이 멈추지 않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 야후 재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아베 총리는 21일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며 장기집권 가도에 들어섰다. 비록 개헌을 위한 의석 확보엔 실패했지만, 아베 총리의 개헌 야심이 멈추지 않을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 야후 재팬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아베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이 21일 치러진 제25회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절반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71석(자민 57석·공명 14석)을 차지해 이번 선출의석 124석의 과반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개헌을 위해 85석 이상을 확보해야 했는데, 이에는 실패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다. 다만 아베 정권이 개헌에 필요한 의석을 확보하느냐가 관전 포인트였을 뿐이다. 일단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 일본'을 만들려는 아베 신조 총리의 야심은 제동이 걸렸다. 

그럼에도 아베 총리는 2021년 9월 임기까지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언론은 아베가 일부 야당을 개헌 논의에 끌어들일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또 수출규제 등 '한국 때리기'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앞서 적었듯 아베 총리는 군대 보유와 전쟁 금지를 규정한 현행 ‘평화헌법’을 뜯어고치려 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개헌에 앞서 입법으로 개헌의 길을 터놓았다. 2015년 7월 집단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고 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를 넓히는 법안을 하원 격인 중의원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당시 일본 시민사회는 거세게 반발했다. 시민들은 일본 의회 앞에 모여 '아베 야메로'(아베, 그만)을 외쳤다. 그럼에도 문제의 법안은 그해 9월 상원에 해당하는 참의원 문턱도 찬성 다수로 가볍게 넘었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일단 입법으로 보통국가의 기반을 닦았지만, 개헌에 대한 저항감은 여전해서다. 

아베 총리로선 개헌에 필요한 의석수만 확보하면 이 같은 심리적 저항은 쉽사리 뛰어넘을 수 있었다. 수출규제를 통한 '한국 때리기'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상이었다. 

앞서 적었듯 아베 총리는 야당을 끌어들여서라도 개헌을 관철시키려 할 가능성은 높다.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만드는 게 아베의 정치적 야망이어서다. 

남북화해 시대, 일본을 어떻게 대할까?

2019년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데 이어 북·미 정상간 만남, 남·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졌다. 한반도 정세 변화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아베는 한국과 외교마찰을 불사하고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한일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 출처 = 청와대
2019년 6월 30일 오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데 이어 북·미 정상간 만남, 남·북·미 정상 회동이 이뤄졌다. 한반도 정세 변화는 한일 관계에도 영향을 미쳐, 아베는 한국과 외교마찰을 불사하고 수출규제 조치를 취했다. 이 같은 조치는 한일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임을 강력히 시사한다. Ⓒ 출처 = 청와대

이 같은 정세를 감안해 볼 때, 이제 한일 관계는 이전 같지 않을 것이다. 한일 갈등은 일본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문제 삼으면서 불거졌다. 말하자면 과거사가 이번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말이다. 

그런데, 다른 각도에서 보면 한일 간 과거사는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관계에서 늘 걸림돌이었다. 한반도 분단과 동북아 냉전구도가 과거사 갈등을 억지하고 있었을 뿐이다. 

남북 냉전구도는 미·일 동맹 체제-한·미 동맹체제가 겹쳐 있었고, 한일 관계는 미국의 동북아 냉전 전략의 핵심 연결고리였다. 이런 이유로 한일간 과거사는 냉전 구도라는 큰 틀을 해치지 않도록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야 했다. 

미국은 한일간 과거사 보다 냉전전략이 먼저였고, 박정희 정권은 일본의 자본이 필요했다. 그러나 남북-북미가 손을 맞잡은 지금 냉전구도는 해체 수순으로 접어 들었다. 일본으로선 통일 한반도를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본은 통일 한반도를 큰 부담으로 여기는 기색이 역력하다. 특히 한반도가 어떤 식으로 통일되든 일본이 상당한 금전적 부담을 지게 될 것은 분명해 보였고, 역대 일본 정부는 이런 부담을 회피하려 했다. 

아베 총리가 한국에 무역보복 조치를 취하자, 이 같은 조치가 장차 통일 한반도를 겨냥한 포석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지금, 일본과의 관계 재정립은 불가피해 보인다. 그런데 지금 한국, 더 나아가 남북한이 상대해야 하는 일본은 '보통국가'를 꿈꾸는 일본이다. 그러니 한일 관계가 이전 같을 수는 없다. 

무엇보다 관건은 일본 내 정치 역학구도다. 아베 총리는 장기집권 가도로 들어섰다. 아베 총리가 장기집권 할 수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마땅한 대안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안보 관점에서 보아도 그렇다.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일본의 안보적 가치를 재평가했고, 특히 아베의 구상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줬다. 

요약하면 일본에서 평화헌법을 수호하고, 주변국과의 관계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가진 정치세력이 집권해야 지금의 갈등이 출구를 찾을 수 있다는 말이다. 

얼핏 일본 시민사회는 한국에 비해 역동성은 떨어져 보인다. 그러나 꼭 그렇지도 않다. 2015년 일본 시민사회는 아베 정권의 안보법 입법 과정에 강한 반대목소리를 냈고, 한국을 비롯한 세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아쉬운 건 부실한 과거사 교육, 언론의 편향 보도, 재특회 같은 혐한단체 준동 등 여러 이유로 일본 시민사회가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일본 시민사회가 한일간 현안이나 과거사를 제대로 인식한다면 아베 정권은 뿌리부터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 

한국 진보진영은 그간 과거 일제 강점기 자행한 야수성을 부각하며 일본을 악마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왔다. 물론 과거 일본이 한국에 자행한 행위를 상기하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이 같은 적대감을 넘어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무엇보다 일본 시민사회 안에서 나오는 양심적 목소리를 발굴하고 발언 기회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한일 갈등은 이제 앞으로 닥칠 현실일테고, 아베 내각의 우경화는 불가역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 같은 상황이라면 해결책은 자명하다. 일본 내 양심을 깨우는 것이다. 

일본 내 양심적인 목소리가 없지 않다. 다만 외로이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한국의 진보진영은 이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미는 일에 소홀해 왔다. 

이 지점에서 충청권 각 지자체, 특히 지자체장에 제안한다. 평화헌법 수호와 평화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활동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가나 교수 등을 섭외해 초청했으면 한다. 

충청권엔 과거사를 일깨울 유적이 곳곳에 퍼져 있다. 천안의 경우 유관순열사 기념관과 묘역, 독립기념관과 고 김복동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잠든 '망향의동산'이 가볼만 하다. 예산에 위치한 윤봉길 의사 유적도 빼놓을 수 없다. 

양심적인 일본인을 불러 과거사를 돌이켜 볼 장소를 보게 하고, 교류의 폭을 넓혀 나간다면 일본은 물론 한국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고 본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지금의 한일 갈등이 보다 건설적이고 평화지향적인 관계로 바뀔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충청권이 이 일에 앞장서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굿모닝충청(일반주간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0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다 01283
  • 등록일 : 2012-07-01
  • 발행일 : 2012-07-01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창간일 : 2012년 7월 1일
  • 굿모닝충청(인터넷신문)
  • 대전광역시 서구 신갈마로 75-6 3층
  • 대표전화 : 042-389-0087
  • 팩스 : 042-389-0088
  • 청소년보호책임자 : 송광석
  • 법인명 : 굿모닝충청
  • 제호 : 굿모닝충청
  • 등록번호 : 대전 아00326
  • 등록일 : 2019-02-26
  • 발행인 : 송광석
  • 편집인 : 김갑수
  • 굿모닝충청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굿모닝충청.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mcc@goodmorningcc.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