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충청 천안=김갑수 기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구본영 천안시장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으면서 지역 정치권의 움직임이 덩달아 분주해지고 있다.
내년 4월, 21대 총선과 함께 천안시장 재선거가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충남 정치 1번지’가 들썩이고 있는 것.
구 시장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의 경우 “아직 최종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정중동(靜中動)’의 모양새는 어렵지 않게 감지되고 있다.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최소 8명 안팎이 천안시장 재선거 후보로 자천타천 거론되고 있다.
우선 민주당에서는 충남도의회 김연 의원(천안7)과 오인철 의원(천안6), 인치견 천안시의회 의장, 장기수 전 충남도 청소년진흥원장, 전종한 전 천안시의회 의장, 한태선 전 중앙당 정책실장의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도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위원장인 김연 의원과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오인철 의원은 박완주 국회의원(천안을)과 가까운 인물로, 이른바 ‘박완주 사단’으로 통한다.
모두 재선 의원으로, 그동안의 의정활동을 통해 충분한 전문성을 보여준 만큼 출마를 권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연 의원은 천안갑 또는 천안병으로의 총선 출마 가능성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오인철 의원은 그러나 “박완주 국회의원의 3선을 돕는 것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내리 3선을 지낸 인치견 의장도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구 시장을 놓고 자유한국당 소속 시의원들의 공세가 본격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재선거 출마를 거론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 모두 현직 지방의원인 만큼, 본인의 출마로 또 다른 보궐선거를 야기 시키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의식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장기수 전 원장은 지난해 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복기왕 예비후보(현 청와대 정무비서관)를 도왔던 인물이다. 최근에는 시민사회운동을 함께 했던 20년 지기 박원순 서울시장의 2박 3일 충남 일정에 동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종한 전 의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장 예비후보로 출마 “구속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구 시장을 전략공천한 것은 옳지 않다”며 천막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전 전 의장은 천안갑 총선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경제통인 한태선 전 정책실장 역시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시장 재선거보다는 천안갑 총선으로 출마할 거란 관측이 우세한 분위기다.
지난해 천안시장 예비후보로 등록했던 김영수 현 충남도 정책보좌관의 움직임도 관심사인데, 현재로선 출마보다는 도정에 잔류할 거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도병수 변호사와 박상돈 전 국회의원의 도전이 예상된다.
그동안 수차례 총선 출마 경험을 가지고 있는 도 변호사는 최근 가까운 지인들에게 “이제는 국회의원보다는 시장으로서 고향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지난 2010년 도지사 선거 낙마 이후 재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박 전 의원의 경우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도전일 가능성도 있어 지지세 확산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는 물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점이 박 전 의원의 최대 장점으로 꼽힌다.
자유한국당 내부에서는 “필승 카드를 준비 중”이라는 목소리도 나와, 제3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양승조 지사와 박완주 국회의원 등이 민주당 천안지역 인사들을 향해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 절대 경거망동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져, 출마 의지를 굳혔더라도 쉽사리 움직이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시장 재선거가 확정되고 이규희 국회의원(천안갑)까지 대법원에서 당선무효 판결을 받을 경우 민주당 책임론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거나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천안갑 총선 출마 가능성 등 자유한국당 역시 ‘천안 탈환’을 위해 전면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와 정치권의 긴장감은 갈수록 고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