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8] 유생들의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란 13그루 해미향교 느티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18] 유생들의 책 읽는 소리를 듣고 자란 13그루 해미향교 느티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07.31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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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서산의 명소 해미읍성을 한 바퀴 둘러보고 가까운 개심사를 향하는 길에 우연히 해미향교(海美鄕校)에 들리는 여행객들이 적지 않다.

해미향교도 유적지로 가볼만한 곳이지만, 대부분은 입구에 즐비한 아름드리 노거수들을 보고 발길을 멈추게 된다.

마을 입구에 자리 잡은 당산나무만 봐도 절로 숙연해지는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마을의 역사와 함께 해온 것을 알기에 경외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기본 300년이 넘은 느티나무 13그루가 향교 입구에 즐비한 모습을 보면, 나무 아래 서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여행이라도 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오래된 사찰과 유적지 주변에 노거수들이 있는 모습은 흔한 일이지만 이처럼 큰 거목들이 즐비한 곳은 찾아보기 어렵다.

향교는 공자와 여러 성현께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교육기관이다.

충남 서산시 해미면에 있는 향교는 충남도 기념물 제117호다.

조선 태종 7년(1407)에 정해현(貞海縣)과 여미현(如美縣)이 해미현(海美縣)으로 합쳐지면서 세워졌다.

그 뒤 조선 헌종 10년(1844)에 고쳐지었고, 1924년에 보수했다.

제사를 지내는 공간인 대성전 안쪽에는 공자를 비롯한 중국 유학자 9명과 우리나라 성현 18명 등 27명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

해미향교길 홍살문을 지나 향교 앞마당까지 즐비하게 느티나무 노거수가 들어서 있으며 보호수 앞에는 하마비가 세워져 있다.

하마비는 이 곳을 지날 때는 말에서 내려 걸어가야 한다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표식이다.

해미향교 느티나무들은 큰 나무 기둥이 잘려나간 것들도 있어 그동안의 풍파를 가늠하게 한다.

하지만 홍살문을 향해 걷는 동안 고개를 치켜 들어 높이를 가늠해 보면 거목들의 위용에 절로 몸이 움츠려든다.

이 나무 숲길을 또다시 찾아와 계절별로 담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특히 단풍들고 낙엽이 지는 가을이 되면 다시 이곳을 찾으리라 다짐해 본다.

비가 내리는 날 찾는 것도 좋으리라.

인적없는 향교를 걷다 보면 그 옛날 유생들의 책 읽는 소리가 빗소리와 섞여 들릴지도 모른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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