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의 세상읽기] 정무가 왜 필요해? 정무부시장 잔혹사
[김선미의 세상읽기] 정무가 왜 필요해? 정무부시장 잔혹사
존재감 미미한 18명의 대전시 정무부시장과 국정원 출신 내정자
  • 김선미 편집위원
  • 승인 2019.08.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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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 언론인
김선미 언론인

[굿모닝충청 김선미 편집위원]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 대전시는 일곱 번 째 민선시장을 경험하고 있다. 7명(2명은 재선)의 시장이 오고 가는 동안 18명의 정무부시장이 거쳐 갔다.

유일하게 시장과 자신이 임명한 정무부시장이 임기를 함께 마친 민선1기를 제외하면 임기 당 3~4명 임명은 기본이다. 4명의 부시장에 직무대리 2번까지 합하면 무려 6명이 정무자리를 거쳐 간 적도 있다.

직무대리 2번까지 합해 시장 임기 4년 동안 6명이 정무자리를 거쳐 가기도

출범 2년째를 맞은 민선 7기에도 벌써 두 번째 정무부시장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볼 때 이 명단은 더 길어질 것이 거의 확실하다. 임기 3년의 정무부시장은 천연기념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18명의 정무부시장 중 혹시 기억나는 이름이 있는가? 아마도 산하기관을 포함한 대전시 공무원과 시정에 관심 있는 일부, 정무부시장과 관계있는 주변사람이 아니라면 고개를 내젓지 않을까 싶다.
 
일상적 행정업무가 아닌 국회·의회·정당, 언론, 시민사회와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도록 한 역대 대전시 정무부시장 명단을 훑어보았다. 이 사람이 누구지? 부끄럽게도 명색이 기자인 나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이름도 눈에 띄었다. 업적은커녕 이름조차 낯설다는 것은 내 기억력이 아주 형편없거나 존재감이 없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이름도 기억 안 나는 정무도 있어, 내 기억력 형편없거나 존재감 미미하거나

정무부시장으로서 어느 특정 분야에서 성과를 내거나 지역사회의 갈등을 조정한다든가 아니면 시장을 대신해 싫은 소리를 하거나 악역을 맡아 정무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은 인물을 꼽기가 어렵다. 심지어 몇몇 부시장은 지역사회에 아예 얼굴을 내비치지 않아 존재감은커녕 자리만 차지한 채 세금만 축낸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아! 물론 존재감을 과도하게 드러낸 정무부시장들이 있기는 하다. 유감스럽게도 긍정적 평가가 아닌, 호가호위하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거나 인사에 개입하고 공무원들에게 고압적으로 대하는 등의 부정적인 의미에서 말이다.
 
길어야 2년, 평균 1년마다 1명씩 배턴터치 하듯이 바뀌는 자리. 존재감을 찾기 어려운 자리. 뭐를 하는지 알 수 없는 역할이 모호한 자리. 일을 하지 않아도 표가 나지 않는 자리. 이들 중에는 심지어 100일도 채우지 못하고 하차한 경우도 있다. 이름을 기억하기도 짧은 시간이다. 정무가 왜 필요한지? 하는 질문을 제기하는 이유다.

일 안 해도 되는 정무, 역할은커녕 은둔으로 세금만 축낸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통상 정통 관료가 맡는 행정부시장과 달리 정무는 다양한 이력과 경력을 가진 인물들이 배치된다. 단 하나 공통점은 임명권자인 시장(도시사)과의 친분, 충성도, 이해관계 등등 ‘사적’ 관계망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가뭄에 콩 나듯 공모를 통해 널리 인재를 구하기도, 전문가를 기용하기도 하지만 절대 다수는 선거공신, 소속 정당 출신자 등 선거 캠프에 몸담았거나 막후에서 움직였든 선거와 관련된 인물들이다. 아니면 다음 ‘내 선거’를 도와 줄 사람들이다.

정무부시장(부지사) 자리가 선거공신을 위한 ‘전리품’, 정치인들의 ‘경력관리용’, ‘얼굴 마담용’이라는 비아냥을 듣는 이유다. 자리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선거공신들 끼리 ‘자리 쟁탈전’도 치열하다. 모 시장 때는 일등공신을 자처한 두 사람이 정무 자리를 놓고 시장을 협박하며 육탄전을 벌였다는 괴담 수준의 소문이 대전 시중에 회자되기도 했다. 정무부시장 잔혹사다.

선거 전리품, 공신들의 자리 쟁탈전, 시장 협박에 경쟁자끼리 육탄전도
 
출범 2년째를 맞는 허태정호가 민선 7기 두 번째 정무부시장 내정을 놓고 논란을 빚고 있다. 허 시장은 지난 5일 김재혁(59) 전 국가정보원 경제단장을 차기 정무부시장으로 내정했다. 김 내정자가 “실물경제와 경제정책에 대한 이해가 풍족하고, 중앙정부나 기업과 다양한 네트워크를 가져 경제정책과 기업 유치 등에 적임자”라는 것이 허 시장이 직접 설명한 인선 배경이다.

대구와 경북에서 각각 정무부시장과 부지사가 임명된 사례가 있지만, 국정원 출신의 대전시 정무부시장은 사상 초유의 일로 대부분의 첫 반응은 ‘어리둥절’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시민들 사이에서도 뜬금없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더불어 국정원 출신이라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는 이력에 더해 과연 김 내정자가 난마처럼 얽혀있는 대전시정을 풀어낼 적임자인가 하는 점에서 강한 의문을 나타내고 있다.

김 내정자 껄끄러운 국정원 이력, 정무 기능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역할 의심

또 하나 김 내정자가 과연 실물경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경제전문가인가 하는 점이다. 지역사회가 김 내정자가 정무 기능과 경제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의심을 품고 있는 것이다.

김 내정자가 경제 전문가로서의 성과를 증명해 지역사회의 의구심을 불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적어도 성과를 내도록 권한과 역할,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은 허 시장 몫이다.

내정 발표 1주일이 지나도록 논란의 여진이 꺼지지 않고 있는 김재혁 내정자가 정무부시장 잔혹사에 이름을 더할지 새로운 정무부시장의 모델을 보여줄지는 김 내정자 본인에 앞서 허 시장에 달려 있다. 성공도 실패도 허 시장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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