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2] 차면 기울고 줄면 보태는 이치를 갖춘... 당진 동림 밤나무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 22] 차면 기울고 줄면 보태는 이치를 갖춘... 당진 동림 밤나무
  • 장찬우 기자
  • 승인 2019.08.14 16: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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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장찬우 기자, 사진=채원상 기자] 수많은 과일 중 밤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과일이 또 있을까?

잔칫상에 오르고 제례에도 빠지지 않는다.

시부모는 며느리를 맞아 할 때 치마 폭에 밤을 던져준다.

밤은 자신의 근본은 물론 조상을 섬기고 효를 행하라는 교훈을 준다.

밤은 싹이 틀 때 껍질을 중심으로 밑으로 뿌리가 내리고 위로는 싹이 터 올라온다.

그리고 싹을 틔운 열매의 껍질은 썩어 없어지지 않고 오랜 기간 그대로 붙어있다.

새로 싹을 튀운 나무가 열매를 맺을때까지 오랜 세월동안 자신을 싹트게 한 모태를 잊지 않고 달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자기를 낳아준 부모의 은덕을 잊지 않은 효성이 있는 나무로 여겨졌다.

충과 효를 최고의 덕목으로 숭배한 유교적 관점에서 보면 대단한 의미를 가지는 나무다.

조상의 위패와 제기 재료로 귀한 대접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밤나무는 음양 사상에서 음(陰)을 상징하는 나무로 제상의 서쪽에 놓이며 사당이나 묘지 주변에 많이 심었다.

배고픈 시절 조상님을 찾아 산에 가면 밤나무가 반겨줬다.

먹을거리까지 내주는 은덕을 베푸는 나무이기도 하다.

밤나무는 어려서는 더디가 자라지만 이내 자리를 잡으면 해가 다르게 성장한다.

잎은 늦게 나오지만 돋기만 하면 어느새 우거져 그늘을 만든다.

꽃도 다른 나무보다 나중에 핀다.

그러나 피면 이내 흐드러지고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열매도 늦게 맺지만, 맺기만 하면 부쩍부쩍 자라 곧 수확을 할 수 있다.

열매는 험한 가시에 둘러싸여 접근이 어렵지만 이내 속살은 영양과 맛을 선사한다.

밤나무는 고목이 되면 열매 생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

밤은 열리지만 먹을 것이 없다.

그래서 고목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당진시 순성면 성북리에 가면 200년 이상된 밤나무를 만난다.

구절산 둘레길 시작점인 성북리 벚나무 길을 따라 10분 정도 걷다보면 논 가운데 커다란 고목이 나타난다.

이 밤나무는 나무둘레 2.5m, 높이 14m의 보호수다.

충남도산림환경연구소는 2010년 역사성이 있는 노거수 가운데 수령이 너무 많아 고사위험이 있는 6그루의 후계목을 선정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밤나무다.

동림 밤나무라고도 불리는 이 밤나무에서 수확한 밤이 맛이 너무 좋아 매년 임금님께 진상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순성면 동림 밤나무 역시 우주만물의 보편적 원리인 차고, 기울고, 줄어들고, 보태고 하는 이치를 모두 갖추고 있다.

 

*[나무, 천년의 세월을 담다]는 충남도청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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