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실습 없는 죽음,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
[임영호의 인문학 서재] 실습 없는 죽음,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
(36) 샐리 티스테일(Sallie Tisdale)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 승인 2019.08.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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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충청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이 책은 한마디로 죽음에 관한 에세이다.

샐리 티스데일(Sallie Tisdale)은 푸시카트 문학상을 받은 작가지만 의료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사람이다. 단 몇 개월밖에 남지 않은 마지막 순간에 죽음과 죽어감에 관한 현실적인 조언서이다. 한마디로 ‘죽음’에 대한 안내서이다.

우리는 눈을 가리고 죽음을 반쯤 부정하면서 살아간다. 누가 죽음을 상상하랴. 어느 누구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친구가 죽어서 문상을 하는 순간조차도 ‘나만 빼고’ 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는 죽음을 단순하고 분명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톨스토이의 말대로 우리는 커다란 배에 올라탄 승객과 같다. 선장은 승객 중 누가 언제 배를 떠나게 될 것인지 비밀 명단을 가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떠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탄생과 죽음은 실습이 허용되지 않는다. 우리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 오직 내일이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임종의 순간까지 그저 흘러가는 시간에 맡기는 것이다. 준비가 안 된 죽음을 어설프게 맞이하고 때가 되면 가을 낙엽처럼 바람에 뒹굴며 떠나간다.

‘좋은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작가는 통증 완화 간호사이자 임종지도사로 죽음을 앞둔 사람 옆에서 우리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죽을 준비가 될까. 우선 죽음의 공포를 극복해야 한다. 노년에 어머니도 죽음이 두려워서인지 ‘자는 듯’ 죽었으면 좋겠다고 버릇처럼 말씀하셨다.

사실 죽음 속에는 죽음 이외 아무 것도 없다. “죽을 때가 오면 그냥 죽어라. 죽음 속에는 죽음 외에 아무 것도 없다.”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죽음에 저항하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모두 미래의 시신(屍身)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해야 한다. 종교나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에 상관없이 언젠가는 없어진다는 것을 인식하는 일이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Michel de Montaigne,1533~1592)는 죽음에 대해 자주 생각해서 죽음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내가 양배추를 심고 있을 때, 즉 죽음을 걱정하지 않고 텃밭 가꾸기를 끝내지도 않았을 때, 죽음이 찾아오길 바란다고 적고 있다. 죽음을 자주 생각해서 죽음이 삶과 잘 어우러지게 하자는 것이다.

‘좋은 죽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가 식구들에게 둘러싸인 채 한사람씩 호명하며 ‘사랑한다’고 속삭이는 모습을 떠올린다. 하지만 경험상 그런 죽음은 흔치 않다. 만성질환자도, 천천히 죽어가는 사람도, 발작이나 출혈로 한 순간에 숨이 넘어간다. 내가 죽음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죽음이 나를 선택하는 것이다.

죽음을 가장 많이 목격하는 시설, 가령 호스피스에서는 좋은 죽음을 행할 수 있다. 일이 다 행해졌다고 판단될 때, 조용히 떠나는 책임감 있는 개인이 전제된다.

저자는 죽음을 앞에 두고 있는 자와 방문자와의 의사소통도 말한다. 무엇보다도 죽어가는 사람과 함께 지내는 사람은 병상에 누운 사람의 대리인이란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때로는 보호자가 되기도 한다.

임종 과정은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이 주도하여야 한다. 죽어가는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뭐든 해도 된다.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사람은 ‘경청’에 에너지의 절반을 써야 한다. 차분하게 행동하고, 함부로 판단하지 말고, 의심나면 반복해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

환자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하는 말을 그대로 받아드리고, 정확하게 물어서 허락을 받는다. 문지기 역할을 하여 방문자의 방문 허용시간을 미리 말해 두기도 한다.

이외에도 이 책은 환자가 마지막 몇 달을 고통 속에서 보낼 때 통증을 완화하는 방법과 가정에서 임종할 때 일어나는 여러 가지 문제, 임종을 몇 주 앞둔 때에 신경 써야 할 점, 시신처리 방법, 유언장, 죽음 계획서, 사전연명 의료의향서 등에 관해서 친절하게 기술되어 있다.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임영호 동대전농협조합장

모멘토 모리(Mo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지혜롭게 준비하고 대비하는 것이 마지막 삶을 귀중하게 잘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기사에 보니 이어령(李御寧) 선생은 암에 걸려 스스로 친병(親病)중이라 했다. 그는 죽음을 인식하기에 삶이 더 농밀하다고 말한다. 죽음을 잘 준비하는 것이 잘 사는 것이다. 삶의 예측 불가능성을 상기해 준 것만이라도 이 책은 정말 가치가 있다. “언제든 죽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안 됩니다.” 아직도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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