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그 이후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그 이후
분석] 새로운 군사협조 체제 구축을 위한 제언
  • 지유석
  • 승인 2019.08.23 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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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시민사회는 이 협정 폐기를 촉구해왔다. 사진은 15일 74주년 광복절 범국민대회 장면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한국 정부가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앞서 시민사회는 이 협정 폐기를 촉구해왔다. 사진은 15일 74주년 광복절 범국민대회 장면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굿모닝충청 지유석 기자]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아래 지소미아)을 연장하지 않기로 22일 결정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오후 "정부는 한일간 군사비밀정보의 보호에 관한 협정을 종료하기로 결정했으며, 협정의 근거에 따라 연장 통보시한 내에 외교 경로를 통해 일본 정부에 이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의 중요한 요인은 일본 아베 정권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다. 이와 관련, 김 차장은 "정부는 일본 정부가 지난 8월 2일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한일간 신뢰훼손으로 안보상의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어 '수출무역관리령 별표 제3의 국가군'(일명 백색국가 리스트)에서 우리나라를 제외함으로써 양국간 안보협력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지소미아 폐기를 촉구하는 목소리는 시민사회에서 먼저 나왔다. 596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아베규탄시민행동(아래 시민행동)은 8.15광복절 범국민대회를 포함해 다섯 차례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 때마다 시민행동은 지소미아 파기를 주요 의제로 올렸다. 3차 촛불문화제에선 서울 종로구 율곡로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지소미아 파기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마침 지소미아 연장 통보시한은 24일이었고, 시한이 임박하면서 지소미아 파기를 촉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높아가고 있었다. 

지소미아 종료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행동은 "아베 정권은 스스로 ‘안보상의 우려’를 들어 우리를 수출절차우대국에서 제외한 바, 지소미아 파기는 당연한 것이며, 모든 책임은 아베 정권에게 있다"라면서 환영입장을 밝혔다. 

반면 일본 정부는 당혹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노 다로 일 외무상은 이날 밤 9시 30분 남관표 주일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다. 늦은 밤 대사를 초치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고노 외상은 남 대사에게 ""나는 한국 정부가 협정을 종료하는 결정을 내린 것은 현재 지역의 안보 환경에 대한 완전한 오판"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보수 야당도 반발하고 나섰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긴급안보연석회의에서 "문재인 정권의 반일 선동의 인질로 잡힌 지소미아 사태가 어제 끝내 문 대통령에 의해 끝장나버렸다"고 비판했다. 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반발이 꽤 무서운가 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꼼수를 쓴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도 했다. 

지소미아, 누가 더 이익 챙겼나?

이 지점에서 지소미아 폐기에 따른 득실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먼저 지소미아는 체결 당시부터 잡음이 일었다. 

지소미아는 2016년 11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불거지면서 사실상 식물상태에 빠져 있던 시점이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미르·K스포츠 재단 비리와 대기업으로부터의 자금강탈, 청와대 문건유출 사건의 실질적 주범으로 입건할 방침이었다. 이 같은 사실로 인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소미아, 그리고 12.28한일위안부합의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꾸준히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위안부 합의는 파기를 선언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유지해 오다, 아베 정권의 무역 도발 조치에 따라 종료를 선언한 것이다. 

그런데 지소미아 폐기가 당장 한일간 군사교류의 전면적 단절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한일 양국은 2009년 국방장관 회담을 통해 국방부와 일본 자위대 간 군사교류를 활발히 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2·3급 군사기밀이 오가기 시작했다. 

지소미아 체결 당시 우리 정부는 협정이 체결되어도 교환 가능한 비밀등급은 2·3등급으로 한정돼 있다고 발표했다. 결국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간 군사교류를 협정 체결 이전으로 되돌린 데 불과한 셈이다. 

지소미아를 통해 득을 본 쪽은 아무래도 일본일 것이다. 다시 한 번 지소미아 체결 당시로 시계를 되돌려보자. 

지소미아의 핵심 뼈대는 그간 이뤄져 오던 한일간 군사기밀 교류를 비밀에 붙이겠다는 것이었다. 지소미아 체결 이후 한일 군사교류가 활발해 질 것이란 기대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3년 간 한일간 정보 교류는 29건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정보의 질은 무시할 수 없다. 일본은 한국과 지소미아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인적정보(휴민트), 영상정보, 신호정보, 전자정보를 확보했다. 

북한의 안보위협을 감안해 볼 때, 일본으로선 지소미아가 북한 관련 고급정보를 얻는 통로였던 셈이다. 

한 예로 8월 들어 북한은 네 차례 미사일을 쐈고, 일본은 그때마다 한국에 정보를 요청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했음에도 지소미아를 유지하고 싶다는 바람을 공공연히 내비쳤다. 

전제는 ‘전쟁’ 아닌 ‘평화’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 받았다. ⓒ 청와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지소미아 관련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 내용을 보고 받았다. ⓒ 청와대 / 굿모닝충청 = 지유석 기자

청와대는 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하면서 재검토 방침을 시사했다. 참으로 옳은 입장이다. 현재 동북아 안보 구도 상 일본과 군사·안보협력은 일정 수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존 지소미아가 추진, 체결과정이 졸속으로 이뤄진 데 있었다. 

한국 정부는 한일 갈등 해소를 전제로, 일본과 다른 방식으로 군사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새로운 형태의 한일 군사 협조체제가 아베 정권이 구상하는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에 기여해서는 안 된다. 

이 지점에서 미일간 군사협조체제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미일 양국은 2015년 7월 자위대의 미군 후방지원활동을 일본 주변에서 전 세계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서 ‘일본 주변'이라는 문구에 주목해 보자. 일본 정부는 줄곧 이 문구가 지리적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이 같은 주장에도 일본 주변이 한반도를 의미한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일본 자위대가 일본 주변인 한반도에서 작전을 펼치면서 한국으로부터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말하자면 일본 자위대에 날개를 달아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지소미아 체결 당시에도 이 같은 우려가 없지 않았다. 

아베 정권은 처음엔 북한을, 이어 남북 화해가 진전되자 한반도 전체를 안보위협의 구실로 삼아왔다. 그리고 아베 정권은 평화헌법을 고쳐 전쟁 가능한 일본을 만들려 한다. 이런 식이라면 한일 간 군사교류·협력은 삐걱댈 수밖에 없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새로운 한일 군사협조 체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전제는 동북아 지역의 ‘평화’다. 이 전제가 빠진 한일 군사교류는 성립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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